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동훈 홍보위원장
지난 수요일 백범기념관에서 대한요양병원협회 춘계학술세미나가 있었다. 코로나19 위기와 정부의 핍박에 요양병원의 줄 폐업이 이어지는 가운데, 11대 남충희 신임 회장은 고령자 필수의료인 요양병원의 생존을 목 놓아 외쳤다. 그는 요양병원 병원장, 이사장으로부터 제발 살려달라는 말을 많이 들었다고 한다. 턱밑까지 물이 차오른 요양병원의 현실, 간병 급여화 문제, 비정상적인 요양병원 수가, 요양병원만 패싱 하는 정부 정책 등. 현안이 산적하고 어느 하나 쉽게 해결될 수 없는 상황이다.
1994년부터 요양병원은 대한민국 고령화의 든든한 방파제 역할을 했다. 요양병원 경영자는 정부 정책에 잘 순응했다. 장기요양기관의 여의도 아스팔트 시위처럼 투정을 부리지도 않았고, 지난 정권의 의사협회처럼 대정부 투쟁도 없었다. 이런 상황이 이어지니 정부는 요양병원을 가마니로 보고, 철저히 외면하는 정책을 펼쳤다. 요양병원 운영자는 고령자를 돌본다는 숭고한 사명감으로 열심히 노력했을 뿐이다. 정부는 요양원, 주야간보호센터, 재택 돌봄 등 대안을 마련하며 요양병원을 사지로 내몰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요양병원 간병제도와 수가 문제다. 장기요양기관에는 요양보호사 제도가 있지만, 요양병원은 간병 제도가 없다. 하루 24시간, 한 달 30일을 근무하면서 270만원을 받고 일할 한국인은 없다. 그 빈자리를 중국동포가 채웠고, 언어와 문화가 다르기에 간병문제가 생겼다. 언론은 요양병원의 간병 문제를 지적하지만, 요양병원은 간병제도가 없다. 간병제도가 없는 상황에서도 요양병원 경영자는 최선을 다해 고령자를 돌봤는데, 우리에게 돌아온 것은 차가운 시선과 돌팔매뿐이다.
요양병원 일당정액제도 문제다. 물가 상승률을 따라가지 못한다. 요양병원은 병원협회 소속이고, 매년 약 1.5%의 수가 인상이 있다. 지난 정부 최저임금은 6천 원 대에서 9천 원 대로 올랐다. 주휴수당을 포함하면 시간당 최저임금은 1만 원 이상인 셈이다. 최저임금이 오르면 물가는 더욱더 가파르게 오른다. 재화와 서비스를 생산하는 모든 과정에 최저임금이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급성기병원은 비급여로 수익을 보전하지만, 요양병원은 비급여도 없다. 정부는 이런 문제를 알면서도 방치한 것이다.
퇴근 길 요양병원 원장님의 전화를 받았다. 평소처럼 안부를 주고 받으면서 일상적인 대화를 했지만, 병원 경영의 어려움, 병원 내부의 사건사고 등 고충을 나눴다. 이야기의 끝은 결국 ‘요양병원 더 못해먹겠다’ 였다. 누군가를 먹이고 입히고 재우는 일, 특히 고령의 환자를 모시는 것은 어려운 일인데, 정부의 정책을 이해할 수 없다고 한다.
대한요양병원협회 11대 남충희 회장은 회무를 담당하고, 요양병원 생존 비상대책위원회를 만들어 대정부 투쟁을 해야 한다고 한다. 그의 목소리엔 비장함이 있다. 요양병원 적정성 평가 하위 5% 병원은 모든 가산이 삭감된다. 그러면 병원 운영을 할 수 없다. 병원 운영에 가산 수가를 받아야 겨우 현상을 유지하고, 가산이 없으면 경영이 안 되어 폐업하는 현실. 안타깝지만 요양병원의 수가는 요양원보다 적다. 그는 낮은 수가로 망하나, 대정부 투쟁을 해서 망하나 결과는 같다고 한다. 그러면서 비대위가 꾸려지면 가장 먼저 삭발 투쟁을 하겠다고 한다.
요양병원은 죄인인가? 의사, 한의사, 간호사, 간호조무사, 방사선사, 사회복지사, 의무기록사, 임상병리사, 물리치료사, 약사, 영양사, 조리사, 조리원, 미화직, 시설담당 등 다양한 직종이 하모니를 이뤄 고령자 의료를 담당했다. 수고했다는 격려는 못 들을망정, 죄인 취급당하는 현실은 분명 문제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