요양병원 본인부담금 불법할인 주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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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양병원 본인부담금 불법할인 주춤
  • 안창욱 기자
  • 승인 2019.03.28 0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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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처럼 어려운 때 할인하다간 못견딜 것"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요양병원의 고질적 병폐로 지목된 본인부담금 불법할인 행위가 설자리를 잃어가고 있다. 

최저임금 2년 연속 두자리 수 인상, 병상간 이격거리 확대에 따른 병상 축소 등으로 요양병원의 경영환경이 최악으로 치달으면서 '받을 걸 받지 않고는' 솟아날 구멍이 없게 된 것이다.  

지난 2월 전북지방경찰청은 본인부담상한제를 악용해 진료비를 할인해 주는 방식으로 환자를 유치한 A요양병원 이사장, 병원장 등 6명을 불구속 입건해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A요양병원은 본인부담상한제 사전급여제도의 허점을 노렸다.

경찰 조사 결과 A요양병원은 2016년부터 법정 본인부담금을 할인해 환자들을 유치한 뒤 개인별 본인부담상한액 초과분을 건강보험공단에 청구해 24억여원을 챙겼다.

본인부담상한제 사전급여제도는 환자의 연간 본인부담액이 최고 상한액을 초과하면 의료기관이 환자에게 초과분을 받지 않고 건보공단에 직접 청구하는 방식이다.

다만 본인부담금이 상한금액을 초과하기 이전에 발생한 본인 일부부담금은 환자가 납부해야 한다. 

그렇지 않고 1년간 납부할 본인부담금 총액을 미리 계산해 본인부담금상한액을 초과한 금액만큼 매월 본인부담금을 할인하거나 약정금액만 받으면 본인부담금을 면제하거나 할인하는 행위로 처벌받을 수 있다.

보건복지부는 지난해 민원 회신을 통해 "사전급여는 개인별 상한금액을 초과해 본인부담금이 발생한 이후 의료기관에서 건보공단에 청구해야 하는 것으로, 상한금액을 초과하기 이전에 발생한 본인 일부부담금은 환자가 납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복지부는 "개인별 상한금액을 예측해 의료기관이 월별 본인부담금을 할인하거나 약정금액만 받는 것은 본인부담상한제 사전급여 적용의 올바른 형태가 아니며, 의료법상 본인부담금을 면제하거나 할인하는 행위로 볼 수 있는 명백한 불법행위"라고 밝혔다.

의료법 제27조 제3항에 따르면 누구든지 건강보험법이나 의료급여법에 따른 본인부담금을 면제하거나 할인하는 행위, 금품 등을 제공하거나 불특정 다수인에게 교통편의를 제공하는 행위 등 영리를 목적으로 환자를 소개·알선·유인하는 행위 및 이를 사주하는 행위를 할 수 없다.

법정 본인부담금을 할인하거나 면제하다 적발되면 형사처벌과 함께 부당이득금 환수, 의사면허정지 등의 처분이 뒤따른다.

변창우(법무법인 우리누리) 변호사는 "본인부담상한제 취지에 어긋나는 방법으로 매월 본인부담금을 할인하거나 약정금액만 받으면 의료법 위반으로 면허자격정지 2개월과 함께 3천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질 수 있다”며 “환자유인 의도가 없었다고 하더라도 의료법 위반 소지가 있다"고 밝혔다.

본인부담금 할인행위는 일부 요양병원만의 문제는 아니다.

안과의사 K씨는 백내장수술을 하면서 본인부담금을 면제하거나 할인해 주는 방식으로 환자들을 유인하다 의료법 위반으로 벌금 200만원과 함께 40일 의사면허 정지처분을 받았다.

친구나 지인, 친지의 외래진료 본인부담금 몇 천원을 받지 않은 동네의원 원장은 기소유예처분에 이어 40일 면허정지처분을 통보받기도 했다.  

하지만 올해 들어 요양병원의 본인부담금 할인행위가 현격히 줄어들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부산 K요양병원 이사장은 "다른 지역보다 본인부담금 할인행위가 더 심각한 상황이었는데 점점 개선되고 있다"면서 "물을 흐리는 일부 요양병원들이 있기는 하지만 환자들에게 정상적으로 진료비를 받는 곳이 늘어나고 있는 것만은 분명히 보인다"고 말했다.

전북의 B요양병원 원장도 "본인부담금을 할인하던 요양병원들이 실비로 전환하고 있어 다행"이라면서 "간병비도 속속 현실화하는 추세가 뚜렷해지고 있다"고 밝혔다.

이처럼 그간 기승을 부리던 본인부담금 할인행위가 점차 줄어들고 있는 것은 요양병원의 잇단 악재와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K요양병원 이사장은 "2년 연속 최저임금이 10% 이상 오르다보니까 인건비 부담이 감당하기 어려울 지경인데 병상이격거리가 늘어나 병상을 15% 줄이다보니 진료수입도 줄었다"면서 "이런 상황에서 본인부담금까지 할인하다가는 버틸 수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D요양병원 원장도 "요양병원을 10년 이상 운영하면서 요즘처럼 어려운 때가 없었다"면서 "최저임금 올리면 간호사, 치료사, 행정직은 가만히 있겠나. 인건비 비중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어 걱정"이라고 하소연했다.

이어 그는 "의료폐기물 처리비용도 올해부터 30% 올린다는 일방통보를 받았다"면서 "진료비를 정상적으로 받아도 힘에 부치는데 본인부담금을 할인하는 요양병원들은 오죽하겠느냐"고 설명했다.

C요양병원 관계자는 "우리 지역 요양병원들은 대부분 본인부담금 할인을 포기한 것 같다"면서 "떳떳하게 병원을 운영해야 정부에 당당하게 요구할 수 있다는 점에서 다행"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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