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시대의 요양병원
  • 기사공유하기
코로나 시대의 요양병원
  • 노동훈 원장
  • 승인 2022.02.22 07:47
  • 댓글 2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칼럼] 대한요양병원협회 노동훈 홍보위원장
대한요양병원협회 노동훈 홍보위원장
대한요양병원협회
노동훈 홍보위원장

사랑하는 가족의 얼굴을 자주 보고픈 마음. 서로 눈을 보고 대화하고 손을 잡고 얘기하고 싶은 마음. 혹여 연로한 부모님이 하늘나라로 가시게 된다면 그 마지막 길만은 든든하게 지켜드리고 싶은 마음. 인간이라면 누구나 가지고 있는 기본적인 소망일 것이다.

요양병원을 운영한 지 벌써 8년째다.

그간 수많은 어려움을 거쳐 왔지만, 요즘은 더욱 몸도 마음도 참 어려운 시기다. 요양병원은 코로나의 최전선에 있다. 연로하신 데다 지병도 있는 어르신들이 단체 생활을 하는 곳이지 않은가. 의료진의 한 사람으로서 사력을 다해 감염을 막고 어르신들의 건강을 지키려 노력하고 있다. 직원들도 2년이 넘는 기간 동안 계속 긴장하고 조심하며 생활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코로나가 이토록 오랫동안 계속되니 요양병원에서는 다른 어떤 곳보다 서글픈 상황이 종종 일어난다. 

가장 마음 아픈 상황은 보호자들이 가족의 임종 시기에 인간된 도리를 다하지 못했다며 슬퍼할 때이다. 지난주까지는 요양병원에서는 정부 정책에 따라 확진 환자를 전담 병원으로 전원 보내 드려왔다. 우리병원은 최선을 다해 조심한다고 하고 있고, 아직 직원과 환자 가운데 확진자도 매우 적은 편이다. 

그러나 우리도 확진자 발생을 피할 수는 없었다. 지난주 병원의 환자 한 분이 확진을 받으셨다. 환자와 보호자에게 양성 결과를 알리고, 전담병원 이송 준비까지 마쳤다. 환자분은 대화도 잘하시고, 7일 뒤에 다시 병원에 오시겠다는 말씀까지 하셨다.

그런데 그 환자가 갑자기 상태가 나빠져서 임종하셨다. 코로나 시대, 보호자는 환자의 마지막 순간을 함께하지 못했다. 황망한 임종에 보호자는 너무나 마음 아파하셨다. 아쉬움과 죄책감에 정말 힘들어했다. 

내가 본 바로는 임종 환자의 마지막 얼굴 표정이 비교적 편안해 보였다. 보호자에게 말하고 싶었다. '좋은 곳으로 가셨으니 마음 편히 보내드리시라'고…

하지만 어디 그게 말처럼 쉬운 일이겠는가! 보호자는 나와 따로 긴히 면담을 요청하셨다. 면담 중에 그는 때로는 슬픔을, 때로는 이 상황에 대한 원망과 아쉬움을 깊이 토로했다. 

그는 우리 병원 의료진들이 환자 상태를 자세히 설명해줘서 고맙다고 하면서도 사랑하는 가족의 임종을 지키지 못한 것, 갑자기 돌아가신 가족에 대한 안쓰러움을 숨기지 못했다. 나는 그 분의 말을 가만히 잠자코 들었다. 가족을 잃은 슬픔을 토로할 곳이 없었을 텐데, 나에게라도 토로하면서 부디 위안을 얻으시길 바랐다.

날마다 무수히 애를 쓰며 어르신들을 모시고 있지만 이런 상황이 생길 때마다 참 안쓰럽고 황망하다. 긴긴 면회 제한 기간도 마찬가지였다. 2020년 상반기, 코로나에 대한 공포가 많았을 때, 면회를 제한했었다. 수개월 동안 면회를 제한하니, 환자와 보호자들이 정말 힘들어했다. 

본디 사람과 사람은 만나서 정을 나눠야 하는데 그걸 못하는 상황이라니…이후 오미크론 변이 등 확산세가 거세지면서 몇몇 요양 병원에서는 비접촉 면회도 제한했다. 원내 확진자가 생기면 감당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백신 접종자가 방호복을 입고 면회를 허용하기도 했다.

이것도 쉬운 일은 아니다. 면회를 통한 감염 가능성은 언제나 있기에, 이것이 비인간적인 줄 알면서도 면회를 제한해야 한다. 정부가 백신 접종자에 한해 비접촉 면회 등을 허용한 상황이기는 하지만, 가족의 그리운 정을 달래기엔 한계가 있다.

나는 우리 요양병원이 어르신들이 인간답게 사시다가 건강해져서 일상으로 돌아가시게 돕는 공간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일상을 회복하기엔 너무 몸 상태가 나빠져 있다면, 최소한 돌아가시기 전까지라도 존엄하게 지내시다가 다른 세상으로 가시길 빈다. 나뿐만 아니라 다른 많은 요양병원장들이 이런 진심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이 전염병 앞에서 이런 진심이 자꾸만 상처를 입는다.

힘들어하는 보호자, 환자들을 오늘도 지켜본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인가. 일단 위로해드려야 한다. 그리고 이 긴긴 터널이 끝날 때까지 사력을 다해 버텨야한다. 부디 환자들도, 보호자들도, 우리병원의 직원들도, 나도, 다른 요양병원의 동료들도…나아가 고통 받는 다른 시민들도 잘 버티시길 바라는 마음이다. 

사람이 사람 도리 할 수 있는 당연한 일상이 회복될 때까지 굳건히 버티시라.

 

의료&복지뉴스 '회원가입' 하시면 더 많은 정보를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2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서정갑 2022-02-22 11:57:25
그렇습니다. 이상황을 견뎌내야만 하는 모든의료인들은 하루하루가 긴장의 연속입니다 ..수고하는직원들에게 미안하기가 그지없습니다

파이팅 2022-02-22 08:10:21
눈물이 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