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낱 '다인실' 취급받는 요양병원 집중치료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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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낱 '다인실' 취급받는 요양병원 집중치료실
  • 안창욱 기자
  • 승인 2022.01.20 07:28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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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설 투자, 인력 집중 배치해도 수가 없어 적자
"요양병원형 기준과 수가 신설하면 일석삼조"

보건복지부가 일정 기준을 충족한 요양병원 9인실 이상 집중치료실에 대해 1월부터 6개월간 입원료 30% 감산 조치를 유예한 가운데 '요양병원형 집중치료실' 시설기준과 별도 수가를 신설해 중환자 치료 전문성을 살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최근 요양병원이 의료고도 이상 폐렴이나 패혈증 등으로 집중적인 간호·관찰이 필요한 환자를, 일정 기준을 충족한 9인실 이상 병실에 입원시킨 경우 올해 1월부터 적용되는 9인실 이상 다인실 입원료 30% 감산 대상에서 6개월간 유예 조치했다.  

보건복지부가 제시한 일정 기준을 충족한 9인실은 △무정전시스템 △병상마다 중앙공급식 의료가스시설 △3병상 당 1대의 산소포화도, 맥박수, 호흡수를 감시할 수 있는 환자감시장치 △심폐소생술 등 응급처치 장비 △병상마다 비상연락장치 등이다. 

여기에다 의료기관 '인증' 또는 '조건부 인증', 의사 및 간호등급 1등급이어야 한다.

하지만 7월 이후에는 보건복지부가 제시한 시설기준을 충족하더라도 9인실 이상이면 입원료가 30% 감산된다. 요양병원 '집중치료실' 자체를 인정하지 않겠다는 게 보건복지부의 입장이다.   

요양병원 집중치료실은 한낱 '다인실'에 불과할까?

수원효요양병원 집중치료실
수원효요양병원 집중치료실

수원효요양병원은 전체 197병상 중 36병상을 중환자들을 위한 집중치료실로 사용하고 있다. 

이를 위해 약 2억원을 투입해 인공호흡기, 환자모니터링장치 등 대학병원에 버금하는 시설을 갖췄다.  

일반병동보다 간호사 수도 훨씬 많다. 다른 병동에는 8명의 간호사가 근무하지만 집중치료실에는 14명을 투입하고, 야간 역시 2명이 당직근무를 한다.     
집중치료실의 경우 업무가 고되고, 스트레스를 더 받다보니 일반병동 간호사보다 급여도 훨씬 더 높게 책정할 수밖에 없다고 한다.  

그러나 수원효요양병원 집중치료실은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  

수원효요양병원 박성국 원장은 "상급종합병원 중환자실은 기본 입원료가 30만원이 넘지만 요양병원은 이에 버금가는 의료장비를 갖추고, 유사한 환자군을 치료하지만 별도 수가가 없다"면서 "합당한 보상이 없는 상태에서 인력을 더 투입하다보니 적자가 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개탄했다. 

지방의 B요양병원도 사정은 비슷하다.  

B요양병원 집중치료실 역시 일반병동보다 1.5배 많은 간호사를 투입하고, 인건비도 상대적으로 높다보니 적자가 쌓이고 있다.  

B요양병원 원장은 "집중치료실에 더 많은 인력과 시설을 투입하고 있지만 별도 수가가 없어 적자가 불가피하다"면서 "그렇다고 우리 병원을 믿고 대학병원에서 중환자가 오는데 내칠 수도 없지 않느냐"고 말했다. 

전국의 요양병원 중 200개 이상이 보건복지부가 9인실 수가 감산 6개월 유예를 위해 임의로 제시한 기준을 충족하고 있다는 것만 보더라도 중환자 의료의 질을 높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부산 영도참편한요양병원은 집중치료실에 음압설비를 갖췄다
부산 영도참편한요양병원은 집중치료실에 음압설비를 갖췄다

이에 따라 요양병원에 맞는 집중치료실 시설과 인력 기준을 마련하고, 그에 합당한 수가를 신설해 비용효과적인 중환자 치료를 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보건복지부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는 2018년 12일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를 열어 2022년 1월부터 요양병원 9인실 이상 병실에 대해 입원료를 30% 감산하기로 의결했다. 

그러면서 건정심은 중증환자 집중치료를 위한 중환자실 형태의 요양병원 다인 병실에 대해서는 별도 기준이 마련되면 별도 수가를 검토할 수 있다고 명시했다.  

이에 따라 대한요양병원협회는 보건복지부에 시설기준안을 제시했지만 협의가 이뤄지지 않고 있는 상태다.  

이에 대해 박성국 원장은 "남들은 적자를 보면서 왜 집중치료실을 운영하느냐 하는데 중환자를 방치하는 게 의료윤리에 맞지 않을 뿐만 아니라 요양병원이 안받으면 대학병원에서 퇴원할 수밖에 없는 중환자들을 누가 돌보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B요양병원 원장은 "요양병원 집중치료실에 대한 수가를 신설해 의료기관으로서의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하면 급성기병원의 1/3 수준의 비용으로 중환자들을 치료할 수 있다"면서 "그렇게 되면 건강보험 재정을 절감하면서 대학병원 중환자실 숨통을 터주는 이중삼중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환기시켰다.  

대한요양병원협회 기평석 회장은 "요양병원 집중치료실은 단순한 병실이 아니라 일정한 시설을 갖추고 의료고도 이상의 중증환자들을 치료하는 공간"이라면서 "이에 맞는 시설기준을 마련하고, 수가를 보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평석 회장은 "급성기병원과 요양병원이 중환자 치료의 역할을 분담하면 자원을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요양병원 집중치료실을 잘 운영할 수 있도록 하는 게 국민도, 정부도 유익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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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cu 2022-01-20 08:45:41
복지부는 중증환자 중심으로 요양병원 기능을 개편한다는 약속을 지켜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