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NR 어쩌나"…연명의료결정법 혼란
  • 기사공유하기
"DNR 어쩌나"…연명의료결정법 혼란
  • 안창욱 기자
  • 승인 2018.02.05 06:34
  • 댓글 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라는 의학적 판단이 선행된 환자에 대해 연명의료를 시행하거나 중단할지를 환자 스스로 결정할 수 있도록 하고, 그 결정을 법적으로 보호해 환자의 자기결정을 존중하기 위한 연명의료결정법이 4일부터 시행됐다. 그러나 벌써부터 일부 문제점이 노출되면서 벌써부터 '방어진료'를 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편집자 주]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초점] 연명의료결정법 무엇이 문제인가?

4일부터 호스피스·완화의료 및 임종과정 환자의 연명의료결정법(연명의료결정법)이 시행에 들어갔다.

그러나 요양병원들은 심폐소생술 금지요청서, 일명 DNR(Do Not Resuscitate)을 그대로 적용해야 할지, 의료기관윤리위원회를 어떻게 설치해야할지 난감해 하는 분위기가 역력했다.

연명의료제도의 배경

연명의료결정 제도는 1997년 보라매병원사건과 2009년 김 할머니사건이 발단이다. 

보라매병원사건은 뇌수술을 받고 중환자실에서 인공호흡기로 연명하던 환자의 부인이 남편을 퇴원시켜 달라고 요구했고, 의사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퇴원해 인공호흡기 착용을 중단하면서 비롯됐다.

이 사건으로 환자가 사망하자 환자 보호자에게는 살인죄가, 환자를 퇴원시킨 담당 의사에게는 살인방조죄가 적용됐고, 법원은 이들에게 실형을 선고했다.

이후 의료계는 연명의료 중단과 관련해 소극적이고 방어적인 태도를 취했고, 환자 가족의 결정에 의한 연명의료 유보 비율이 증가했다.

김 할머니 사건은 의학적으로 회생가능성이 없는 환자가 남긴 사전의료지시나 환자가족이 진술하는 환자의 의사에 따라 연명치료를 중단할 수 있다고 대법원이 판결한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이런 대법원 판결에도 불구하고 법적 근거가 미비하자 의료계는 연명의료 중단에 대해 소극적인 태도를 유지할 수밖에 없었다.

연명의료중단 결정의 이행

담당 의사는 이행 대상 환자인지 판단하고 연명의료중단 등 결정에 관한 해당 환자의 의사를 확인한 후 이행해야 한다.

연명의료결정법 제16조에 따르면 담당 의사는 환자에 대한 연명의료중단 등 결정을 이행하기 전에 해당 환자가 '임종과정'에 있는지 여부를 해당 분야의 전문의 1명과 함께 판단하고, 그 결과를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기록해야 한다.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 여부 판단

연명의료 중단 등 결정의 이행은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에 대해서만 가능하며, 임종과정이란 회생 가능성이 없고, 치료에도 불구하고 회복되지 않으며, 급속도로 증상이 악화돼 사망에 임박한 상태를 의미한다.

환자가 임종과정에 있는지 여부는 환자를 직접 진료한 담당 의사와 전문의 1명이 동일하게 판단해야 한다.

복지부는 "임종 시점을 정확하게 예측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것이 사실이며, 설득력 있게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 여부에 대한 판단이 이뤄지기 위해서는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를 직접 진료한 의사가 의학적 전문성에 근거해 임상 상황의 특성을 고려해 판단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설명했다.

전문의는 특정 전문분야로 제한하지 않고, 해당 의료기관에서 정하거나, 타 기관에서 초빙할 수 있다.

연명의료 중단시 환자의 의사 확인 방법

보건복지부 제공
보건복지부 제공

연명의료계획서나 사전연명의료의향서로 확인한다. DNR은 여기에 포함되지 않는다.

환자가 의사 능력이 있고, 미리 작성한 사전연명의료의향서가 있으면 담당 의사는 그 내용을 환자에게 확인할 수 있다.

그러나 미리 작성한 사전연명의료의향서가 있더라도 만약 환자가 의향서 내용을 확인하기에 충분한 의사능력이 없다고 판단되면 담당 의사와 전문의가 함께 확인하면 된다.

보건복지부는 "연명의료 정보처리시스템을 통해 조회할 수 있는 사전연명의료의향서는 적법하게 작성된 것으로 간주한다"고 설명했다.

환자의 연명의료계획서 또는 사전연명의료의향서가 없지만 환자의 의사 능력이 있으면 연명의료계획서를 작성하면 된다.

반면 환자의 연명의료계획서 또는 사전연명의료의향서가 없고, 환자도 자신의 의사를 표현할 수 없는 의학적 상태이면 19세 이상 환자가족 2명 이상의 일치된 진술로 연명의료를 중단할 수 있다.

연명의료계획서나 사전연명의료의향서 또는 환자가족의 진술 등으로 환자의 의사를 확인할 수 없고, 환자가 자신의 의사를 표현할 수 없는 의학적 상태일 때에는 환자가족 전원의 합의로 연명의료 중단 등의 의사 표시를 하고, 이를 담당의사와 전문의 1명이 확인하면 된다.

연명의료 중단 이행

담당 의사는 확인된 환자의 연명의료 중단 등 결정을 존중해 이행해야 하지만 그럴 때에도 통증완화를 위한 의료행위와 영양분 공급, 물 공급, 산소의 단순 공급은 시행해야 한다.

담당 의사는 연명의료 중단 이행을 거부할 수 있으며, 이 경우 의료기관의 장은 의료기관윤리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담당 의사를 교체해야 하지만 이행 거부를 이유로 담당 의사에게 해고나 그 밖에 불리한 처우를 해서는 안된다.

담당 의사는 이행 과정 및 결과를 기록해야 하며, 의료기관의 장은 그 결과를 관리기관에 통보해야 한다.

기록의 보존

의료기관의 장은 연명의료 중단 등 결정 및 그 이행에 관한 기록을 연명의료중단 등 결정 이행 후 10년 동안 보존해야 한다.

의료기관윤리위원회

연명의료결정법에 따라 연명의료 중단 등 결정 및 이를 이행하는 병원은 의료기관윤리위원회를 설치하고 정부에 등록해야 한다.

의료기관윤리위원회의 역할은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와 환자 가족 또는 의료인이 요청한 사항에 관한 심의 담당 의사의 교체 환자와 환자가족에 대한 연명의료중단 등 결정 관련 상담 의료인에 대한 의료윤리교육 등이다.

윤리위원회 위원은 위원장 1명을 포함해 5명 이상으로 구성하되, 해당 의료기관 종사자로만 구성할 수 없으며, 의료인이 아닌 사람으로서 종교계·법조계·윤리학계·시민단체 등의 추천을 받은 사람 2명 이상을 포함해야 한다.

윤리위원회의 업무 위탁

윤리위원회의 적정 운영을 위한 전문성이 부족하거나 운영에 필요한 인력이 미흡한 병원 등은 다른 의료기관의 윤리위원회 또는 공용윤리위원회에 윤리위원회의 업무를 위탁할 수도 있다.

 

그러나 요양병원들은 연명의료결정법에 대해 혼란스럽다는 반응이다.

자료: 보건복지부
자료: 보건복지부

가장 많이 지적하는 게 DNR이다.

담당 의사가 야간당직 중 환자에 대한 심폐소생술이 필요한 응급상황이 발생했는데 전문의와 연락이 닿지 않고 가족은 옆에서 환자에 대한 심폐소생술을 하지 말라고 이야기하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이에 대해 보건복지부는 "연명의료 중단 등 결정의 이행은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라는 판단을 받고, 사전연명의료의향서나 연명의료계획서 등을 통해 연명의료중단 등 결정이 확인된 환자에 대해서만 가능하다"고 환기시켰다.

아직 임종과정에 대한 판단이나 결정 등이 확인되지 않은 환자라면 담당 의사는 가족의 요청이 아니라 환자의 상태에 대한 의학적 판단에 근거해 필요한 의료를 제공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서울대병원 내과 허대석 교수는 "이 경우 연명의료계획서를 작성하는 게 불가능하기 때문에 심폐소생술을 하는 것보다 DNR 서식 작성을 통해 환자에게 불필요하고 고통을 주지 않은 방향으로 의학적 결정을 하는 것이 윤리적"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문제는 윤리적 판단을 했다고 해서 법적인 책임으로부터 자유로운 게 아니라는 점이다. 방어진료를 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보건복지부 역시 연명의료결정법과 관계없이 응급상황 등 의료기관의 판단 아래 DNR 사용 가능성이 있지만 연명의료결정법에 따라 보호받을 수 있는 결정은 아니라는 입장이어서 의료기관의 혼란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A요양병원 원장은 "연명의료결정법에 대한 홍보가 부족하다보니 병원의 실무 담당자조차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는 상황"이라며 "환자 상태가 갑자기 나빠지면 DNR에 따라야할지 사실 난감하다"고 전했다.

B요양병원 관계자는 "조만간 의료기관윤리위원회를 구성할 계획이지만 난감하다"면서 "DNR을 하면 나중에 소송에 휘말릴 우려도 있어 안전장치는 아닌 것 같다"고 밝혔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최도자(국민의당) 의원에 따르면 3일 기준으로 전국 3324개 병원급 이상 의료기관 중 연명의료계획서 이행을 위해 의료기관윤리위원회를 설치한 곳은 59곳에 불과했고, 이 중 요양병원은 2곳에 지나지 않았다. 

대한노인요양병원협회 손덕현 부회장은 "연명의료 중단 등의 결정을 하지 못하고 연명의료를 계속해야 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고, 환자 가족과 갈등이 생기면 DNR을 문제 삼을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이에 손 부회장은 “DNR이 법적인 보호를 받을 수 없기 때문에 보호자와 연락을 취하고, 환자 상태에 대해 설명했다면 반드시 기록으로 남기는 게 중요할 것 같다고 강조했다.

의료&복지뉴스 '회원가입' 하시면 더 많은 정보를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1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정수호 2018-02-05 07:05:15
DNR 때문에 상당한 혼란을 겪을 수밖에 없을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