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성요양병원 화재후 당근 없이 규제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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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성요양병원 화재후 당근 없이 규제만
  • 안창욱
  • 승인 2018.05.30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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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센티브·수가 지원 약속 4년간 말잔치만…
"시설은 좋아졌는데 경영은 더 어려워졌다"

2014년 장성에서 발생한 요양병원 방화사건으로 22명이 사망하는 대형 참사가 발생했다. 이후 정부가 대대적인 제도 개선에 나서면서 요양병원의 체질이 크게 개선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러나 정부가 규제만 늘리고, 지원은 외면하는 정책기조를 개선하지 않고 있다는 불만도 팽배하다. [편집자 주]

[초점] 장성 요양병원 방화사건이 남긴 것

장성의 H요양병원 별관 3층 나눔병동에는 뇌경색, 치매, 뇌출혈, 편마비 노인환자 34명이 입원해 있었다. 이 중 6명은 와상환자였다.

2014528일 자정을 갓 지날 무렵 치매로 입원해 있던 K씨는 복도 끝 빈 병실에 몰래 들어가 라이터로 매트리스에 불을 붙여 방화를 저질렀다.

화재 당시 나눔병동의 야간 당직자는 간호조무사 1명뿐이었고, 간병인은 한명도 없었다.

이 때문에 혼자 구조에 나섰던 당직 간호조무사를 포함해 22명이 유독가스에 질식해 사망했고, 6명이 일산화탄소 중독 등의 상해를 입는 참사가 벌어졌다.

H요양병원 이사장은 2015년 대법원에서 업무상과실치사죄, 업무상과실치상죄, 증거은릭교사죄, 의료법 위반 등으로 징역 3년과 벌금 1100만원이 확정됐다.

H요양병원 행정원장은 징역 26개월에 집행유예 3, 관리과장은 금고 1년에 집행유예 2년형을 받았다.

H요양병원 이사장이 국민들에게 사죄하는 모습. 사진 제공: 서울신문
H요양병원 이사장이 국민들에게 사죄하는 모습. 사진 제공: 서울신문

요양병원에 대한 강도 높은 규제정책

장성 요양병원 화재사건이 발생한지 3개월 뒤 보건복지부는 '요양병원 안전관리 방안'을 발표했다.

우선 정부는 201571일부터 신규 개원하는 모든 요양병원에 대해 스프링클러 등 소방시설 설치를 의무화했다. 다만 기존에 설립된 요양병원은 스프링클러 설치를 3년간 유예했다.

또 당직의료인 기준을 강화해 간호사의 경우 입원환자 100명당 1명을 80명당 1명으로 변경했고, 야간과 휴일의 시설물 안전 등을 강화한다는 명목으로 급성기병원에는 있지도 않는 '행정당직인'을 두도록 했다.

이와 함께 요양병원 인증 기준에 화재 안전 관련 항목을 5개에서 7개로 늘리면서, 당직의료인 기준과 화재 안전 항목을 통과하지 못하는 병원은 인증을 통과할 수 없도록 했다.

복지부는 "이번 요양병원 안전관리 방안은 부실 요양병원을 퇴출시키고 신규 진입을 억제하면서, 우수한 요양병원은 기능별로 분화·발전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주요 내용"이라고 밝혔다.

규제를 늘리는 대신 당근도 제공해 우수한 요양병원들이 더 발전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게 요양병원 안전관리 방안의 핵심이었다.

이를 위해 복지부는 스프링클러 설치 의무화하면서 우수 요양병원에 대해 수가 등의 재정적 인센티브를 제공해 새롭게 적용되는 법적 의무를 준수하도록 할 계획이라고 약속했다.

아울러 "요양병원에 대한 의무인증을 조기에 완료해 결과에 따라 수가를 반영하는 등 인센티브 마련도 추진하겠다"고 공언했다. 

그러나 복지부는 규제책에 대해서는 착실히 이행했지만 당근은 4년이 지나도록 내놓지 않고 있다.

복지부는 스프링클러 설치에 따른 인센티브를 단 한 푼도 지원하지 않았고, 요양병원들은 200병상 기준으로 약 3억원이 들어가는 비용을 고스란히 떠안아야 했다.

인증 기준에 화재 안전 항목이 늘면서 요양병원들은 적게는 수천만원에서 많게는 수억원을 투입해 시설을 보완했지만 인센티브는 없었다. 

반면 요양시설에 대해서는 다른 방식으로 접근했다.

201010월 포항 인덕노인요양센터 화재로 노인 10명이 사망하고 17명이 부상하는 대형 참사가 발생하자 정부는 요양시설에 간이스프링클러 등 소방설비를 의무적으로 설치하도록 하면서 설치비 일부를 지원해줬다.

보건복지부는 2015년 5월 노인요양시설에 비상시 자동열림장치 설치를 의무화할 때에도 비용 일부을 지원했다. 

대한노인요양병원협회 김재택(화순현대요양병원 이사장) 법제이사는 "장성 요양병원 방화사건 이후 규정이 강화되면서 시설이 많이 개선된 게 사실"이라면서 "그러나 경영은 더 어려워졌다"고 단언했다.

그는 "요양병원의 수가는 급성기병원의 70~80%에 불과할 정도로 열악한데 규제를 강화하면서 지원책은 내놓지 않고 있다"면서 "그러면서 질 좋은 요양병원을 만들라고 강요하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꼬집었다.

특히 그는 "장성 요양병원 방화 당시 간병인이 있었더라면 참사를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면서 "간병비를 급여화하고, 정부가 비용을 지원해 화재에 대비하고 간병의 질을 높일 수 있는 보다 합리적인 대책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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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성댁 2018-05-30 08:56:23
언제는 정부가 약속을 지켰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