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의료가 한국과 다른 6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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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의료가 한국과 다른 6가지
  • 안창욱 기자
  • 승인 2018.02.07 05:05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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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대석 교수, 연명의료결정법 문제점 지적
"규제와 벌칙 조항 많고, 법으로 모든 상황 규정"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라는 의학적 판단이 선행된 환자에 대해 연명의료를 시행하거나 중단할지를 환자 스스로 결정할 수 있도록 하고, 그 결정을 법적으로 보호해 환자의 자기결정을 존중하기 위한 연명의료결정법이 4일부터 시행됐다. 그러나 벌써부터 일부 문제점이 노출되면서 벌써부터 '방어진료'를 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편집자 주]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초점] 연명의료결정법 무엇이 문제인가?

연명의료결정법은 말기 및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를 대상으로 호스피스·완화의료를 제공하고,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의료에 대한 환자의 자기결정을 존중하자는 취지에서 제정됐다.

환자의 자기결정권을 반영하는 서식은 세 가지가 있다. 전통적으로 사용해 오던 방식이 심폐소생술금지동의서(DNR)이고, 건강할 때 미리 작성하는 사전연명의료의향서, 중병으로 입원했을 때 작성하는 연명의료계획서다.

우리나라 연명의료결정법이 인정하는 양식은 사전연명의료의향서와 연명의료계획서이다.

연명의료계획서란 말기환자 등의 본인 의사에 따라 담당 의사가 환자에 대한 연명의료 중단 또는 유보 결정 및 호스피스에 관한 사항을 계획해 문서로 작성한 것을 의미한다.

사전연명의료의향서는 19세 이상인 사람이 자신의 연명의료 중단 또는 유보 결정 및 호스피스에 관한 의사를 직접 문서로 작성한 것을 말한다.

서울대병원 허대석 교수는 연명의료결정법 시행에 맞춰 최근 '우리의 죽음이 삶이 되려면(글항아리 출판, 사진)’'저서를 발간, 임종과 관련한 의료 및 사회제도적 문제점과 개선방향을 제시했다.

다음은 책 내용을 요약한 것이다.

미국과 한국의 차이

미국의 연명의료계획서제도(POLST)와 한국의 연명의료결정서 사이의 가장 중요한 차이는 미국에서는 보호자에 의한 대리결정을 인정하지만 한국은 본인이 서명한 경우에만 유효하다고 보는 점이다.

임종기 환자의 연명의료결정에 이렇게 까다로운 법을 적용하는 나라는 없다. 미국, 일본, 타이완 등은 가족에 의한 대리결정을 허용하고, 유럽 국가들은 별도의 법적 절차 없이 의사들이 판단해서 결정한다.

우리나라는 인정 안하는 DNR

대부분의 나라에서 연명의료 중단을 하는데는 엄격한 법 적용을 하지만 연명의료 유보는 DNR과 같은 간단한 서식으로 처리하는데, 우리나라 법은 '유보'도 '중단'과 동일한 수준의 복잡한 서식 절차를 요구하고 있다

심폐소생술금지동의서는 주로 말기 환자에게서 연명의료를 하지 않겠다는 유보의사를 밝히는 목적으로 사용된다. 가족 보호자, 대리인이 환자의 자기결정권을 대신 반영한다는 취지다.

영국, 캐나다, 호주와 같은 나라에서는 환자나 가족의 서명조차 요구하지 않는다. 말기환자에게 심폐소생술을 하지 않는 것이 보편적 가치에 부합되기 때문에 의사 한 명의 판단으로도 타당성을 인정받고 있다.

최소 7개의 서류를 구비해야 하고, 이를 위반하면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을, 기록을 보존하지 않으면 3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우리나라는 최소 7개의 서류를 구비해야 하고, 이를 위반하면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기록을 보존하지 않으면 3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미국이나 캐나다의 일부 주에서는 의사 외에 간호사 한명의 서명만으로도 심폐소생술금지를 결정하도록 허용하고 있다.

연명의료결정법이 '중단' 중심으로 구성되면서 (DNR과 같은) '유보'와 관련된 절차에 적용하는데 문제가 많다. '유보'의 경우 DNR 제도가 사용되어 왔다. 유보와 관련된 법률이 정리되지 않으면 혼선은 피할 수 없을 것이라 여겨진다.

하지만 응급의료법에 따른 응급상황 환자는 연명의료결정법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 이 경우 심폐소생술 시행 여부를 결정하는 데 DNR 서식을 사용할 수 있으며, 실제 현장에서도 사용될 것으로 예상된다.

말기와 임종기 구분이 쉽지 않다

우리나라 법에서는 호스피스 신청은 말기를 기준으로 하고, 연명의료 결정은 임종기에 해야 한다고 정하고 있다. 미국, 유렵, 일본, 타이완 등에서는 말기와 임종기를 구분하지 않고 모두 말기로 통일해서 적용한다. 임상 현장에서 말기와 임종기를 구분하는 것은 쉽지 않다. 암 외의 만성질환자에게서 이 것은 더더욱 어려운 탓에 이로 인한 혼선이 우려된다.

규제 및 벌칙 조항이 많다

법에 명시되지 않은 것은 모두 불법으로 규제하려 한다. 또 우리나라는 3년 징역형까지 처벌할 수 있는 등 복잡한 벌칙 조항을 두고 있다. 이로 인해 방어진료의 일환으로 불필요한 연명의료가 조장될 위험이 있다. 해외 사례를 살펴보면 타이완에서만 연명의료결정과 관련해 벌금 조항을 두고 있고, 다른 나라는 별도로 규정한 바가 없다.

의료진과 환자 가족이 공모해서 환자에게 불리한 결정을 할 수 있다는 것을 우려해 한국은 규제 중심으로 법과 시행령, 시행규칙이 만들어졌다.

많은 문서 작업을 요구한다

국제적으로 사전연명의료의향서, 연명의료계획서, DNR 등 세가지 서식 중 하나만 작성하면 된다. 반면 우리나라는 사전연명의료의향서, 연명의료계획서 외에도 임종 과정에 있는 환자 판단서, 연명의료중단 등 결정에 대한 환자 의사 확인서, 연명의료 중단 등 결정 이행서를 추가로 작성하게끔 요구한다.

이런 문서는 의사 2인 이상의 확인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규모가 작은 요양병원 등에서는 수행하기 어려운 요구사항이다. 특히 소수의 의사들이 근무하는 요양병원같은 의료시설에서 2인의 의사가 상주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점까지 고려하면 대부분의 선진국처럼 의사 1인의 판단을 전제로 법을 운영하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

법으로 모든 상황 규정하려 한다

미국의 연명의료결정법(Patient Self Determination Act)2페이지 분량의 선언적 입법이다. 대신 미국의사회의 윤리지침에는 40여 페이지 분량의 자세한 내용을 제시하고 있다.

한국은 미국과 정반대다. 연명의료법과 시행령, 시행규칙, 서식을 합치면 40페이지가 넘는다. 반면 대한의사협회의 윤리지침은 1페이지다. 진료현장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모여 법을 만들고 집행하겠다며 탁상공론을 반복해온 결과다.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환자 상태가 갑자기 악화되어 심폐소생술을 해야 할지 혹은 중환자실로 가야할지 짧은 시간에 결정해야 할 경우, 연명의료결정법에서 요구하는 서식을 모두 갖추기 어려운 일들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때는 의료기관에서 오랫동안 사용해온 DNR을 작성할 것을 추천한다. 현재 법에서는 DNR 서식의 법적 위치에 대해 구체적인 조항을 마련해두지 않았지만 응급의료행위 여부에 동의를 받는 절차로서 문서화해두면 환자 가족과 의료진이 협의를 통해 결정되었음을 뒷받침하는 서류가 될 것이다.

중증환자가 많은 의료기관에는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작성하려는 환자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전담창구를 마련해 사전연명의료의향서 등록기관으로 지정받는 것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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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쿡 2018-02-07 07:33:43
한국은 의사를 불신하지만 미국은 신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