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가 암환자를 신체기능저하군으로 분류해 통원치료 받으라고 한다면 밥상을 배달해 줄 수 있느냐.”
한국암재활협회와 대한노인요양병원협회 등이 23일 국회에서 주최한 ‘암 재활환자에 대한 환자분류표 등재의 당위성과 방안’ 정책세미나에서 유방암으로 재활치료 중인 김근아 씨가 한 말이다.
김근아 씨는 여성학 박사과정 마지막 학기에 유방암 진단을 받고 서울대병원에서 수술을 받았다고 한다.
이후 서울 근교의 요양병원에 입원해 대학병원에서 30차례 방사선치료를 했다.
김씨는 “방사선치료를 하면서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 굉장히 힘든 상황이었는데 요양병원에서 면역력을 강화하는 압노바, 고주파치료 등을 받으면서 회복이 빨라졌다는 것을 경험적으로 실감했다”고 환기시켰다.
김 씨는 “암이 수술만 하면 치료가 되느냐”면서 “면역력을 끌어올리고, 식이요법, 정신적 우울감 치료 등이 필요한데 대학병원에서는 이런 걸 하지 않고, 외래를 가면 1분 진료가 고작”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요양병원에서 면역력을 회복하는 치료를 받아왔는데 그게 암을 직접 치료하기 위한 목적의 입원이 아니라며 보험사에서 입원보험금 지급을 거부했다”면서 “암환자들이 보험금을 달라고 집회를 열면 돈 때문에 싸우는 사람 취급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씨는 이런 상황이 발생하는 게 암환자를 요양병원 환자분류표상 신체기능저하군으로 분류하기 때문이라고 단언했다.
김씨는 “암은 중증질환이고, 만개가 넘는 증상이 있는데 이게 신체기능저하군이냐”면서 “보험금을 주지 않기 위한 꼼수가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꼬집었다.
환자가 요양병원에 입원하면 환자분류표에 따라 △의료최고도 △의료고도 △의료중도 △문제행동군 △인지장애군 △의료경도 △신체기능저하군 등 7개 등급으로 분류하고, 등급에 따라 1일당 수가를 차등 지급한다.
신체기능저하군은 입원치료보다 외래진료를 받는 게 타당한 환자를 의미하는데 심평원과 민간보험사들은 상당수 암환자들이 불필요한 입원을 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김씨는 “암환자는 최선의 치료를 받을 권리와 자격이 있고, 자기 손으로 식사하기조차 어렵다”면서 “국가가 암환자를 신체기능저하군으로 분류해 통원치료 받으라고 한다면 밥상을 배달해 줄 수 있느냐”고 따졌다.
또 김씨는 “암환자들이 신체적으로, 정서적으로 안정된 환경에서 치료받을 수 있도록 해 달라”면서 “대학병원에서 항암제만 맞는다고 되는 게 아니라 (요양병원의) 재활치료가 정말 필요하다. 암환자들에게 삶의 희망을 달라”고 간곡히 호소했다.
뇌종양환우회 김현승 회장은 “요즘 암환자들의 입원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움직임이 진행되고 있다”며 “이는 보험사의 재정을 보호하려는 것 외에 아무런 목적이 없다”고 못 박았다.
보험이용자협회 관계자는 “암환자가 입원치료가 필요하지 않다고 하는데 심평원이 그렇게 판단하는 근거가 무엇이고, 어떻게 치료가 필요하지 않는 환자가 입원할 수 있느냐”고 질타했다.
이 관계자는 “신체기능저하군에 포함된 암환자 비율이 얼마나 되는지 아느냐. 암환자를 경미한 환자로 몰아가는 건 주홍글씨”라면서 “심평원은 보험사가 입원이 필요한 환자인지 문의하면 ‘입원 불필요’ 회신을 보내 환자를 보험사기범으로 처벌받게 하고 있다”고 맹비난하고 나섰다.
그는 “암환자를 ‘증상이 경미하다’거나 ‘입원치료가 필요 없는 환자’라고 하는데 용어를 신중히 사용해 달라”면서 “정말 암환자여서 입원하고 주치의 의견에 따라 치료했는데 왜 보험사기냐”고 항변했다.
한편 이날 정책토론회에서 한국암재활협회 기평석(가은병원 원장) 부회장은 “항암, 방사선치료를 받고 있는 암환자는 의료고도로, 병기와 관계없이 치료가 불가능한 암환자는 당연히 요양병원 입원 대상이며 의료중도 이상으로 분류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와 함께 기평석 부회장은 암재활수가 신설도 촉구하고 나섰다.
그는 "암 재발 예방을 위한 프로그램을 하는 환자의 요양병원 단기입원을 허용하고, 암 예방 및 치료를 위한 암재활수가가 필요하다”며 "환자 상태에 따라 마약성 진통제를 수시로 처방하기 위해서는 약값을 일당정액수가와 별도로 청구할 수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