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병원, 요양병원 암환자 진료거부 심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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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병원, 요양병원 암환자 진료거부 심각
  • 안창욱 기자
  • 승인 2020.04.10 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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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암치료차 내원하면 코로나19 검사, 1인실 강요

한국암환자권익협의회(대표 김성주)는 대학병원 등이 코로나19 방역을 빌미로 요양병원에 입원중인 암환자들을 확진자 취급해 과도한 진료비를 요구하는 횡포를 벌이고 있다고 성토하고 나섰다.

한국암환자권익협의회는 9일 보도자료를 통해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코로나19 난국을 극복하는데 동참해야 한다는 점에 이론의 여지가 없지만 대형 상급병원들의 횡포가 심각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요양병원 암환자들이 상급병원에 항암, 방사선치료를 위해 내원하면 코로나19 증상이나 해외여행력 등이 없음에도 코로나19 의심환자 취급하며 진료거부, 과도한 검사비 및 병실료 떠넘기기 등을 일삼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암환자권익협의회는 몇가지 심각한 사례를 제시했다.

모 요양병원에 입원중인 A씨는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에 항암치료를 받으러 갔다가 진료를 받을 수 없다는 말을 듣고 되돌아와야 했다.
 

서울성모병원은 A씨에게 문진표를 작성하도록 했는데, 문진표에는 □해외 방문 □코로나19 확진자 접촉 □발열 □기침, 가래, 인후통, 호흡곤란 등 □국내 특별재난구역(대구, 경산, 봉화, 청도 등) □집단감염 발생지역(신천지, 콜센터 등) □요양병원, 요양원, 한방병원 재원 등에 해당하면 체크하도록 했다. 

‘문진표를 허위 작성시 100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될 수 있다’는 무시무시한 경고 문구까지 적혀 있었다.

서울성모병원은 A씨가 요양병원 재원 중이라고 체크하자 대뜸 코로나19 진단검사를 받고, 격리병실에서 대기한 뒤 음성 판정이 나와야 입원할 수 있다고 말했다.

18만원에 달하는 검사비용도 환자가 부담해야 한다는 게 서울성모병원의 설명이었다. A씨는 너무 당황스러워 항암치료를 포기하고 발길을 돌렸다.
 
요양병원에 입원중인 대장암환자 B씨도 항암치료를 받기 위해 서울성모병원에 갔다가 황당한 일을 당했다.

서울성모병원은 B씨가 요양병원에 입원하고 있다고 하자 코로나19 진단검사를 받아야 하고, 검사 결과 음성으로 나오더라도 1인실에 입원해야 한다고 통보했다.

B씨는 “전에는 다인실에 입원해 항암치료를 받았는데 왜 1인실에 입원하라고 하느냐”고 물었지만 병원 방침 상 어쩔 수 없다는 답변만 들었다. B씨는 하루 50만원에 달하는 1인실에 5일이나 입원할 처지가 되지 않아 항암치료를 포기하고 요양병원으로 되돌아왔다고 한다. 

혈액암환자인 C씨 역시 항암제를 처방 받기 위해 모 대학병원에 갔다가 이상한 이야기를 들었다. 우선 선별진료소에서 코로나19 진단검사를 받고 20일간 자가격리한 뒤 다시 오라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만약 요양병원에 입원해 있다가 오면 진료 받을 수 없으니 알아서 하라고 했다. 이 때문에 C씨는 왜 그렇게 해야 하는지 이유도 듣지 못한 채 요양병원을 퇴원할 수밖에 없었다.  

암환자권익협의회 김성주 대표는 “암환자가 요양병원에 입원해 있다는 이유만으로 코로나19 의심증상도 없는 이들에게 수 십만원의 검사비를 전가하고, 1인실 입원을 강요하는 것은 절박한 상황에 처한 암환자에 대한 횡포”라고 비판했다.  

확인 결과 서울성모병원뿐만 아니라 상당수 상급병원들이 요양병원 입원환자에 대해 코로나19 진단검사, 격리 등을 강요하고 있다.

김성주 대표는 “이는 상급병원들이 법적인 근거도 없이 힘없는 중증암환자에게 부당한 차별을 가하는 행위로 간주할 수밖에 없고, 의료법을 위반한 진료거부”라고 강조했다.

김 대표는 “암환자들은 항암이나 방사선 치료 등에서 촌각을 다투는데 상급병원은 코로나19 진단검사를 해야 한다는 이유로 항암치료 일정을 일방적으로 연기해 암환자의 심리적 불안감도 증폭시키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암환자권익협의회는 상급병원들이 중증암환자에 대해 일방적으로 시행중인 코로나19 검사와 검사비 강요, 부당한 1인실 입원을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특히 암환자권익협의회는 “보건당국은 암환자들을 차별하고, 코로나19 검사 및 1인실 입원 강요 행위를 하고 있는 대학병원, 종합병원들을 전수조사해 엄벌하라”고 요구했다.

대한요양병원협회도 최근 보건복지부 코로나19 중앙사고수습본부에 급성기병원의 요양병원 암환자 입원거부에 대한 시정을 요구하는 공문을 발송했다.

요양병원협회는 “급성기병원에서 요양병원에 입원한 암환자에 대한 항암치료, 입원 거부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면서 “이는 관련 법 위반 문제를 넘어 항암치료 기회 보장이라는 측면에서 심각한 문제인 만큼 정부 차원의 점검과 관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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