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양병원 줄세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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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양병원 줄세우기
  • 의료앤복지뉴스
  • 승인 2018.04.16 0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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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명칼럼] 평가와 인증의 현실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병원내 교육이 있어서 참석하였다.

이번 주제는 '요양병원 입원급여 적정성평가'로 평가항목에 대한 일반적인 설명이 주된 내용이었다.

강의를 들으며 의문이 생기는 내용이 많았고 이러한 평가로 요양병원의 등급을 정한다는 점도 의아했다.

이전에는 요양병원 적정성평가가 요양병원에서 환자들에게 의료적 서비스를 적정하게 투여하는지를 평가하는 것으로 이해하고 있었다.

강의를 통해 알게 된 평가항목은 이러한 '과정'을 평가하기 보다는 '결과'를 더 우선시 하는 항목들로 이루어져 있어 과연 적정성 평가라는 말이 맞는 것인지 헷갈렸다.

예를 들어 한 농부는 척박한 땅에서 밭을 갈고 씨를 뿌리고 때에 따라 물을 주고 풍수해로 인한 피해를 막기 위해 불철주야 최선을 다했으나 수확률이 70% 밖에 되지 않았다.

그러나 다른 한 농부는 옥토와 같은 땅에 씨를 뿌려 적절한 온도가 유지되는 기후에서 풍수해의 피해를 보지도 않았고 크게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음에도 수확률이 90% 이상 되었다.

우리가 보기에는 앞의 농부가 더 노력하고 경작을 위해 수고했다고 생각되나 결과가 나쁘기 때문에 투여한 노력이 뒤의 농부에 비해 낮다고 평가될 수밖에 없는 예가 맞는 비유인지는 모르겠다.

그러나 중환자를 많이 보고 급성기와 비슷한 시스템으로 말기 환자 위주로 임종전의 환자들이 많은 병원과 자가보행도 가능하며 식사도 수발이 거의 필요없는 환자들이 주로 입원해 있는 병원을 비교해 보면 적정성평가 항목의 욕창 발생률, 욕창악화율, 유치카테터 삽입률, 일상생활수행능력 감퇴율 등 거의 모든 항목에서 중환자를 많이 보는 병원이 점수가 낮게 나올 수밖에 없는 한계가 있는 것 같다.

이런 점에 대한 보정이 되지 않고 요양병원 서비스의 적정성을 평가하기는 무리가 있다고 생각된다.

요양병원 입원급여 적정성평가는 요양병원을 어떻게든 평가하고 줄을 세워 좋은 병원, 나쁜 병원을 나누기 위해 다소 무리하여 평가 항목을 만든 게 아닌지 평가등급을 근거로 입원할 병원을 정하려고 하는 환자들에게 평가의 문제점, 모순점부터 먼저 양해를 구해야 하는 게 순리라 생각된다.

우리 병원을 찾는 환자들 중 1등급병원이어서 좋게 생각하고 입원을 결정했다고 이야기 하시는 분들이 가끔 있었는데 병원이 쾌적하고 진료진들이 열심히 해서 1등급을 받았구나 라고 막연하게 생각하였으나 그 평가 내용과 항목들을 막상 알고나니 '입원 후 질병상태가 악화되어 욕창이 생길 우려가 높거나 고령으로 인해 일상생활수행능력이 떨어질 것으로 판단되는 환자들은 가급적 입원하지 않게 해야 하나' 하는 극단적인 생각까지 생기게 되었다.

또한 매년 1등급의 기준이 바뀐다는 내용은 이해가 가지 않아 좀 더 많은 자료를 찾아보게 되었다.

평가항목은 변화가 없지만 이번 년도는 88점까지를 1등급으로 하고 다음 년도에는 92점 이상을 1등급으로 하는 식으로 등급기준이 바뀌는 것은 과도한 경쟁을 유발시켜 부작용을 만들 수밖에 없을 것이다.

요양병원이 어떻게든 이 평가를 이해하고 1등급을 받기 위해 노력하여 의료인력, 필요인력을 충원하여 저번 기준인 88점을 넘겼으나 88점을 1등급으로 계속 인정할 경우 1등급의 병원이 많아지는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어서 기준 점수를 92점으로 상향하는 것인지 그 이유가 무엇인지 이해가 가지 않지만 1등급을 받을 수 있는 병원을 전체의 10%, 20%를 유지하기 위해서 등급기준을 변경하는 것은 결국 상대평가로 과다한 경쟁으로 평가의 신뢰성을 위협받는 부작용까지 발생할 것이다.

요양병원을 둘러싼 여러 평가와 인증, 제도변화를 불인정하고 무조건 잘못되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평가결과를 바탕으로 올바른 정보를 국민에게 알려주려는 선의의 평가는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 항목과 기준이 누가 보더라도 명확하고 논리적으로 모순이 없어야겠고 평가의 근본적인 취지와 객관성을 뒷받침할 수 있는 항목의 개발을 위해 노력해야 할 시점이라고 생각한다.

필자는 현재 요양병원 봉직의사로 근무중이며, 본 칼럼은 필자의 요청에 따라 익명 처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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