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혈경쟁 탓하기보다 3박자 갖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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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혈경쟁 탓하기보다 3박자 갖춰라
  • 이주영 기자
  • 승인 2019.09.02 0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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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우작전, 서비스 차별화, 경영자 철학이 관건
안정적인 환자군까지 확보하면 겁날 게 없다

 [기획] 제살깎기 경쟁에서 탈피한 요양병원들

A요양병원의 현 상황
충남에 위치한 A요양병원은 본인부담금은 할인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그래도 일부 미수금이 발생하는 게 현실이다.

간병비는 지난해까지 한 푼도 받지 못했다. 그러다보니 간병비에서만 매달 6800만원의 적자가 발생했다. 

그래서 A요양병원은 올해 1월부터 월 30만원, 중환자실 환자는 월 45만원 받고 있다. 완전하게 정착이 되지 않다보니 외주업체에서 파견한 간병사 인건비의 상당액을 병원이 대신 메워주고 있는 게 현실이어서 갈 길이 멀다.

A요양병원은 내년부터는 본인부담금, 간병비 모두 원칙대로 받을 계획이다.

이런 변화를 시도하는 과정에서 다른 요양병원으로 옮기는 환자도 일부 있었다. 그러나 피부로 느낄 정도로 타격이 발생하지는 않았다는 게 A요양병원 측의 설명이다.

A요양병원은 어떻게 제살깎기씩 할인경쟁을 극복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게 되었을까?

여우작전
A요양병원 관계자는 "여우작전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A요양병원은 3년 전부터 본인부담금을 조금씩, 조금씩 올렸다고 한다. 그것도 환자와 환자 보호자의 가정형편 등을 감안해 전략을 세웠다는 게 핵심이다.

환자 보호자에게 본인부담금 할인은 위법이라는 점과 비용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점을 납득할 수 있게 지속적으로 설명하는 것도 중요하다.

한꺼번에 본인부담금을 다 받는 것은 필패할 수밖에 없다는 게 A요양병원의 경험이다. 

서비스의 질적 차별화
A요양병원 관계자는 "여우작전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내 부모님을 모셔오고 싶은 요양병원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환자들은 결국 본인부담금이 싼 요양병원으로 갈 것"이라고 단언했다.

이 때문에 A요양병원은 의료진을 신뢰할 수 있는 병원, 10번을 마주치면 10번 인사하는 병원, 친절한 병원, 밥맛이 좋은 병원을 만들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고 있다고 한다. 

병원 경영자의 철학
A요양병원 관계자는 "이사장을 신뢰한다"고 말했다.

경영자가 투명하게 경영하고, 직원들을 배려하기 위해 노력한다고 믿는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이사장께서 늘 강조하는 게 '식대 아끼지 말고 365일 맛있는 밥을 만들어라' '환자 수에 의사, 간호인력 수를 맞추지 말고, 의사, 간호인력 1등급에 환자를 맞춰라'는 것이다. 그만큼 환자들을 위한 요양병원을 만들겠다는 의지가 강하다"고 밝혔다. 

그는 "환자가 줄어 의료진을 조정하면 어떠냐고 건의하면 절대 안된다는 게 이사장의 확고한 신념"이라고 덧붙였다.

경영자에 대한 신뢰는 직원들의 자발적인 참여로 이어졌다. 

A요양병원 행정직원들은 틈만 나면 병원홍보 플레카드를 만들어 대로변이든, 눈에 잘 띄는 산 중턱이든 걸고 다닌다고 한다. 기자가 A요양병원 단체카톡방을 보니 정말 매일같이 플레카드 게시 사진이 올라와 있었다. 

또 인근 마을을 돌며 어르신들에게 부채 등을 돌리며 병원을 홍보하고 있었다. 

A요양병원 관계자는 "경영자가 좋은 방향을 모색하는 모습을 보면서 직원들이 자발적으로 무엇을 할 것인지 고민하고 실천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결국 진료비를 정상화하기 위해서는 중장기적인 전략과 서비스 차별화, 경영자의 철학 등 삼박자를 갖춰야 연착륙할 수 있다는 게 A요양병원의 설명이다. 

한가지 더: 환자군 확보

우리나라에서 요양병원과 요양시설은 경쟁관계다.

하지만 A요양병원은 과감하게 인근 요양원 원장들을 명예홍보이사로 위촉하고 상생을 모색해 나갔다.
요양원 입소자 중 치료가 필요한 환자를 입원치료한 뒤 다시 돌려보내기로 한 것이다.

요양원에서 폐렴이 발생해 급성기병원에 1주일만 입원해도 본인부담금이 100만원 넘게 나오지만 요양병원에서는 40만~50만원밖에 나오지 않는다. 

치료가 끝난 환자를 다시 해당 요양원으로 보내고, 진료비 부담도 적다보니 요양원도, 환자 보호자도 대만족이었다. 그야말로 '누이 좋고 매부 좋고'고 된 셈이다.  

요양원과 신뢰가 쌓이면서 수혈, 욕창, 감기, 건강검진 등으로 협력관계가 확장됐고, 환자를 유치하기 위해 경쟁하던 관계가 어느새 선순환구조로 전환됐다.

이 과정에서 A요양병원은 안정적인 환자군을 확보할 수 있었고, 진료비 정상화로 환자가 줄면 어쩌나 하는 걱정을 덜 수 있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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