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환자는 입원 시키지 말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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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환자는 입원 시키지 말라고요?"
  • 안창욱 기자
  • 승인 2018.03.29 0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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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평원·보험사 횡포에 환자도, 요양병원도 분노

"암환자가 왜 신체기능저하군이냐!"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A요양병원에 입원중인 K(·65).

K씨는 10여전 전 대학병원에서 유방암으로 융강경수술을 받고 항암제를 복용해 오다가 암이 전이되면서 얼마 전부터 방사선, 항암 치료를 받고 있다.

K씨는 우측 어깨, , , 앞가슴부터 하복부까지 부종이 관찰되고, 우측 앞가슴부터 하복부까지 짙은 구형 가피가 여러 개 있으며, 군데군데 진물이 말라붙은 게 보여 하루에 한두번 드레싱을 받아야 한다.

또 항암제, 항간전제, 골관절염약, 제산제, 이뇨제, 항생제를 복용하고, 3종류의 마약성 진통제와 마약성 패치까지 붙여야 통증의 고통에서 다소 벗어날 수 있다.

또 정형외과에서 처방받은 관절염약, 골격근이완제, 소화성궤양용제, 우울증 치료제 등도 복용해야 한다.

A요양병원은 K씨에 대해 통증 조절과 피부전이 병소 관리, 면역 및 지지치료를 하고 있는데 통증 완화가 제일 중요한 치료 중 하나다

환자분류표 대로 하면 K씨는 의료중도에 해당한다.

요양병원 환자는 입원치료 필요도에 따라 의료최고도, 의료고도, 의료중도, 의료경도, 문제행동군, 인지장애군, 신체기능저하군 등 7개등급으로 분류하고, 등급별로 수가가 차등 지급되는데 신체기능저하군이 가장 낮다.

요양병원 환자분류 기준에 따르면 경미하거나 중등도의 통증이 매일 있는 환자는 의료중도에 해당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K씨 역시 매일 마약성 진통제를 복용하고, 패치까지 붙이고 있어 수가 기준을 적용하면 의료중도에 해당하지만 심평원은 이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A요양병원 역시 K씨를 의료중도가 아닌 신체기능저하군으로 분류해 심평원에 진료비 심사를 의뢰하고 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며 심평원이 등급을 강등하고, 이런 상황이 반복되다보면 상습적으로 부당청구하는 요양병원으로 찍혀 현지조사를 받지 않을까 우려되기 때문이다.

K씨를 포함해 A요양병원에 입원중인 암환자의 30~40%가 의료중도에 해당하지만 요양급여기준은 기준일 뿐이다.

A요양병원 측은 요양급여기준대로 하자면 이런 암환자는 의료중도에 해당하지만 심평원은 합리적 근거를 제시하지도 않고 자기들 멋대로 신체기능저하군으로 등급을 떨어뜨려 수가를 지급하고 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심평원이 요양병원에 입원중인 암환자를 신체기능저하군으로 판단한다는 것은 이들을 사회적 입원군 내지 외래진료를 받아도 되는 환자들이라고 간주한다는 의미를 내포한다.

모든 암환자는 신체기능저하군!!

A요양병원의 암환자 전부가 신체기능저하군인 게 현실.

A요양병원 측은 “2007년 환자분류표를 만들 때 매일 마약성진통제를 복용할 정도의 통증이 있는 암환자는 당연히 의료중도에 해당할 것으로 판단했는데 요양병원에 입원해 항암, 방사선 치료를 받는 암환자가 늘어나자 심평원이 자의적인 심사잣대를 들이대며 무차별적으로 등급을 강등하는 게 현실이라고 비판했다.

A요양병원 측은 더 기가 막힌 건 심평원이 어떤 근거로 암환자들의 등급을 강등하는지 아무도 모른다는 것이라며 이는 심평원의 폭거라고 못 박았다.

이어 그는 모르핀 주사를 맞지 않으면 의료중도로 인정하지 않는다는 이야기가 있는데 암환자 중에 모르핀 주사를 맞는 환자가 얼마나 되겠느냐면서 이 말은 호스피스병동에 입원할 정도가 돼야 의료중도로 인정하겠다는 의미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B요양병원은 더 큰 진료비 칼질을 당했다.

심평원은 B요양병원 암환자에 대해 신체기능저하군으로도 인정하지 않고 아예 외래환자로 판단, 1일 외래수가 8천원만 지급하겠다고 통보했다.

B요양병원 원장은 항암이나 방사선치료를 받고 있는 암환자는 엄청난 공포와 함께 스트레스를 호소하고 영양관리와 적절한 운동이 필수이기 때문에 의료적 관리가 매우 중요하다면서 하지만 보건복지부와 심평원에서 이를 사회적 입원으로 간주하면서 고스란히 환자들에게 피해가 전가되고 있다고 맹비난했다.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요양병원이 암환자에게 불필요한 입원과 과도한 진료를 한 것은 불법행위에 해당한다며 민간보험사가 요양병원을 상대로 환자에게 지급한 보험금을 반환하라고 민사소송을 제기한 사례까지 있을 정도다.

C요양병원은 암 진단을 받아 항암화학요법, 방사선치료를 받았거나 치료중인 환자들을 입원시킨 뒤 보존적 치료와 고주파온열암치료, 면역증강제, 통증관리 등을 시행했다.

암환자들은 C요양병원에 진료비를 지급한 후 자신들과 암보험 계약을 체결한 D보험사에 보험료를 청구했다.

암환자 20명이 D보험사에 청구한 보험금은 총 2억여원.

그러자 D보험사는 “C요양병원이 입원할 필요가 없는 암환자들을 불필요하게 입원하게 하고, 불필요한 진료행위, 필요한 범위를 넘는 과다한 진료행위를 해 보험사가 환자에게 보험금을 지급하게 했다면서 C요양병원의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를 배상하라며 2015년 민사소송을 제기하고 나섰다.

이에 대해 서울동부지법은 지난해 7D보험사의 청구를 기각했다.

법원은 암은 한 번의 치료로 완쾌되는 게 아니고, 지속적인 관리와 치료가 필요하며 재발 가능성이 커 환자들이 요양병원에 입원한 것을 위법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환기시켰다.

법원은 방사선치료를 받은 암환자는 요양병원에 입원해 수면, 변비, 통증, 오심 등의 내과적 문제의 관리, 식사요법 등의 요양관리를 받는 것이 필요하고, 항암화학요법 또는 방사선치료를 받은 암환자가 구토, 전신 위약감 등을 호소할 때에도 요양병원 입원 대상에 해당될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법원은 요양병원 입원 대상은 주로 요양이 필요한 자이며, 심신의 회복과 같은 장기간 요양을 목적으로 할 때에도 입원 필요성이 인정된다고 보는 게 타당하다환자들 중 일부가 입원기간 중 다소 외출, 외박한 사실이 있다는 점만으로 입원 필요성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선을 그었다.

특히 법원은 C요양병원이 셀레늄 결핍 암환자에게 셀레나제를 투여하고, 미슬토 성분이 들어간 압노바비스쿰 주사 처방, 고주파온열치료를 한 것을 불필요한 진료행위로 볼 수 없다고 결론 내렸다.

이들 치료가 항암제와 방사선 치료 부작용을 경감시키고, 면역력을 증가시킨다는 연구결과가 있어 불필요한 진료행위나 과잉진료로 볼 수 없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요양병원이 암환자들과 공모해 보험사기 행위를 했다거나 진료비 할인 등으로 환자를 유인해 부당한 입원 치료를 했다고 보기 어렵고, 환자들에게 불필요한 입원을 권유했다고 인정할 증거도 없다며 보험사 패소 판결을 선고했다.

하지만 요양병원들은 이번 소송이 끝이 아니라 시작일 수 있다고 우려하는 분위기다.

요양병원이 승소하긴 했지만 앞으로 요양병원에서 입원 치료하는 암환자가 증가하면 할수록 민간보험사의 간섭과 진료비 지급거부 움직임이 더욱 거세질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요양병원들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D요양병원 원장은 비록 보험사가 패소하긴 했지만 앞으로 이런 식의 소송이 들어오면 요양병원은 암환자를 진료하는데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아울러 D원장은 보험사들은 암환자들이 요양병원에 입원한 것을 항암, 수술, 방사선치료와 같은 직접치료와 관련이 없다고 일방적으로 판단해 암일당 진료비 지급을 거부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고 걱정했다.

특히 그는 심평원도 민간보험사의 논리 그대로 암환자들이 요양병원에 입원하지 못하게 하려고 수가를 삭감하고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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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근아 2018-03-30 03:59:22
대한민국 암환자는 참 혼란스럽네요. 어느기관은 암환자를 중증환자로 분류해 잘 만들어진 제도로 혜택을 주고, 어느 기관은 신체기능저하군으로 분류해 치료도 못받게 위협을 가하고 있는 격이네요. 세금 또는 국민의 재산권을 거둬 들일때는 좋은 모양새를 갖추고 막상 국민이 가장 필요한 때에는 온갖 술수를 써서 암환자들의 건강권, 인권까지 짓밟고 있는 이중적 잣대를 들이대는 그 뒷 배경에 뭐가 있을까 참 궁금해집니다. 국민을 위한 심평원인지, 재벌 주주를 위한 심평원인지! 암걸린 국민이 암치료도 제대로 못받게 방치,방해하는 기관이 심평원인거네요? 암환자들은 현재 보험료내놓고도 이중, 삼중적 스트레스로 불안해서 치료에 전념도 못하고 있습니다. 의료관계자님들 제발 한목소리로 대응책 좀 모색해 봐 주십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