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화재, 문제는 탈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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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 화재, 문제는 탈출
  • 의료앤복지뉴스 기자
  • 승인 2018.02.05 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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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탈출방법에 대해 좀 더 고민하면 어떨까?"
윤재호 교육혁신팀장(한국보건복지인력개발원)
윤재호 교육혁신팀장
(한국보건복지인력개발원)

병원, 노인요양시설 등의 거동이 불편한 분들이 집단으로 거주하는 곳과 아동들이 가는 수련시설 등 나이를 막론하고 생활시설에 불이 났을 때 아주 큰 피해를 겪은 경험이 많다.

그것은 한국만이 아니라 일본에서도 종종 일어나는 일인데, 특히 장기요양을 필요로 하는 노인들이 집단으로 생활하는 노인장기요양시설이나 요양병원 등에서 사고가 일어나면 인명피해가 크게 일어난다.

최근 일어난 요양병원의 화재 사고 중, 2014년 5월 28일 전라남도 장성군에 있는 '효실천사랑나눔요양병원'에서의 화재로 21명이 사망하고 8명이 부상당했으며, 2017년에 일어난 제천 화재에서도 건강한 성인들이었음에도 29명이 사망하고 37명이 부상당하는 큰 사고가 있었다. 2018년 1월 26일 밀양에서 일어난 세종병원의 화재사고에서는 직원 3명을 포함한 38명이 사망하고 188명이 부상당했다.

왜 화재사고가 일어났을 때 많은 인명피해가 발생하는 것일까?

필자는 그 이유를 '탈출'에서 찾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2017년 제천에서 일어난 화재의 경우, 드라이비트공법으로 인한 연기로 질식사가 이뤄졌다는 의견이 많았으며, 2018년 밀양에서 일어난 화재에서도 같은 공법으로 만든 건물이 화재로 인한 연기발생에 대해 문제가 된다고 많이 알려져 있다.

그런데 앞으로의 해결을 위해 고민해보면 문제가 된 공법을 취약한 건물의 경우 법적으로 건축제한을 두어 처리할 수도 있겠지만, 이미 만들어진 건물을 정부재정을 들여 일괄적으로 고치는 것도 관리도 힘들고 비용도 많이드는 현실적으로 거의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나는 '탈출'에 방점을 둔 정책의 변화가 훨씬 효과적이라고 생각한다. 2017년 제천에서 일어난 화재의 경우 목욕탕의 통유리로 인한 탈출을 못해서  많은 사망자를 일으켰다는 평가가 일반적이다. 

화재나 재난시 탈출에 대해 한국의 모 요양병원의 사례를 보면서 이야기해 보면서 생각해보고자 한다.

예를 드는 요양병원은 광역시 중심가에 있으며 지상 5층, 지하 2층 규모의 약 300병상 이하의 요양병원이다. 이 곳에 쓰이는 내장재 중 디자인을 위해 시트지로 나무문양을 냈다.

인테리어필름의 대부분은 화재가 급속하게 확산되는 것을 막을 수 있도록 불이 붙기 쉬운 가연성 물질에 방염처리를 하기 위해 붙이는 경우가 많다.

다만 이 같은 방염시트지의 경우 훼손되거나 오래 사용하다 보면 그 효과가 떨어지게 되고, 시트 안쪽의 내장재가 화재에 취약한 경우가 많을 수 있기 때문에 화재가 났을 때 효과가 반감될 수 있다. 이와 함께 불에 잘 타는 물질을 시트로 덮고 있기 때문에 큰 불이 났을 때는 그 효과를 잘 생각해 봐야 한다.

또 시간이 지나 관리가 소홀해져서 시트가 벗겨지거나 찟어지기라도 한다면 효과가 반감될 수 밖에 없다.

필자는 건물마다 지정된 소방안전관리자가 소방시설을 잘 관리하고 사용법을 평소 숙달하고 있는 것도 중요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대피훈련과 직관적으로 피할 수 있는 대피로의 확보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우리나라의 소방관계법령에 의해 요양병원에는 건축단계에서부터, 기존 요양병원은 2018630일까지 스프링클러설비 등 강화된 소방시설을 의무적으로 설치하도록 규정되어 있다.

아울러 소방공무원이 현장방문을 통해 관리 여부와 대피훈련 등을 체크하고 있다. 정부의 정책도 아마 이와 같이 규제를 강화하고 그것을 관리하겠다는 것에 방점이 잡혔을지도 모를 일이다.

스프링클러설비도 중요하고 관련한 소방관련 훈련도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신축하는 곳에는 이런 소방시설이 잘 설비되어 있으며, 규정에 맞는 위치에 적절하게 설치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관련법에 맞게 설치된 이 깔끔한 건물에 불이 나면 스프링클러에서 물이 나올 것이고, 불은 순식간에 소화될 것이다. 그런데 무언가의 문제로 작동이 안 된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무언가의 실수로 불이 났을 때 동작이 안 한다면 어떻해야 할 것인가?

불이 나면 직관적으로 무조건 대피해야 한다.

복도 끝의 창문은 허리 위부터 창문이 있고, 창문 또한 작다

"불이야" 소리를 들으면 불난 사실을 확인하고 그 반대방향이든 도망을 치기 마련이다. 그것은 본능이고, 누가 가르쳐 주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이뤄지는 행동이다. 만약 이 병원에서 불이나서 대피를 해야 한다면 어디로 가야 할 것인지 생각해 봤다.

위 사진의 반대편은 복도의 끝이었다. 끝에는 허리 위부터 창이 나 있고, 창에는 조그만 창문이 달려있었다. 이 창문을 통해 탈출은 힘들 것 같고, 복도의 병실 반대쪽으로 있는 창문을 통해 탈출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였다.

 복도 끝에는 이렇게 사람이 나갈 수 있는 창문이 있었지만, 턱이 있어 휠체어가 움직일 수 없을 뿐만 아니라, 공간도 넓지 않아 건강한 성인도 탈출하기에도 상당히 비좁아 보였다.

비상구 표시가 별도로 없었기 때문에 화재 시 탈출을 위한 공간이 아닐 것으로 생각된다. 비상구는 간호스테이션이 있던 병동 가운데에 있는 탈출 계단이었는데, 어쩌면 탈출구가 그곳이 유일한 곳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분명 복도 한 쪽이나 병실에 화재 발생 시 대피로가 설명이 되어 있을 것으로 생각되지만 화재 발생 시 탈출구라는 것이 계단 한 두 개만 정해져 있다면 조금 불안하다는 생각이 든다.

2017년 제천 화재에서처럼 탈출구가 막혀있다면 그대로 죽음을 맞이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더구나 거동이 불편한 환자들이라면 더 위험하다는 생각을 할 수 밖에 없다.

불이 나면 가장 많은 사람이 있는 곳은 당연히 병실이다. 요양병원이나 요양시설의 경우 아직 한국에는 다인실이 많기 때문에 4~6명이 한 병실에서 생활하게 된다.

이들이 한꺼번에 탈출하기 위해 가장 좋은 곳은 어디일까? 나는 병실마다 있는 창문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이 병원의 창문은 중간에 턱이 있으며 벽면의 반을 창문이 있는데 그 중 1/3이 문을 열을 수 있는 창문이고 그나마 건강한 성인이 나갈 수 있는 정도의 크기였다. 원천적으로 탈출을 위한 문이 아닌 환기를 위한 문이였다.

물론 창문이 있으면 치매 어르신들이 열고 밖으로 나가는 등의 낙상사고가 있을 수 있기에 위험할 수도 있다는 비판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은 훈련이나 도구를 이용하여 다른 방법으로 해결할 수 있기 마련이다. 화재가 발생하면 열보다 연기로 질식해 사망하는 경우가 많다는데, 이럴 때 병실마다 창문으로 탈출할 수 있다면 어떨까?

병원에서 불이나면 병실에서부터 탈출하고, 안되면 병동의 복도 끝으로 탈출하고, 안되면 비상계단을 활용해야 한다. 불이나서 타 죽는 사고보다 질식으로 사고가 많다는데, 그러면 밖으로 대피를 먼저 해야할 것 아닌가?

병원에 불이나면 병동에서 바로 밖으로 나갈 수 있어야 생존 확률이 높을 수 있다.

여기에서 일본의 예를 통해 탈출하는 방법을 다시 생각해 보면 어떨까 생각한다.

2013년 나가사키시의 치매고령자그룹홈에서 화재가 발생하여 5명이 사망하고 7명의 사상자가 발생하였다. 이 사고로 인해 스프링클러에 대한 설치의무가 더욱 강화되었다.

위 사진은 나가사키시의 화재 개요에 대한 일본정부 총무성 소방청의 자료로 스크링클러의 효과를 설명하는 자료이지만 내가 관심이 가는 것은 탈출경로에 나온 복도의 확보이다.

일본의 요양병원과 노인요양시설의 경우 방마다 탈출경로가 확보되어 있으며, 이 곳을 통해 층의 한쪽 끝으로 가면 윗층에서 1층으로 탈출하는 슬라이드 탈출로가 확보되어 있다.

각 방에서 탈출할 수 있는 테라스가 있는데 휠체어가 충분히 이동가능한 공간이 확보된다. 이 공간을 통해 불이 났다는 소식을 듣는 순간 각 방마다 창문을 통해 테라스로 탈출하게 되고, 슬라이드 탈출로를 통해 1층으로 탈출하게 된다.

탈출로는 불이 타지 않는 소재로 되어 있어서 우선 테라스에 나오면 불이 나도 불로 인한 사상자도 발생되지 않게 된다.

불이 났을 때 이 글을 읽는 여러분들은 어떨 것 같은가?

군생활 할 때 산불을 끄기위해 삽한자루 들고 잔불진압에 투입 된 적이 있다. 잔불을 흙으로 끄며 나가던 중간에 바람의 방향이 바뀌면서 화염에 둘러싸인 기억이 있다. 불은 살아 움직이는 것이라는 것과 연기가 태양을 가리면 순식간에 어둠이 내려오는 공포를 느꼈던 경험이었다.

불은 살아 움직이는 것이고, 워낙 순식간에 일어나기 때문에 평소에 탈출구를 확인하고 불이 났을 때 직관적으로 탈출이 가능한 상태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화재 시 테라스로 나가서 상단의 둥근 원을 통해 아래로 탈출한다
화재 시 테라스로 나가서 상단의 둥근 원을 통해 아래로 탈출한다

일본은 요양시설의 화재 이후 스프링클러와 대피로 확보 등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새로 생기는 건물은 테라스를 통한 대피로와 스프링클러를 꼭 만들도록 규제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이미 규제화하고 있지만 문제는 이미 만들어진 건물의 경우 스프링클러를 설치하는 것이 만만치 않은 일이다. 그것을 일방적으로 시설운영자에게 부담하기도, 정부의 보조금으로 지원하기도 한계가 있을 것이다.

나는 요양병원과 요양시설의 화재 발생시 대응을 탈출을 관점으로 생각을 해 보길 권한다.

위에서 설명한 요양병원도 최근에 리모델링을 해서 소방과 관련한 설비들이 잘 구축되어 있지만, ‘탈출을 위한 곳이 매우 부족하다.

이에 제안한다.

소방 설비의 설치와 더불어 탈출을 위한 설비를 구축하는데 정부 지원금을 강화하자.

탈출을 위한 공간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시설을 조금만 보완해도 된다. 예를 들어 복도 한쪽에 휠체어가 나갈 수 있는 문을 만들고, 건물 외곽에 계단이나 대피공간을 만들 수 있도록 의무화 하자.

기존의 건물의 내부 보수를 많이 해야 하는 스프링클러와는 다르게 비교적 간단한 철골구조로 건물 외부에 설치가 가능하여 적은 비용으로도 설치가 가능하다.

이미 일부 요양병원이나 요양시설에서는 탈출구 확보를 위한 철골공사를 하는 곳이 있는 것으로 알고도 있고, 정부에서도 권장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는 있지만 보다 적극적으로 그러한 노력을 해 주면 어떨까 생각한다.

불이 나는 것을 방지하고, 불을 끄는 것을 방지하는 것도 중요하다. 이제는 탈출하는 방법에 대해 고민을 조금 더 많이 하면 어떨까?

다른 방법보다도 어쩌면 실질적으로 더 많은 사람을 구할 수 있고, 더 적은 비용으로 더 큰 효과를 낼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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