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가 건강보험 지속가능성을 확보하고, 필수의료 지원을 확대하기 위해 요양병원 환자분류체계를 개선하고, 가산수가와 적정성평가 결과 연동 강화, 장기입원 억제를 위한 본인부담상한제 개편 등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하자 요양병원들의 불만이 증폭되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8일 '건강보험 지속가능성 제고 및 필수의료 지원 대책안' 공청회에서 요양병원 환자분류체계 개선, 본인부담상한제 합리화 방안이 포함된 '의료적 필요도 기반 급여기준 및 항목 재점검' 방안을 발표했다.
요양병원 급여기준 및 항목 재점검 방안에는 △환자분류체계 중 상향 분류 문제가 발생하는 의료중도, 의료경도에 대한 의료적 평가기준 강화 △적정성평가 종합점수 5%(약 69개)에 대한 가산 수가 제한 △소득 상위 30%에 해당하는 본인부담상한제 5~7구간 대상자 상한액 대폭 상향 조정 등이 포함돼 있다.
보건복지부는 인구고령화에 따라 요양병원 급여비 등이 증가 추세일 뿐만 아니라 의료적 기능 강화를 위한 환자분류체계 정비, 장기입원 입원료 체감제 적용기준 개선에도 불구하고 사회적 입원이 지속되고 있어 대책 마련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최근 요양병원과 관련한 지표를 보면 성장세가 완전히 꺾인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일례로 최근 건보공단과 심평원이 발표한 '2021년 건강보험통계연보'를 보면 요양병원(정신병원 포함)의 급여비는 2020년 6조 1,634억 원에서 2021년 5조 7,205억 원으로 7.2% 감소했다.
반면 같은 기간 상급종합병원은 15조 2,140억 원에서 16조 9,903억 원(증가율 11.7%), 종합병원은 14조 9,134억 원에서 16조 788억 원(7.8% 증가), 병원은 7조 7,535억 원에서 8조 2,375억 원(6.2% 증가), 의원은 17조 342억 원에서 18조 7,710억 원(10.2% 증가)으로 급여비가 급증했다.
의료법 개정에 따라 2021년부터 요양병원에서 분리된 정신병원의 요양급여비 4,500억원을 전년도와 같이 합산하더라도 6조 1,705억원으로, 전년보다 0.1% 증가한 수준에 그쳐 성장에 '빨간불'이 들어온 상태다.
이에 따라 보건복지부가 필수의료 지원을 늘리기 위해 요양병원을 희생양으로 삼으려는 게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A요양병원 원장은 "요양병원이 코로나19 영향과 저수가로 인해 심각한 위기에 처해있는데도 불구하고 재정을 더 줄여 필수의료에 투입하겠다는 발상이 황당하고 열불 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손의료경영연구소는 요양병원 관리강화 방안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이손의료경영연구소 손덕현(이손요양병원 병원장) 소장은 요양병원 환자분류체계 개편과 관련해 근본적인 대책을 요구했다.
손덕현 소장은 "현재 요양병원 수가는 ADL과 자원소모량(RUG)를 기준으로 책정하고 있는데 이로 인해 의료기능을 약화시켜 중증환자를 보면 볼수록 손해가 발생하고, 요양병원이 요양병원다운 역할을 수행할 수 없다"면서 "요양병원의 의료 기능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자원소모량이 아닌 질병분류군으로 수가체계를 재개편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손덕현 소장은 요양병원 가산수가와 적정성평가 종합점수 연계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견해를 피력했다.
그는 "요양병원 의료 질 향상을 위한 인센티브 제도마저도 실효성이 떨어져 실질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면서 "적정성평가 하위 기관에 대한 가산 수가 지급을 제한하기보다 인센티브 제도를 시행해 요양병원이 의료서비스 질 향상을 위해 다양한 노력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요양병원 본인부담상한제 구조조정 역시 형평성 문제가 있다는 입장이다.
손덕현 소장은 "요양병원 입원환자에 대해서만 본인부담 상한선을 상향조정해 차별화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면서 "특히 6~10분위 대상자가 요양병원 입원시 적용되는 본인부담 상한금액이 크게 증가해 의료서비스를 필요로 하는 환자들의 부담이 가중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손 소장은 "본인부담상한제의 취지가 높은 진료비 부담을 줄여주기 위한 것인데 노인들의 경우 오히려 부담이 증가하고, 여기에다 간병비까지 이중 부담하도록 하는 것은 초고령사회 정책 방향과 모순되는 것"이라고 질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