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기관평가인증원(원장 임영진원)이 2024년부터 적용하는 요양병원 3주기 인증기준을 개정하면서 ‘간병인의 환자 폭행’에 대한 요양병원의 개선 및 예방 활동을 신설했다. 

간병인을 직접 채용하지 않아 이들에 대한 지휘, 감독권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이 같은 인증기준이 신설되자 요양병원들은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의료기관평가인증원은 29일 "2024년 요양병원 인증조사에 적용하는 3주기 인증기준에 최근 발생한 간병인의 환자 폭행에 대한 개선과 예방을 위해 인증기준을 추가했다"고 밝혔다. 

개정된 인증기준 중 하나는 6.2 취약환자의 권리와 안전 보장이다.  

현 6.2 인증기준은 △취약환자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한 규정이 있다 △학대 및 폭행피해자 발생시 절차를 준수한다 △직원은 의사소통이 어려운 환자를 위한 지원체계를 알고 있다 등 3개 항목이다.

 

그러나 2024년부터 △학대 및 폭력 발생시 경영진에게 보고하고, 개선활동을 수행한다 △학대 및 폭력 예방활동을 수행한다 △관련 직원은 학대 및 폭력 대응체계, 예방활동 교육을 받고, 그 내용을 이해한다 △학대 및 폭력 신고절차에 대해 안내한다 등 4개 항목이 추가된다. 

논란이 되는 인증기준은 (간병인에 의한 환자) 학대 및 폭력 '개선 및 예방' 활동 수행이다. 

요양병원 입원환자들은 간병협회와 간병계약을 맺고 간병서비스를 받은 뒤 간병료를 지급할 뿐 요양병원은 간병인을 직접 고용하지 않아 이들을 지휘 감독할 권한이 없다. 

이런 상황에서 요양병원이 인증을 받기 위해 간병인을 상대로 환자 학대 및 폭행 개선, 예방 활동을 할 경우 요양병원은 간병인을 실질적으로 지휘 감독한 게 되고, 간병인의 실수로 환자에게 낙상, 폭행 등의 사고가 발생하면 요양병원도 손해배상, 형사상 책임을 면하기 어렵게 된다. 

결국 요양병원들은 인증을 통과하면서 민형사상 책임을 피하기 위해 학대 및 폭행 개선 및 예방 활동 관련 서류만 갖춰두고, 실질적으로는 아무런 활동도 하지 않는 방법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 

이에 대해 A요양병원은 "요양병원은 용역회사가 파견한 간병인에 대해 직접적인 관리 감독을 할 수 없는데 어떻게 가능하지 않은 활동을 하라는 것인지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면서 "이런 '인증원을 위한 인증', '보여주기식 의무인증'을 언제까지 받아야 하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대한요양병원협회도 요양병원이 간병인을 직접 관리 감독할 권한이 없어 간병인의 학대, 폭행 개선 및 예방 활동을 수행할 수 없다며 인증기준에서 삭제할 것을 요구했지만 의료기관평가인증원이 기준 개정을 강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개정된 '3주기 요양병원 인증기준 및 인증조사 표준지침서'는 의료기관평가인증원 홈페이지 '자료실'에서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