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양병원이 연명의료결정 꺼리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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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양병원이 연명의료결정 꺼리는 이유
  • 안창욱 기자
  • 승인 2018.03.08 08:45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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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리위원회 설치 기관 13곳 불과
"연명의료계획서 업무 복잡하고, 수가도 없다"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연명의료결정법이 시행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의료기관윤리위원회를 설치한 병원이 백여개에 불과하고, 대부분의 요양병원 역시 당분간 관망하겠다는 입장이다. 

특히 의료기관윤리위원회를 설치하고, 환자로부터 연명의료계획서 등록을 받고 있는 요양병원들조차 절차가 너무 복잡하고, 애매한 상황이 많을 뿐만 아니라 비용을 보전해 주지 않는 정부의 조치에 대해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7일 국립연명의료관리기관에 따르면 의료기관윤리위원회를 설치한 의료기관은 서울대병원을 포함해 전국에서 총 111개에 지나지 않는 것으로 집계됐다.

상당수 대학병원조차 의료기관윤리위원회를 만들지 않고 있는 게 현실이다.

요양병원도 의료기관윤리위원회를 설치한 곳은 서초참요양병원, 보바스기념병원, 가은병원, 효사랑전주요양병원, 희연병원을 포함해 13곳으로 저조하기는 마찬가지다.

지난달부터 시행에 들어간 연명의료결정법에 따르면 연명의료 중단 또는 유보 결정과 이를 이행하기 위한 업무를 수행하려는 의료기관은 반드시 의료기관윤리위원회를 구성해야 한다.

윤리위원회는 위원장 1명을 포함해 5명 이상 20명 이하의 위원으로 구성하되, 해당 의료기관에 종사하는 사람으로만 구성할 수 없고, 의료인이 아닌 종교계·법조계·윤리학계·시민단체 등의 추천을 받은 사람 2명 이상을 포함시키도록 하고 있다.

병의원들이 의료기관윤리위원회를 설치하지 않는 이유는 뭘까?

A요양병원 관계자는 "연명의료결정법을 시행하기엔 절차가 너무 복잡하고, 가뜩이나 인력이 부족한데 연명의료계획서 작성 업무까지 부담하기가 벅차 엄두가 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윤리위원회를 설치했다고 해서 연명의료 중단 등이 원만하게 진행되는 것도 아니다.

B요양병원은 의료기관윤리위원회를 설치한 뒤 3명의 환자로부터 연명의료계획서를 받았다.

하지만 B요양병원 관계자는 "막상 연명의료계획서대로 연명의료 중단을 이행하려고 보니 어떻게 해야할 지 난감한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연명의료계획서를 작성해 둔 환자가 의식이 없는 상태에서 임종과정에 접어들 경우 의사 2인이 연명의료계획서를 확인한 후 연명의료 중단 내지 유보에 들어가면 된다.

하지만 환자 보호자 중 누군가 연명의료결정법 이행에 반대하고 나서면 의료기관 입장에서는 난감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의료기관윤리위원회가 이런 문제를 심의할 수 있지만 '자문기구'이다보니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는 게 B요양병원의 설명이다.

C요양병원도 비슷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C요양병원 원장은 "아무래도 의료기관윤리위원회를 설치하면 연명의료 중단 등의 결정을 할 수 있으니까 환자를 존엄한 죽음에 이르게 하는데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다만 그는 "실제 환자가 연명의료결정계획서를 작성하는 과정에서 현실과 맞지 않는 항목이 일부 있고, 환자 보호자들도 막상 연명의료를 중단하는 것을 받아들이기 힘들어하는 게 현실"이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환자가 연명의료계획서를 작성했다고 하더라도 전원한 의료기관에 의료기관윤리위원회가 설치되지 않으면 연명의료중단 결정을 내리지 못하도록 하는 등 일부 제도 개선이 시급한 것도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그는 "연명의료 중단 또는 유보 과정에 상당한 인력과 시간 등이 투입되지만 보건복지부가 비용을 전혀 보전하지 않는 건 문제"라고 꼬집었다.

보건복지부는 연명의료 중단 또는 유보하는 의료기관에 대해 수가를 지급하는 시범사업을 시행하고 있지만 요양병원은 비용을 받을 수 없다.

의료기관윤리위원회를 설치하고 연명의료 대상이 되는 심폐소생술, 인공호흡기 착용, 혈액투석, 항암제 투여 등 4가지 의학적 시술이 모두 가능한 의료기관에 한해 말기환자 등 관리료, 연명의료계획료, 연명의료이행관리료, 연명의료결정협진료 등을 청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C요양병원 원장은 "똑같이 연명의료결정 행위를 하는데 대형병원은 수가를 주고, 요양병원은 안준다는 게 말이 되느냐"면서 "요양병원은 감염관리료도, 환자안전관리료도, 연명의료결정 시범수가도 안주는 건 형평에 맞지 않다"고 질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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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명의료 2018-06-19 09:02:51
그동안 의료 현장에서 DNR 한장으로 다 되던걸 더럽게 복잡하게 만들어 놓고 지키래.
의무만 있고 수가는 없는데 누가 하리오?

김윤수 2018-03-08 09:01:44
인력도 늘려야 하고, 업무도 늘어나는데 환자도, 정부도 비용을 지불하지 않는 게 말이 되나? 공짜 점심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