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양병원 숨통 조여오는 의료-요양 통합판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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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양병원 숨통 조여오는 의료-요양 통합판정
  • 안창욱 기자
  • 승인 2024.06.11 07:48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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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판정 통해 요양병원 대신 요양시설 유도 우려
간병지원 시범사업에서 간병 불승인 판정 부지기수

보건복지부가 현재 의료-요양 통합판정 시범사업을 시행하고 있는 가운데 2026년 본사업에 들어갈 경우 요양병원 입원을 억제하는 도구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점점 현실화되고 있다.  

국회는 지난 3월 26일 본회의를 열어 '의료·요양 등 지역 돌봄 통합지원법(이하 의료·요양 통합지원법)'을 통과시켰다. 

의료·요양 통합지원법 제11조(퇴원환자 연계)에 따르면 의료기관(의원, 치과의원, 한의원, 병원, 치과병원, 한방병원, 요양병원, 정신병원, 종합병원)과 노인장기요양시설 등은 해당 기관에 입원 또는 입소한 통합지원(보건의료, 건강관리, 장기요양, 일상생활돌봄 등)이 필요한 자가 퇴원 또는 퇴소할 때에는 관할 자치단체에 퇴원 또는 퇴소 여부 등을 통보하고, 통합지원 신청을 안내해 퇴원 또는 퇴소 이후에도 통합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특히 의료·요양 통합지원법 제12조(종합판정 등) 제1항을 보면 시장·군수·구청장은 통합지원이 필요한 자에 대해 의료적 필요도와 요양·돌봄 필요도 등을 종합적으로 판정하고, 통합지원 대상자의 욕구 및 필요도를 반영한 판정 결과를 통합지원 대상자에게 안내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통합판정에서 의료필요도와 요양필요도가 모두 높으면 요양병원으로, 의료필요도가 낮으면서 요양필요도가 높으면 요양시설로, 의료필요도와 요양필요도가 모두 낮으면 지역사회 돌봄서비스와 연계한다는 것이다. 의료·요양 통합지원법은 법 제정 2년 후인 2026년 3월 27일부터 시행한다.  

2027년부터 요양병원 간병 급여화가 시행되면 간병비 지원 대상도 통합판정 기구에서 결정하게 된다.  

지금은 환자가 원하면 요양병원에 입원할 수 있지만 2026년 3월 27일 이후에는 통합판정에서 의료필요도와 요양필요도가 모두 높다는 심사 결과가 나와야 입원할 수 있다. 

입원 요건이 충족되지 않는데도 불구하고 입원을 고집하면 본인부담금 폭탄을 감수해야 한다. 요양병원 입원 판정을 받더라도 간병 지원 대상으로 분류되지 않으면 간병비 지원을 받을 수 없다.  

일각에서는 우리나라가 2025년 초고령사회에 진입할 경우 노인의료비가 급증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정부가 종합판정위원회를 활용해 요양병원 입원을 억제하고, 요양시설 입소를 유도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현재 보건복지부가 시행중인 의료-요양-돌봄 통합판정체계 시범사업과 요양병원 간병지원 시범사업의 단면을 보면 이런 불길한 예측이 단순한 기우에 그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보건복지부는 초고령사회 진입에 대비하기 위해 2018년부터 정확한 의료·요양 필요도를 파악할 수 있는 판정도구를 개발하기 위해 시범사업을 해 왔다. 

2021~2022년에는 통합판정체계를 모의 적용해 개선안을 마련했고, 2023년 18개 지역, 3,479명을 대상으로 의료-요양-돌봄 통합판정체계 1차 시범사업을, 올해 4월부터 12월까지 13개 지역에서 약 3,000명을 대상으로 2차 시범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2차 통합판정 시범사업 적용 대상은 요양병원 간병지원 시범사업 신청자, 의료·돌봄 통합지원 시범사업 지역 의뢰자, 장기요양 서비스 신규·갱신 신청자 등이며, 요양병원 등이 통합판정을 신청하면 의사소견서 제출, 통합판정 현장조사, 통합판정(조사 판정-의료위원회-통합판정위원회)을 거쳐 그 결과에 따라 서비스가 제공된다. 

이와 관련해 A 요양병원 관계자는 "우리 지역에서 통합판정 시범사업을 한 결과 요양병원에 입원할 수 있는 환자는 채 30%가 되지 않더라"고 개탄했다. 

요양병원 간병 급여화 이후 간병 지원 대상자 판정을 받는 것 역시 허들(hurdle)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간병지원 시범사업을 하고 있는 20개 요양병원들은 지난 5월 의료필요도와 간병필요도가 모두 높은 의료최고도, 의료고도 입원환자 20명을 1차로 선정해 간병비 지원을 위한 의료·요양 통합판정을 신청했다. 

그런데 상당수 요양병원들은 통합판정 결과를 통보받고 충격을 받았다. A요양병원은 신청자의 절반가량이 탈락했고, 7~8명이 불합격 판정을 받은 요양병원도 적지 않았다.    

심사결과를 납득할 수 없다는 항의가 빗발치자 건강보험공단은 통합판정 결과를 일부 번복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문제는 어떤 이유로 통합판정에서 떨어졌는지 알 수 없을 뿐만 아니라 건강보험공단이 통합판정 도구조차 공개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A요양병원 관계자는 "사실 통합판정 결과에 납득할 수 없다"면서 "편마비로 전적인 간병인의 도움이 필요한 환자인데도 승인, 불승인이 갈리더라"고 꼬집었다.  

B요양병원 측은 "건강보험공단에 불승인 이유를 물었더니 공개할 수 없다고 한다"면서 "어떤 기준으로 간병 대상을 선정하는지 통합판정 기준을 공개해야 대처할텐데 판정 결과에 무조건 따르라는 식으로 나와 황당하다"고 비판했다. 

특히 그는 "간병인이 필요한 환자들에게 간병비를 지원하기 위해 시범사업을 하는 것인지, 통합판정을 하기 위해 시범사업을 하는 것인지 헷갈릴 지경"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건강보험공단 관계자는 "현재 판정도구를 개발하고 있는 상태여서 비공개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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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34 2024-06-11 11:34:20
가만히 있으면 죽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