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병사와의 티타임'이 불러온 치매환자 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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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병사와의 티타임'이 불러온 치매환자 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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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2.05.09 0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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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카네이션요양병원 이혜선 책임간호사

치매환자는 인지기능과 일상생활 수행능력이 떨어지며 때로는 이상심리행동으로 주변을 힘들게 합니다. 가벼운 치매환자는 집에서 모실 수 있습니다. 하지만 낮밤이 바뀌거나 같은 말을 반복하며, 가족을 의심하면 집에서 모시기 어렵습니다. 국가에서 치매 돌봄제도를 운영하며 치매 가족 휴가제도를 운영하는 것도 같은 이유라 생각합니다.

카네이션요양병원 이혜선 책임간호사
카네이션요양병원
이혜선 책임간호사

치매환자들은 병원에 입원하기도 어렵습니다. 가벼운 인지장애환자는 병원에 입원하는 것이 마치 버림받는 것처럼 느끼고, 요양병원에 입원하면 죽어서 나간다고 생각합니다. 언론을 통해 알려진 요양병원은 환자를 학대, 방임하고 폭언, 폭행한다고 합니다. 환자들이 불안해하시는 것은 충분히 이해됩니다. 

저는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고민했습니다.

치매환자들은 "나 집에 가야 해, 집에 보내줘. 딸 보러 갈 거야"라고 하실 때가 많습니다. 또 보호자에게 "간병사가 날 때리고 욕한다. 나만 돈 안 줬다고 신경 안 쓴다"고 합니다. 

환자는 낯선 환경 때문에 가족들이 자신을 버렸다는 생각 합니다. 보호자도 이런 말을 들을 때마다 병원에 수시로 확인 전화를 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환자도, 보호자도 마음이 편치 않고, 서로 목소리 들으며 우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럴 때 환자에게 "어머님, 따님 보고 싶어서 마음 아프시죠. 누가 위로해도 위로가 안되죠? 근데 집에 계신 따님도 마음 아파하세요. 따님이 어머님께 표현을 안 할 뿐이지, 식사는 잘 하셨는지, 잠을 잘 주무셨는지, 가족을 찾지는 않는지 매일 물어보세요. 어머님도 식사 잘 챙 겨드시고 몸 먼저 생각하시고 얼른 나아서 집에 가도록 노력해 봐요"라고 말해줍니다. 

이 말을 처음 들은 환자들은 거짓말하지 말라 합니다. 보호자와 통화시켜 드리고, 등 마사지, 화투와 함께 식사를 잘 챙겨 드린 후 기운 차리면 집에 가실 수 있다고 말합니다.  

저희 요양병원에 입원한 후 호전되어 시설에 입소하거나 가정으로 돌아가시는 분이 있습니다. 그렇게 집에 가고 싶어 했던 환자는 다른 환자와 간병인과 친해져 “여기가 좋으니 좀 더 있다가 가고 싶다”며 퇴원을 미루려고 합니다. 

병원비 및 간병비로 부담이 있어도 보호자는 "어머님이 좋다고 하시는데 어떻게 모시고 가겠어요. 마음 붙일 곳이라도 있어서 다행이에요"라고 말합니다.  

요양병원은 간병인의 역할이 중요합니다.

원장님은 "환자에 비해 간병인(주로 중국 동포)의 체구가 작아 2시간마다 체위 변경하는 게 쉽지 않으니 혜선 선생님이 먼저 간병인에게 다가가 체위 변경을 도와주겠다고 제안해 보라"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육일약국 갑시다(김성오 저)'의 내용을 보여주면서 give & take에서 give가 먼저인 이유를 생각해 보라 하셨습니다. 먼저 줘야 상대의 마음을 얻어 협력할 수 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저는 병동으로 돌아가 평소 저와 마음이 맞는 선생님들에게 원장님의 이야기를 전했습니다. 다행이 선생님들이 협조해 주셨습니다. 다음 계획은 어떤 이유든 밤에 잠을 못잔 간병인을 돕는 것이었습니다. 

간병대표를 통해 전날 잠을 자지 못한 간병인을 파악하고, 우리가 1~2시간 병실을 볼 테니, 간병인은 쉬라 했습니다. 그리고 옆 방 간병인에게도 이 내용을 전하고 함께 병실을 봐달라고 했습니다. 간병인들은 협조적으로 변했습니다.

간병인과 대화가 시작되자 저는 '티타임'을 갖고 간병인의 어려움을 듣고, 해결책을 찾았습니다. 부드러운 분위기를 위해 간식을 준비하고 말을 들으니, 간병인은 마음을 열었습니다. 

먼저 마음을 얻은 후 병원의 요구사항을 하나씩 전달하니 협조가 되었습니다. 환자를 모실 때 누군가의 소중한 가족을 모시는 일이니 노력해 달라 했고, 말과 언행을 부드럽게 해달라고 요청했습니다.

간병인이 환자를 대하는 자세가 달라지니, 덩달아 치매환자들의 정서가 안정되었습니다. 

병원 내부가 정비된 후 입원하신 분이 계셨습니다. 환자 보호자는 가족단톡방에 "요양병원에서 하는 게 뭐가 있냐, 시체처럼 누워있는 거 밖에 더하느냐? 이럴 거면 집에 데려가라!"며 불만을 표했다고 합니다. 막내 며느리가 어머님을 요양병원에 모시자 했는데 가족 단톡방에서 며느리가 잘못했다고 질타하는 이야기가 나왔다고 합니다. 

그러자 막내 며느리는 "병원에서는 정말 누워있기만 하느냐? 그렇게 밝았던 어머님이 병원에서는 식사도 못하고 아무 것도 하실 게 없다고 하는데 사실이냐? 며느리인 내가 가족들에게 요양병원에 모시자고 해서 모셨는데 내가 뭐가 되느냐? 너무 답답하다. 나 좀 도와달라"며 답답한 심정을 토로했습니다.   

그날 저녁 병실에 갔더니 다른 환자들과 웃으면서 화투 치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이 모습을 며느리에게 사진을 보내 드려야겠다'고 생각하고 환자들의 동의를 얻은 후 환하게 웃으며 한손에 화투 쥐고 있는 모습을 담아 며느리에게 보내드렸습니다. 

막내 며느리가 다음날 전화해 "선생님이 저를 살렸어요! 얼마나 감사한지 몰라요. 아무도 제 말을 듣지 않았는데 사진 두 장 단톡방에 올렸더니 다들 감사하다고 하더라구요. 살았어요! 선생님 성함이 어떻게 되세요? 너무 감사합니다. 정말" 이렇게 말했습니다. 

기본적인 것을 해드렸을 뿐인데 며느리는 궁지에서 벗어났고, 병원을 신뢰하지 않았던 아드님은 어머니가 퇴원할 때 정중하게 인사하며 "그동안 어머니 잘 지내다 가십니다. 다음에 또 오실 거 같아요. 그때 또 뵈어요"라고 하며 가셨습니다. 

치매환자도 애정과 관심으로 대하면 변할 수 있습니다. 요양병원에 근무하는 모든 선생님들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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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 2022-05-09 09:05:55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

코로나는? 2022-05-09 10:46:11
이미 끝났나보네요. 집단감염 80%이상 된 곳이나 가능한 얘기. 물론 이 기사가 정상적인 삶인데 방역수칙 위반으로 조리돌림 당해보면 치가 떨릴듯

감염관리 2022-05-17 11:32:53
요즘 감염관리로 병원내 티타팀 안될 텐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