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의료전달체계 대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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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의료전달체계 대책
  • 장현우 기자
  • 승인 2019.09.05 0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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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장성만 강화, 대형병원 환자 집중 외면

[초점] 9·4 의료전달체계 개선 단기대책 발표 배경

보건복지부는 4일 의료전달체계 개선 단기대책을 발표했다.

경증환자들의 대형병원 이용을 줄이고, 중증환자 진료를 늘리도록 상급종합병원 지정기준과 수가를 개편하는 한편 상급종합병원 명칭 중증종합병원으로 변경하는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대형병원으로 환자가 계속 몰려 적정 의료 보장과 효율적 의료체계 운영이 어려운 지경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심각한 의료왜곡

2008년과 2018년 의료기관 종별로 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수령한 진료비 총액을 보면 상급종합병원이 5조 5천억원에서 13조 5천억원으로 8조원 증가했다.

반면 의원은 8조 3천억원에서 15조 3천억원으로 증가하는데 그쳐 상급종합병원의 진료비 증가가 두드러진다.

지난 10년간 진료비 점유율도 의원급은 지속적으로 하락한 반면 상급종합병원은 급증 추세다.

같은 기간 진료비 점유율 변화를 보면 상급종합병원은 24.6%에서 27.7%로 3.1%, 종합병원은 24.6%에서 26.6%로 2%, 병원은 0.8% 증가했지만 의원은 37.5%에서 31.4%로 6.1% 감소했다.

그만큼 대형병원으로 환자가 집중됐다는 의미다.

외래일수·입원일수 등 의료 이용량도 10년간 상급종합병원이 타 종별에 비해 더욱 가파른 성장세를 보였다.

지난 10년간 전체 외래가 22% 증가하는 동안 중증 입원환자 진료가 중심이어야 하는 상급종합병원의 외래는 66%나 증가했지만 외래진료를 주로 하는 의원은 외래점유율은 81.3%에서 75.6%로 하락하는 왜곡현상이 발생했다. 

이런 왜곡현상은 지역별 이용에서도 나타났다. 서울과 수도권 상급종합병원을 이용하는 지방환자 비율은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추세이며, 특히 서울의 소위 빅5 대형병원의 지방환자 비율은 외래가 18.2%에서 23.9%로, 입원이 29.5%에서 36.1%로 급증했다.

의료 이용·제공의 문제점
이런 의료전달체계 왜곡은 어떤 문제를 초래할까?

우선 의료 질 저하를 초래할 수밖에 없다.

의협 관계자는 "대형병원으로 환자 집중이 가중될수록 안전하고 적정한 진료를 보장 받기 곤란하고, 상급종합병원 진료가 필요한 중증환자들의 장간 대기, 짧은 진료 등으로 치료적기를 놓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만성질환자는 지역사회에서 포괄적이고 꾸준한 관리가 필요하지만 대형병원에서 장기처방 중심으로 진료하면 치료효과가 떨어지는 문제를 초래할 수 있다. 

의료의 비효율성도 심각하다.

병‧의원급에서 치료 가능한 경증질환을 더 높은 진료비가 발생하는 상급종합병원에서 진료함에 따라 자원 활용의 비효율성을 야기하고, 의원, 병원, 종합병원, 상급종합병원 등 모든 종별 의료기관이 동일 환자군을 두고 경쟁하는 야생과 같은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아울러 서울과 수도권에 환자가 계속 집중하면 지역 편차로 인해 지방 중소병원은 의료서비스 제공 역량을 높일 기회를 상실할 수도 있다.

이같은 의료전달체계 왜곡 우려는 박근혜, 문재인 정부에서 보장성강화 대책을 발표할 때마다 의료계에서 제기한 사안이기도 하다.

의협 관계자는 "보장성강화 대책만 발표하고, 의료전달체계 왜곡 가능성에 대비한 정책을 외면하면서 촉발한 것"이라면서 "정부가 단기대책이 내놓긴 했지만 정말 왜곡현상을 개선할 의지가 있는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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