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의사협회는 건강보험공단에 사무장병원을 수사할 수 있는 특별사법경찰권을 부여할 경우 의료인의 정당한 진료권을 심각하게 위축시킬 수 있다며 반대한다는 입장을 천명했다.
대한의사협회는 최근 더불어민주당 김주영 의원이 대표발의한 ‘사법경찰관리의 직무를 수행할 자와 그 직무범위에 관한 법률안’과 관련, 이 같은 해 정리된 의견을 법무부에 제출할 예정이라고 4일 밝혔다.
해당 법안은 건강보험공단 임직원에게 사무장병원과 면허대여약국 범죄에 한해 특별사법경찰권을 부여해 신속하게 수사할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다.
이에 대해 의사협회는 “사무장병원 수사는 일반 수사기관 및 보건복지부 특별사법경찰 등의 수사력으로도 충분하며, 공단 임직원에게 사법경찰권을 부여하면 수사 전문성뿐만 아니라 국민의 기본권에 대한 과도한 침해를 일으킬 수 있어 강력 반대한다”고 지적했다.
특별사법경찰제도는 검사, 경찰이 아닌 자에게 예외적으로 사법경찰관 권한을 부여하는 제도이며, 특수한 분야에 전문성이 부족한 일반 사법경찰관리의 역할을 보완하기 위해 주로 식품, 세무, 환경 분야에서 시행하고 있다.
참고로, 우리나라와 비슷한 특사경 제도를 가지고 있는 독일, 프랑스, 일본 등은 20~30여개 분야에 한정된 반면 우리나라는 50여 종류에 이른다.
이와 관련 의협은 “우리나라는 외국에 비해 2배가 넘는 엄청난 특사경을 운용하고 있으며, 이로 인한 과도한 공권력 남용, 기본권 침해 등의 논란이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면서 “건보공단이 현지조사 과정에서도 특사경 권한 활용을 암시하는 방식으로 의료기관을 심리적으로 압박해 의료인의 정당한 진료권을 심각하게 위축시키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특히 의협은 “사무장병원을 단속하기 위해 건강보험공단에 특사경 권한을 부여하는 것은 의료기관을 대등한 계약 상대방이 아니라 권력관계에 종속된 상시 감시 대상으로 취급하는 것으로, 건강보험법의 취지에도 어긋난다”고 밝혔다.
아울러 의협은 불법개설을 사전에 차단할 제도를 정비하고, 리니언시제도(자진 신고자 형 감면제도) 등을 통해 보다 근본적이고 합리적인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무장병원이 만연한 것은 정부나 건강보험공단의 조사 권한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의료기관 개설 당시 불법 개설 여부를 충분히 확인하지 않고 개설 허가하고, 의료생협 등 불법 개설의 통로로 악용될 여지가 높은 제도를 마련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의협은 “건강보험법 상 수가계약의 당사자인 공단에게 사법경찰권을 부여하는 것은 초법적인 조사권한을 부여해 법리적 문제가 야기될 뿐만 아니라, 공단의 강압적인 현지조사 문제가 사회적 이슈로 떠오르는 현실에서는 더욱 신중한 접근 방식이 요구된다”고 피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