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를 먹이고, 입히고, 재우는 일은 어려운 일이다. 특히 만성 기저질환이 있는 고령자라면 더욱더 그렇다. 수년간 요양원 촉탁 진료를 하면서 노인학대 관련 포스터를 봤다.
이는 노인학대와 관련 신고가 많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과 동시에 누군가의 부모님을 돌보는 일이 힘겨운 일이라는 것을 입증하는 것이다. 요양병원 역시 그런 어려운 일을 하지만, 요양병원을 향한 시선은 차갑기만 하다.
간병 살인이란 말은 괜히 나온 게 아니다. 이와 관련해 지난해 10월 시민단체는 요양병원 간병비 제도화 헌법소원을 냈다. 노인장기요양보험법에 요양병원 입원환자에게 간병비를 지급하도록 명시하고 있지만 15년째 방치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요양병원은 간병제도가 없다. 요양병원 간병은 중국동포가 낮은 임금에 하루 24시간, 한 달 29~30일을 근무하며 하고 있다. 수준 높은 간병을 요구하기 어려운 환경이다.
요양병원 수가는 2008년 미국의 너싱홈(양로원)을 기반으로 만들었다. 7개 군으로 환자를 분류하는 일당정액제(포괄수가제)로 시작했고, 몇 차례 개편을 통해 5개 군으로 변경했다. 요양병원 수가 제도에서 단적으로 욕창을 치료하면 병원은 손해를 보는 구조다.
정부 정책을 보면 꼬리말처럼 붙는 게 있다. '단, 요양병원은 제외한다.' 요양병원은 서자 취급을 받는다. 요양병원 수가는 매년 평균 1.5% 인상되는 게 고작이다. 급성기 병원과 달리 비급여도 거의 없다. 이는 수익성 악화로 이어진다.
양질의 요양병원이 되려면 인재가 필요하다. 인재를 모으는 첫 번째 방법은 높은 급여다. 두 번째는 어르신을 공경하는 마음이다. 하지만 낮은 급여로 인해 간호사들도 요양병원을 꺼린다. 급성기 병원에서 더 많은 급여를 받기 때문이다.
최근 지하철 무임승차 논란을 보면 세대 간 갈등이 심해졌음을 알 수 있다. 국민연금 문제도 그렇다. 틀딱, 연금충, 할매미 같은 단어가 있다. 어쩌면 우리 사회는 노인을 경시하고 비하하고 있지 않은가.
노인의료도 같은 잣대로 평가하는 것은 아닌지 염려스럽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효율성이 중요하다. 하지만 효율성만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다. 최근 정부는 대형병원 소아 응급의 의무화를 발표하며, 소아과 기피는 정부 잘못이라 했다.
하지만 요양병원은 아무도 옹호하지 않는다. 제도도 없는 간병인 문제를 지적하며, 요양병원은 문제투성이라고 한다. 간병 대란, 간병 살인이란 말이 있을 정도로 부모님을 모시는 일은 어려운데, 언론에는 문제점만 비친다. 요양병원을 운영하는 것은 예술처럼 어려운 일이다.
최근 통화했던 요양병원 이사장은 요양병원을 계속 운영해야 할지 고민 중이라 한다. 또 다른 원장은 요양병원을 더 이상 못하겠다며 질서 있는 폐업을 말했다. 고령자 대책은 정부가 해야 할 일이지만 민간이 자본과 노력을 투자해서 하고 있다.
그런데 지난 정부에서 요양병원은 적폐였다. 지금도 서자 취급을 받는다. 코로나 3년 요양병원은 벼랑 끝에 서 있다. 대한민국에서 고령자 대책은 무엇인지 궁금하다. 어쩌면 요양병원이 정부 정책에 순응해서 그런지도 모른다. 가만히 있으면 가마니가 될 뿐이다.
우리도 나이를 먹고 요즘 젊은이들은 이제 우리를 모시지 않습니다. 적어도 열심히 일한 노후를 나라가 책밍져야 한다고 봅니다. 생각있는 정부라면 꼭 이뤄줄줄 믿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