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 1. '욕창 처치를 실시한 환자분율'의 결함 

요양병원 2주기 6차 입원급여 적정성 평가에서 욕창 관련 평가지표가 비현실적이어서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심평원도 평가 세부기준에 일부 문제가 있다는 것을 인정하고, 개선안을 마련하고 있다.     

이노솔루션 강기원 진료적정화연구소장은 22일 "오는 7월 시행하는 2주기 6차 요양병원 입원급여 적정성 평가에서 '욕창 처치를 실시한 환자분율' 지표의 세부기준을 충족할 수 있는 요양병원은 아마 없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심평원은 2주기 6차 요양병원 적정성 평가에서 '욕창 처치를 실시한 환자분율' 지표를 신설했다. 

이 지표는 전월 평가에서 1단계 이상의 욕창이 있는 환자 가운데 해당 월 평가에서 피부문제 처치를 실시한 환자 비율을 측정하는 것이다.  

피부문제 처치 세부기준은 △압력을 줄여주는 도구(젤, 공기 또는 다른 쿠션을 포함한 의자나 휠체어, 공기방석, 물침대, 에어매트리스, 거품침대 등) 사용 △2시간마다 지속적으로 체위 변경 △영양 공급(적절한 열량 공급(30㎉/㎏ 이상))이나 고단백 치료(1.25g/㎏ 이상)) △피부궤양 드레싱 등 4가지이다. 심평원은 이들 4가지 행위를 모두 수행해야 욕창 처치를 한 것으로 인정한다.    

그런데 이들 4가지 세부기준 중 체위 변경은 간병인이 실시하면 인정되지 않는다. 심평원의 환자평가표 작성 매뉴얼을 보면 피부문제 처치와 관련한 체위 변경은 '간호인력이 직접 실시한 경우 기재함'이라고 명시하고 있다. 

하지만 보건복지부는 간호인력 뿐만 아니라 간병인도 체위 변경할 수 있다는 것을 분명히 하고 있는 상태다. 

보건복지부와 상지대, 건강보험공단이 최근 발간한 '요양병원 간병지원 시범사업 간병인력 교육교재'를 보면 간병인은 환자의 욕창 예방을 위해 체위변경 시간표를 활용, 2시간 간격으로 환자의 체위를 변경한다고 명시하면서 실습교육 방법까지 자세하게 소개했다. 

현실에 맞지 않는 환자평가표 작성, 적정성 평가를 요양병원에 강요하고 있는 것이다.   

A 요양병원 관계자는 "2시간마다 욕창환자 체위를 변경하면 되지, 간병인은 안 되고 반드시 간호인력이 해야 한다는 것은 편법을 부추기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욕창환자 처치 세부기준의 하나인 '영양 공급'도 심각한 문제가 있다.  

환자평가표 작성 매뉴얼을 보면 피부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영양공급은 ‘정맥주사’를 통해 공급된 경우에만 기재 가능하다. 

이에 대해 이노솔루션 강기원 진료적정화연구소장은 "욕창 환자 영양 공급은 경구식이나 관급식(tube feeding) 등으로 하고 있다"면서 "여기에다 적정성 평가를 위해 반드시 ‘정맥주사’ 방식으로 30㎉/㎏ 이상의 열량을 공급하거나 1.25g/㎏ 이상의 고단백 치료를 추가로 해야 한다면 영양 과잉으로 오히려 건강을 해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강 소장은 "기준 열량 및 고단백 식이를 산출할 때 정맥영양을 추가하는 방식이 아니라  어떤 주기로 제공해야 하는지 구체적인 가이드라인 없이 정맥으로만 영양치료를 하라고 하니 답답하다"고 말했다. 

B 요양병원 병원장도 "중증 욕창환자 상당수는 고령이면서 움직이지 못하고, 소화 능력이 크게 떨어진다"면서 "이런 환자들에게 추가로 열량을 공급하거나 고단백 치료를 하라는 것은 말이 안된다"고 꼬집었다.  

'욕창 처치를 실시한 환자분율' 지표의 치명적인 문제는 환자평가표 작성 취지에 역행할 뿐만 아니라 치료를 잘하면 적정성 평가에서 손해를 보는 구조라는 점이다. 

피부문제에 대한 처치와 관련한 환자평가표는 압력을 줄여주는 도구 사용, 체위 변경, 영양 공급, 피부궤양 드레싱 등의 항목을 열거하면서, 환자별로 해당 항목을 모두 체크하도록 하고 있다. 

의료진의 판단에 따라 환자 상태에 맞게 적절한 조치를 한 뒤 처치한 항목을 체크하라는 의미다. 

반면 적정성 평가에서는 무조건 4가지 행위를 다 수행해야 욕창 처치를 한 것으로 인정받을 수 있어 의료현장에서는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다.   

예를 들어 7월 2단계 욕창 환자에게 4가지 처치를 한 결과 8월 들어 상태가 1단계로 호전되었다고 치자. 이에 따라 8월에는 의사의 처방에 따라 압력을 줄여주는 도구 사용, 체위 변경 등 2가지 행위만 했다면 요양병원은 적절한 처치를 했음에도 적정성 평가에서는 욕창 처치를 하지 않은 것이 된다.  

욕창 처치 평가 지표에서 좋은 점수를 받으려면 3~4단계 욕창을 유지하거나, 1단계 환자라도 정맥주사 방식으로 불필요한 영양을 공급하고, 피부 손상이 아물었더라도 드레싱을 계속하라는 것인지 이해하기 어렵다. 

이노솔루션 강기원 소장은 "단순 처치는 적절한 드레싱으로 보지 않기 때문에 환자평가표 피부궤양 드레싱 항목에 체크할 수 없다"며 "이 점도 환자평가표 작성원칙과 상반되는 문제가 있다"고 강조했다. 

1단계 욕창 환자에게 4가지 피부 처치를 모두 수행했다고 환자평가표에 체크하면 적정성 평가가 끝난 뒤 심평원으로부터 '허위 기재'를 의심 받아 신뢰도 점검을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이 역시 위험한 시도다.         

C 요양병원 관계자는 "체위 변경, 영양 공급, 4가지 처치를 모두 해야 한다는 것 모두 문제가 있어 어떻게 해야 할지 솔직히 혼란스럽다"면서 "심평원에 문의했는데 추후 답변을 주겠다고만 해서 유권해석을 기다리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에 대해 심평원은 일부 평가지표를 개선하겠다는 입장을 의료&복지뉴스에 전달했다. 

의료&복지뉴스는 22일 심평원에 △간호인력 욕창 체위 변경 △정맥주사 방식으로 제한한 영양 공급 △4가기 피부 처치 모두 수행 등에 대한 입장을 질의했다. 

간호인력 체위 변경과 관련해 심평원은 "요양병원 적정성 평가는 환자평가표를 평가 자료로 활용하고 있으며, 환자평가표 작성 매뉴얼에 따르면 체위 변경은 간호인력이 직접 실시한 경우 기재할 수 있다"고 답변했다. 

심평원은 욕창환자에게 정맥주사 방식으로만 영양 공급을 하도록 한 것에 대해서는 문제가 있다고 인정했다. 

심평원은 "영양 공급 지표 관련 사항에 대해서는 추가 검토중이며, 관련 부서와 협의를 거쳐 2주기 6차 평가 대상 기간 이전에 심평원 홈페이지 ‘평가 알림방’을 통해 공지할 예정"이라고 회신했다. 

심평원은 4가지 피부 처치 세부기준에 대해서도 개선하겠다고 전해왔다. 

심평원은 "욕창이 치유된 경우에는 피부궤양 드레싱이 없어도 피부문제 처치를 실시한 것으로 평가할 예정"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