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는 요양병원이 아니라 '간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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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요양병원이 아니라 '간병'이다
  • 대한요양병원협회 노동훈 홍보위원장
  • 승인 2022.05.23 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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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대한요양병원협회 노동훈 홍보위원장

윤석열 정부에서 ‘요양병원 간병모델 마련’을 국정과제로 채택했다. 대한요양병원협회는 이에 대한 후속대책으로 TFT를 구성해 구체적 실천 방안을 보건복지부에 제안하고, 정부와 적극 협의하겠다는 기사가 나왔다. 늦은 감이 있지만 고령화 시대에 필요한 정책이다. 

대한요양병원협회 노동훈 홍보위원장
대한요양병원협회
노동훈 홍보위원장

2008년 국내를 떠들썩하게 했던 뉴스가 있다. 해외여행을 간 자녀가 부모를 외국 공항에 버리고 귀국한 사건이다. 21세기 신 고려장으로 많은 이들을 분노하게 만든 사건이다. 

문제의 원인이 '고령화'임을 파악한 정부는 부랴부랴 대책을 세웠다. 장기요양보험제도를 마련해 고령자 돌봄 기능의 요양원 모델을 만들었다. 그리고 요양보호사 제도를 만들어 간병 모델을 마련했다. 현재까지도 요양원의 간병비용은 국가가 부담한다. 장기요양등급을 받은 경우 월 60만~70만원의 비용으로 부모님을 모실 수 있다. 

같은 시기 정부는 요양병원의 기능을 재정립했다. 미국의 너싱홈(nursing home, 요양원에 해당)을 벤치마킹해 요양병원에 대해 일당정액제(포괄수가제)를 적용했다. 의료행위 난이도가 아니라 자원 소모량을 바탕으로 7개 등급으로 수가를 정했다. 

요양병원 일당정액제는 치료 난이도에 대한 고려가 없고, 약값도 보전 받지 못한다. 폐렴/패혈증 같은 행위별수가를 만들었지만, 치료를 하면 할수록 적자를 보는 구조가 되었다. 

요양병원은 요양원과 달리 간병제도도 없다.  

환자/보호자와 간병인이 사적 계약관계로 돌봄 서비스를 제공한다. 간병인의 업무와 책임 등 어떠한 조건도 없다. 간병에 문제가 발생하면 요양병원이 저질이란 인식이 생겼지만 근본 원인은 간병제도의 부재이다. 

요양병원에서 6대1 간병에 월 60만원의 비용이 발생한다. 병원비 60만 원에 간병비 60만 원, 총 120만원이다. 이처럼 과도한 비용부담 때문에 의료 처치가 필요해도 요양원(월 60만원)으로 부모님을 모신다. 

구조적 왜곡이 발생한다. 요양원 촉탁진료를 가면 병원에 모셔야 할 어르신이 많다. 간병비 부담으로 인해 이런 문제가 발생한 것이다.  

요양병원이 증가하자 경쟁이 치열해진다. 의료서비스보다 간병비 할인경쟁이 생긴다. 간병비의 절반(30만원)을 받으며 12대 1의 간병을 한다. 간병비가 없는 요양병원은 간병인력 없이 환자가 방치된다. 그러니 폭언, 폭행, 학대, 방임이 생긴다. 

간병인은 병원이 고용하지 않고, 사적 계약관계이다. 병원에서 교육, 관리, 감독을 할 수 없다. 하루 24시간 같은 병실에서 간병하는 중국동포 간병인도 고역이다. 그들의 인권은 어디에도 없다. 제대로 된 간병이 이뤄지기 어렵다.  

문제는 요양병원이 아니라, 간병제도가 누락된 초기 요양병원 설계 탓이다.   

2025년 대한민국은 초고령사회에 진입한다. 고령화는 요양병원 잘못이 아니다. 사회 변화에 맞는 새로운 제도의 설계가 필요하다. 새로운 제도는 비용을 낮추면서 효율을 높여야 한다. 그래야 요양병원의 지속가능성이 보장된다. 

대한민국의 성장에 여성 인력의 사회 진출이 큰 힘이 되었다. ‘학교 급식’과 ‘방과 후 돌봄교실’이 여성의 사회 진출에 도움이 되었다. 마찬가지로 요양병원이 있기에 부모님을 맡기고 일할 수 있다. 요양병원은 ‘악’이 아니다. 우리 사회에 필요한 의료기관이다.  

요양병원이 의료기관으로서 제대도 된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고, 국민의 신뢰를 받을 수 있도록 제도를 설계해야 한다. 간병 급여화를 통해 120만 유휴 요양보호사를 채용함으로써 건강한 일자리가 만들어진다. 공공근로보다 실질적이고 필요한 일자리이다.   

신임 보건복지부 장관이 임명되면 적극적으로 요양병원 간병 급여화사업이 진전될 것으로 보이다. 대한요양병원협회에서도 좋은 제도를 설계해 저비용 고효율의 노인의료정책을 설계하면 좋겠다.  

고령화 사회의 든든한 방파제가 될 요양병원. 요양병원의 지속가능성을 높여 대한민국이 건강하게 발전하길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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