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병지원 시범사업에 대해 점수를 매긴다면?
환자, 보호자, 병원, 간병사의 입장을 현재 상황에서 평가한다면 모두가 어렵고, 만족스럽지 못하다. 지난 4월부터 간병비 지원 신청을 받아 5월 중순부터 시범사업을 시작했다. 이제 3개월을 지나 4개월째인데 너무 많은 문제점이 있다. 평가하기에는 아직 이르다고 보지만 지금처럼 계속하면 시범사업은 실패할 가능성이 있다.
우선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점은 시간이 지날수록 간병의 질이 조금씩 좋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간병인들이 과거보다 나이가 조금 더 젊어지고, 외국인이 아니라는 점도 긍정적이다. 물론 시범사업을 하는 요양병원 중에는 기존 시스템과 비슷하다고 이야기하는 곳도 있지만 대체로 낮 시간대 간병의 질은 나쁘지 않다고 평가하고 있다. 환자의 입장에서 보면 의료고도 이상의 환자로서 간병의 질이 조금이나마 좋아진 듯하다. 다만 낮과 밤 시간대 간병인 수에서 차이가 있어 야간에는 간병의 질이 떨어진다. 내국인 간병인이어서 외국인보다는 좋다. 나이도 조금 젊어졌지만 간병인이 자주 바뀌고, 새 간병인은 아직 간병이 서툴러 적응하기에는 두세 달이 걸린다.
보호자 관점에서 보면 간병비용이 개인 간병인을 고용할 때보다 저렴하다. 하지만 여러 환자를 보는 간병인을 이용할 때보다 비용이 크게 줄어들지 않아 여전히 부담이 된다. 시범사업에서 본인부담률은 40~50%인데 건강보험처럼 비용의 20%를 환자가 부담하는 방식이면 좋겠다. 시범사업에서는 180일을 초과하면 간병 지원을 받지 못해 다시 과거로 돌아가면 많은 문제가 생길 것 같다.
요양병원 입장에서 간병지원 시범사업을 평가한다면?
요양병원 입장에서는 의료-요양 통합판정 때문에 간병비 지원 대상자 선정이 어렵고, 탈락한 환자들에게 이를 설명하기가 쉽지 않다. 간병지원 대상자를 의료-요양 통합판정으로만 선정하는데 대상자가 사망하거나 대학병원으로 전원해 빈 병상이 생기더라도 통합판정 주기가 길어 경영적 손실이 크다. 간병지원 대상자를 의료-요양 통합판정으로 하는 것은 시범사업의 가장 큰 실패 원인이 될 것 같다.
심평원의 전문가들이 만든 환자평가표에 따라 요양병원이 의료필요도, 요양필요도를 모두 평가하면 되는데 건강보험공단에서 많은 인력들이 직접 요양병원에 나와 간병 대상자를 조사하고, 통합판정 방식으로 심의하는 과정이 너무 인력 소모적일 뿐만 아니라 한 달에 한번 간병 대상을 선정하면서 여러 가지 문제를 낳고 있다. 특히 요양병원 손실이 대거 발생하고 있다. 의료고도 이상의 환자들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간호인력을 추가 투입하지 않으면 간호의 질이 크게 하락할 것이다. 간병들은 요양원보다 힘들다며 퇴사가 잣고, 급여가 적어 구인이 매우 어려운 것도 현실이다.
간병인들은 최저임금을 받는데 급여에 비해 하는 일이 너무 고되다. 무경험자는 숙련하는데 시간이 많이 걸린다. 야간에는 투입 인력이 적어 간병업무가 더 늘어나고, 환자에게 무슨 일이 일어날까 봐 불안해하고 있다. 이 때문에 별도의 인력을 추가 투입한 요양병원도 있다. 요양원과 달리 요양병원은 모든 환자가 중환이다 보니 간병하기가 더 힘들고 급여도 적다고 불만이 높다.
간병지원 대상자 선정에 어떤 문제가 있나?
급성기병원에서 시행 중인 간호간병통합서비스는 건강보험 급여가 되고, 해당 병동에는 환자의 경중과 상관없이 서비스 대상자가 된다. 그런데 왜 요양병원은 지원 대상자를 평가해 의료고도 이상만 선정하나? 경제적 부담을 줄이기 위한 정책인데 간병지원을 받기 위해서는 반드시 의료고도 이상으로 나빠져야 되나? 요양병원과 요양시설의 입원, 입소 대상자는 정부가 기능 정립을 통해 구분해야지 왜 환자의 경중으로 간병지원 대상자를 정하나? 간병지원을 180일까지로 제한한 것은 건강보험 재정 때문인가?
아니면 장기 입원환자의 상태가 그 기간에 호전될 것이라고 생각해서인가? 건강보험 재정 때문이라면 급성기병원 간호간병통합서비스의 재정과 비교해 보라. 간병의 질을 위해 간병인을 더 확충하고, 특히 야간시간대 간병인을 늘려야 한다. 특히 노인들의 신체 특징상 간병인 교육과 신체적 질을 높여야 한다.
의료-요양 통합판정 결과 신청자의 약 25%가 탈락한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통합판정 방식은 의료필요도와 요양필요도 점수를 합해 대상자를 선정한다. 이는 요양병원의 현재 상황을 모른 채 의료최고도, 의료고도 이상, 장기요양 1, 2등급 이상으로 정한 것이다. 그러다 보니 상당수 입원환자들은 장기요양등급을 받지 못한 상태여서 혼란이 가중됐다. 또 통합판정방식에 대한 조사표 점수 등을 요양병원에 제공하지 않아 대상자가 왜 탈락했는지 정확히 모르는 상태에 있다. 요양병원과 보호자의 입장은 의료중도 이상이면 간병 지원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또한 통합판정에 조사자의 주관적인 판단이 들어감으로써 요양병원마다 간병지원 대상으로 선정된 환자들의 상태가 제각각이다. 즉 요양병원에서 신청자를 정하는 것도 고민스럽고, 통합판정의 결과도 수용하기 어렵다. 재신청도 받고, 요양병원 의사도 통합판정에 참여시켜 주치의의 판단이 반영되도록 해야 한다.
간병비 급여화를 위한 시범사업이 아니라 의료-요양 통합판정을 위한 시범사업이라는 우려도 있다.
검증되지 않은 시범사업단계인 의료-요양 통합판정 방식으로 전 국민이 기대하고 있는 간병비 지원 시범사업을 시행한 것 자체가 첫 발걸음을 어렵게 하고 있다. 통합판정은 의료-요양-돌봄의 기준을 평가하기 위한 것인데 의료필요도가 높아 입원한 요양병원 환자에게서 요양필요도를 평가한다는 것은 요양병원뿐만 아니라 보호자 입장에서도 납득할 수 없을 것 같다. 요양병원 입원환자 거의 대다수가 간병지원이 필요한 환자들이다.
그리고 요양병원은 심평원 전문가들이 만든 환자분류군이 있고, 매달 환자평가표를 작성한다. 환자평가표에 의료필요도 및 요양필요도가 모두 포함되어 있어 이를 근거로 간병지원 대상자를 정하면 통합판정 조사위원 등의 자원 소모가 줄어들 것이다. 통합판정에 필요한 비용으로 한명이라도 더 간병 지원하는 것이 맞다.
간병지원 시범사업 과정에서 요양병원의 손실이 발생하고 있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손실의 근본원인은 통합판정을 통한 지원 대상자 선정 때문이라고 보면 된다. 앞에서도 설명한 것처럼 간병지원 대상자를 한 달에 한번 주기로, 외부에서 조사, 선정한다. 그런데 시범사업 대상자가 중간에 사망하거나 전원, 격리 등으로 빈 병실이 생기면 다른 대상자가 선정될 때까지 병상을 비워둔 채로 대기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런 문제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요양병원이 자체적으로 간병지원 대상을 선정하는 방식으로 시범사업을 하고, 추후 선정 도구를 이용하는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 또 다른 방법은 간병지원 대상자를 120% 여유 있게 선정하고, 요양병원이 자체적으로 순서를 정해 빈 병실이 생기면 대기 순번에 따라 입실하도록 하는 것이다.
간병인 관리와 관련해 현재의 방식이 적절한지?
현재 간병인 배치 전 일률적으로 8시간 교육을 하고, 병원 자체에서 지속적으로 교육하는 것은 비효율적이고, 교육 자료도 미비하다. 즉 간병 경험 유무에 따라 교육시간을 달리해야 한다. 교육 동영상도 요양병원에 맞지 않다. 중간 퇴사자가 많아 배치 전 교육 시기도 정하기 어렵다. 배치 후 교육은 공신력을 위해 정부나 협회에서 하면 효과적일 것 같다.
시범사업과 관련해 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1차 시범사업의 여러 어려운 점에도 불구하고 본사업의 성공적 시작을 위해 복지부, 건강보험공단, 요양병원협회가 같이 노력해 잘 이뤄냈으면 한다. 현 시범사업의 문제점이 너무 많은 것은 현장의 목소리를 배제한 채 일방적으로 시행했기 때문인 것으로 사료된다. 특히 간병비 지원사업은 요양병원의 이익과는 전혀 상관없는 국민을 위한 정책으로 모두가 이해하고 인정되는 그러한 제도로 시행돼야 할 것이다.
지금이라도 국민적 기대감이 있는 정책을 요양병원협회와 같이 협의해 성공적으로 본사업까지 갈 수 있기를 희망한다. 재정적으로 볼 때 현재와 같은 방식으로 본사업을 바로 시행하더라도 국가부담금이 1년 약 3천억 원 정도이며, 대상 환자를 의료중도까지 넓힌다고 해도 1년에 1조 원 이내에서 성공적으로 시행할 수 있다. 따라서 조기에 시행하는 것이 타당할 것으로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