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사경법 도입 위한 초석, 과도한 공권력 남용 우려"
대한의사협회, 대한병원협회, 대한요양병원협회 등은 보건복지부가 건강보험공단에 불법 개설 의료기관 단속권한을 위임해 사실상 특별사법경찰을 도입하려는 의료법 시행령 개정안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나섰다.
보건복지부는 최근 불법 개설 의료기관 단속을 위한 실태조사 업무, 검사 업무 등의 일부를 건강보험공단에 위탁할 수 있는 근거를 신설하기 위해 의료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입법예고안에 따르면 보건복지부 장관은 의료기관의 업무 상황, 시설 또는 진료기록부·조산기록부·간호기록부 등에 대한 검사 및 확인에 관한 업무의 일부를 건강보험공단에 위탁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에 대해 의사협회는 23일 “이는 건보공단에 특별사법경찰을 우회적으로 도입하려는 획책”이라며 “의사협회는 특사경 도입에 강력한 반대 입장을 피력해 왔던 기존 입장과 맥을 같이 해 과도한 공권력 남용과 기본권 침해 등의 심각한 우려가 있는 의료법 시행령 개정안에 대해서도 분명한 반대 입장을 밝힌다”고 강조했다.
의료법 제61조 제2항은 행정조사 내지 검사 업무 등의 경우 관계 공무원이 권한을 증명하는 증표 및 조사기간, 조사범위, 조사담당자, 관계 법령 등이 기재된 조사명령서를 지니고, 이를 (의료기관 등의) 관계인에게 내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의협은 “이 규정을 살펴볼 때 개정안과 같이 공무원이 아닌 건강보험공단 직원이 불법개설 의료기관 단속권한을 위탁받을 경우 공무원의 권한을 증명하는 증표 등을 제시할 수가 없으므로, 이는 법률의 근거 없이 행정권을 발동할 수 없는 ‘법률 유보의 원칙’에 어긋날 뿐만 아니라 의료법 제61조 제2항을 형해화하는 위헌적이고 위법적인 법령”이라고 단언했다.
또 의협은 “수가 계약의 당사자인 건강보험공단에 일방적으로 보건의료기관에 대한 행정조사 내지 검사 업무 등을 부여하는 것은 대등한 지위에 있는 보험자와 공급자의 관계를 왜곡시킬 가능성이 높고, 건강보험법의 취지에도 반한다”면서 “공단의 강압적인 조사로 인해 의료인이 목숨을 끊은 사고가 발생하고 있는 상황에서 공단에게 단속 권한까지 부여한다면 의료기관 및 의료인에게 심각한 폐해가 발생할 것이 불 보듯 뻔하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의협은 “불법의료기관에 대한 단속에는 압수수색 절차가 필연적으로 동반되는데 공무원에 대한 형사절차상 인권보호 교육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단속 과정 중 보건의료인 뿐만 아니라 의료기관의 직업수행의 자유와 신체의 자유, 헌법상 영장주의가 침해되는 결과가 초래되고, 이는 결국 보건의료인의 정당한 진료권과 기본권을 심각하게 위축시키는 결과로 귀결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대한병원협회, 대한요양병원협회도 의료법 시행령 개정안에 대한 반대 의견을 보건복지부에 제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