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바 무상의료와 요양병원 치매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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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바 무상의료와 요양병원 치매약
  • 노동훈 원장
  • 승인 2019.06.18 1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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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카네이션요양병원 노동훈 원장
부제-세상에 싸고 좋은 의료제도는 없다!

한국보다 가난한지만 전 국민에 무상의료를 제공하고, 의사가 많아 1:1로 오랜 시간 진료를 받을 수 있는 쿠바.

노동훈 원장(카네이션요양병원)
노동훈 원장  
(카네이션요양병원)

마이클 무어 감독의 다큐멘터리 식코(2007)에 소개된 의료 선진국. 의사 양성과정을 전액 국가에서 책임지는 나라. 낮은 영아 사망률과 높은 평균 수명으로 의료 수준이 높은 나라.

쿠바 의료의 실상을 볼까요.

쿠바의 인구(1140만명) 대비 의사(10만명) 숫자는 세계 최고 수준입니다. 그러나 병원과 의과대학 수는 적고, 부족한 정부 예산으로 병원 시설과 장비는 열악합니다.

따라서 '증거기반의 의학(evidence based medicine)'보다 대체의학이 난무합니다. 낮은 영아 사망률은 높은 낙태율로 고위험 분만이 적은 것과 신뢰성이 낮은 쿠바 통계가 이유입니다.

그리고 국가가 의료소비를 강력히 통제합니다.

쿠바 1급 심장혈관병원에서 심장이식 수술 의사의 한 달 수입은 약 '40달러'(한달 수입이 5만원 정도)입니다.

쿠바 의사가 웨이터, 택시 기사, 관광 가이드보다 월급이 적은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닙니다. 이런 사실은 외부에 알려져 있지 않습니다.

쿠바 의료에 대한 취재는 쿠바 정부의 허락과 입회하에 가능합니다. 철저히 통제되고 미화된 내용만 외부에 공개됩니다. 루시아 뉴먼(CNN 쿠바 아바나 지국장)이 쿠바 의료의 실상을 외부에 알렸습니다.

쿠바의 무상의료가 가능한 이유는 냉전시대의 지정학적 위치 때문에 구소련으로부터 막대한 지원을 받아서입니다. 소련이 몰락하고 쿠바는 돈이 없습니다.

의사/간호사가 약을 암시장에 내다 팔아 정상적으로 약을 구할 수 없습니다. 뇌물(음식 등)을 주지 않으면 의사를 만나기 어렵습니다. 병원에 입원하면 자기 베개, 이불, 침대보를 가져와야 하고 마실 물도 가져와야 합니다. 무상의료의 실체입니다.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쿠바 의료가 한국의 롤 모델인가요?

한국의 베이비 부머(55년에서 63년생) 은퇴가 시작됩니다.

전쟁 후 최빈국이었던 한국을 선진국의 반열로 만든 세대입니다. 이들이 나이 들고 늙어 돌볼 시설이 필요합니다.

요양병원은 필요로 많이 생겼습니다. 2008년 요양병원 포괄수가제 (일당정액제)가 시행됩니다. 7개 등급으로 환자를 나누는데, 요양원보다 비용이 낮습니다. 요양병원을 운영하는 입장에서 뼈를 깎는 노력으로 비용을 줄이며 치료 수준을 유지하려 노력합니다.

대통령께서는 치매국가책임제를 공약하셨습니다. 치매 환자가 많이 늘었고, 가족에 부담이 되기에 적절한 제도라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2019년 요양병원 치매약을 일당정액에 포함했습니다.

치매약 값을 온전히 병원에서 부담해야 합니다. 저희 병원의 치매 약은 1알에 2000원 정도합니다. 하루에 1, 1달에 30알이면 어르신 한 분에 6만원 가량 입니다.

병원에 입원하신 치매 환자가 100분이면 매달 600만원의 적자가 발생합니다. 저는 500원짜리 치매약을 고민하고 있습니다. 그러면 적자가 150만원으로 줄어드네요.

2천원 약과 5백원 약. 어떤 약을 원하세요. 제가 비양심적인 의사이고, 나쁜 병원장이라서 그럴까요. 세상에 싸고 좋은 것은 없습니다. 쿠바의 무상의료가 허상이듯, 요양병원의 일당정액제도 노인의료의 수준을 낮출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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