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장님도 욕창 치료에서 적자만 나지 않으면 된다고 마음을 비운지 오래다. 그런데 인건비, 치료재료는 계속 뛰는데 수가는 낮고, 마이너스 경영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임박했다."
고양시 자애요양병원 김신애 원무과장의 말이다.
정형외과 전문의인 자애요양병원 이인희 원장은 2006년 개원 후 욕창 치료에 매진해 왔다. 치료가 더디고, 수가가 높지 않지만 욕창 진료를 위해 의사 1등급 필요 인원보다 많은 전문의를 영입했다.
욕창 치료는 통상 의사의 처방에 따라 간호인력이 드레싱 등을 수행한다. 그러나 자애요양병원은 의사들이 주도적으로 한다. 치료계획 수립에서부터 음압치료, 변연절제술, 국소피판술 뿐만 아니라 드레싱, 환부 처치 등도 의사들이 직접 하고, 간호인력은 보조적 역할을 수행한다.
그 결과 현재 전체 입원환자 170여 명 중 30~40%가 욕창일 정도로 점점 늘고 있다. 입소문을 듣고 다른 지역에서 욕창을 치료하기 위해 입원하는 환자, 수술을 받기 위해 대학병원에 내원했다가 욕창부터 치료하고 다시 오라고 입원이 거부된 환자도 적지 않다.
욕창 치료를 위한 주된 수가인 염증성처치는 수가가 낮고, 피부가 재생될 때까지 장기입원이 불가피하다보니 대학병원이나 종합병원들은 치료를 꺼리는 것이 현실이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욕창 환자가 더 많아지면 병원을 정상적으로 운영하기 어려울 수도 있겠다는 걱정이 들기 시작했다고 한다. 바로 비정상적인 수가 구조 때문이다.
요양병원의 의료행위에는 기본적으로 일당정액수가가 적용된다. 요양병원 일당정액수가는 환자의 임상적 상태와 서비스 요구도, 자원 소모량 등을 고려해 환자를 5개 군(의료최고도, 의료고도, 의료중도, 의료경도, 선택입원군)으로 분류하고, 여러 상병을 치료하더라도 환자군에 따라 하루당 정해진 수가, 약제비와 치료재료 비용만 받아야 한다.
욕창도 마찬가지다. 요양병원 환자분류군을 보면 2단계 욕창은 의료중도, 3~4단계는 의료고도로 분류된다. 일당정액수가를 보면 의료중도는 4만 1,9800원, 의료고도는 5만 1,520원에 불과하다. 약제 및 치료재료로 하루에 지급하는 수가 역시 의료고도 7,980원, 의료중도 6,630원에 지나지 않을 뿐만 아니라 2019년 이후 한 번도 인상되지 않았다.
욕창 치료의 질을 높이기 위해 의사를 추가 채용해 매일 최소 2~4번 드레싱을 실시하고, 그 과정에서 메디터치나 베타폼과 같은 욕창 치료재료 사용, 2시간 마다 체위 변경, 약 처방, TPN(완전비경구영양)을 포함한 영양 공급이나 고단백 치료, 상처배양검사(wound culture) 등 필수 검사, 음압치료, 변연절제술 등 엄청난 노동력과 비용이 들어가지만 모두 일당정액수가에 포함돼 있어 별도의 수가를 청구할 수 없다.
특히 요양병원은 와상, 파킨슨, 중증 치매 등의 입원환자에게 중증 욕창이 여러 부위에 발생하더라도 일당정액수가 외에 단 한 푼의 행위별 수가도 별도로 산정할 수 없는 상태다.
피부궤양 치료 전 여러 가지 검사를 하고, 5만원이 넘는 치료재료를 사용해야 하는 상황도 적지 않지만 일당정액수가에 모든 것이 묶여있다 보니 치료를 하면 할수록 손해다.
여기에다 욕창 처치를 소홀히 했다가는 요양병원 적정성평가에서 하위 등급을 받아 수가 감산이라는 불이익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손실을 감수하고 욕창을 개선하고 있다.
자애요양병원 김신애 원무과장은 "욕창 치료를 위해 엄청난 의료 인력을 투입하고, 고가의 약제, 영양공급, 치료재료를 사용하고 있지만 경관영양, 사지마비 환자군에 수반되는 치료로 묶어버리는 것은 정말 불합리하다"고 지적했다.
그나마 요양병원 입원 기간 폐렴, 패혈증, 체내출혈, 격리 와중에 욕창이 발생하면 하루당 1만 1,480원의 '염증성 처치료'를 행위별 수가로 청구할 수 있긴 하지만 이 수가 역시 현실적인 보상과는 거리가 멀다.
염증성 처치 요양급여기준에 따르면 욕창 등에 대한 치료를 여러 부위에 실시한 경우에는 두부, 복부, 배부, 좌·우·팔·다리 등 7부위로 구분해 각 부위별로 해당 수가를 1회만 산정해야 한다. 예를 들어 환자의 발목에 3단계 욕창 3개가 발생해 동일한 의료행위를 하고, 치료재료를 투입하더라도 '1개' 수가만 청구할 수 있다.
김신애 원무과장은 "욕창은 같은 부위에 여러 개가 발생하고, 드레싱만 하더라도 매일 여러 차례 반복해야 하는데 하루 1회 수가만 인정하는 것은 현실과 전혀 맞지 않다"고 하소연했다.
김 원무과장은 "성형외과의원에서는 욕창 치료 요양급여비용으로 천만 원 넘게 청구하기도 한다"면서 "개원의와 동일한 수술, 치료재료를 사용하는데 요양병원은 수가를 받을 수 없는 상황이 부지기수여서 개선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자애요양병원 이인희 원장은 "입원환자 치료를 위해 7명의 의사가 상근하면서 돈을 벌겠다는 생각을 버린 지 오래지만 현실적이지 않은 일당정액수가는 요양병원이 감내할 수 있는 한도를 이미 넘어섰다"고 밝혔다.
이인희 원장은 "급성기병원에서 외면하는 욕창환자 치료를 위해 사명감으로 버티고 있지만 수가가 보존되지 않아 적극적으로 치료할 수 없는 것이 환자와 보호자, 의료진 모두에게 뼈아프다"면서 "일당정액수가를 현실화하고, 행위별 수가로 청구할 수 있는 길을 확대하는 것이 환자를 위한 길"이라고 단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