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장병원과 정상 의료기관의 경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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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무장병원과 정상 의료기관의 경계
  • 김무한 변호사
  • 승인 2018.10.29 0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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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법무법인 우리누리 김무한 변호사

소위 사무장병원이란 의료기관 개설자격이 없는 무자격자가 자격자(의사 등)를 고용해 그 명의로 의료기관을 개설, 운영하면서 운영수익을 취하는 경우를 일컫는 말이다. 보통 무자격 운영자를 사무장이라 하고, 그렇게 개설된 의료기관을 사무장병원이라고 부른다.

김무한 변호사
법무법인 우리누리

사무장병원으로 적발될 경우, 의료법 위반 혐의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이하 특경법) 위반 혐의가 적용되는 것이 대부분이다.

현행 판례는 사무장병원이 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수령한 급여비용 전액을 사기에 의한 편취금액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사기죄의 편취금액이 5억원을 넘으면 일반 사기죄 대신 특경법이 적용돼 가중처벌하는데 사무장병원의 운영기간 동안 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수령한 급여비용을 합산해보면 5억원을 넘지 않는 경우가 드물고 때로는 수백억원 대에 이르기도 한다.

특경법상 사기죄의 이득액이 5억원 이상 50억원 미만일 경우 3년 이상의 징역형, 50억원 이상일 경우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형에 각각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니, 사무장으로 지목된 사람은 대부분 수사단계에서부터 구속되어 유죄 판결시 실형을 면치 못하게 된다.

개설명의를 빌려준 의사 역시 가담 정도와 편취금액에 따라 실형이 선고되는 경우도 빈번하다.

어디 징역형뿐인가?

대부분의 경우 피고인들은 편취금액에 상응하는 벌금형을 동시에 선고받게 되고, 그와 별도로 건강보험공단과 보험사들로부터 부당이득환수 청구를 당하게 되기 때문에 형을 마치고 나오더라도 평생 갚지 못할 빚을 지게 된다.

그렇다면 이렇게 엄벌에 처해지는 사무장병원과 정상적인 의료기관 사이의 경계선은 어디 쯤일까?

애초에 이러한 질문이 가능한 것은, 실제 사건에서 사무장병원과 정상적인 의료기관을 구별하기 어려운 경우가 상당수 존재하기 때문이다.

의사가 의료기관을 개설하기 위해서는 임대차 보증금과 인테리어 비용, 각종 의료장비 구입비용 등 수억원에서 수십억원에 달하는 초기 개설자금이 필요하다.

또한, 개원 직후부터 손익분기점을 넘어설 때까지 상당한 규모의 초기 운영자금(리스비용, 인건비, 재료비, 의약품대금 등)이 매월 지속적으로 지출된다.

상당한 자금력을 갖추고 있지 않으면 의사가 병원을 설립하기 위해서는 금융기관으로부터 닥터론과 메디컬론 등 각종 신용대출과 담보대출을 받을 수밖에 없다. 그것도 여의치 않은 경우에는 친척과 지인으로부터 돈을 빌리거나, 대여와 투자의 중간쯤 되는 모호한 성격의 자금지원을 받는 경우도 종종 발생하게 된다.

만약, 의사 A가 지인 B로부터 변제시기를 약정하지 않고 돈을 빌리거나, 아예 대여가 아닌 투자를 받아 병원을 개설했다면 그 병원은 사무장병원일까?

더 나아가, B가 그 병원에서 직원으로 일하면서 월급을 받았다면? 만약 B가 그 병원에서 부원장또는 행정원장으로 근무하면서 병원의 행정업무를 총괄하였다면? 만약 AB가 처음부터 동업약정을 맺고, 병원에서 이익이 발생할 경우 반반씩 나누기로 하였다면 어떨까?

동업관계에 의한 사무장병원이 유죄로 인정된 무수한 사례들이 있기 때문에, 의료법 위반사건을 담당해본 변호사도 위와 같은 질문에 명쾌한 답변을 내기가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이에 관하여 대법원은 비의료인이 그 의료기관의 시설 및 인력의 충원관리 개설신고, 의료업의 시행 필요한 자금의 조달 그 운영성과의 귀속 등을 주도적인 입장에서 처리하는 것을 의미한다고 판시해 의료기관 개설 및 운영에 있어서의 주도성이 누구에게 있었는지 여부를 사무장병원의 판단기준으로 삼고 있다.

그러나, 실제 사건에서 위와 같은 요건들의 충족 여부를 판단하기도 쉽지 않거니와, 몇가지 요건만 충족되고 나머지 요건이 충족되지 않는 경우는 어떻게 보아야 할 것인지, 도대체 어떤 경우에 주도성을 인정할 수 있는지 여부를 판단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필자가 경찰 조사단계부터 재판단계까지 약 1년간 변호하였던 사건에서도, 경찰은 사무장병원으로 확신해 사무장으로 지목된 당사자를 수사단계에서 구속까지 했지만 1, 2심 담당 재판부는 비의료인이 위 병원들을 주도적으로 운영하였다고 볼만한 증거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했다.

위 사건 내용을 들여다보면, 사무장으로 지목된 사람과 의사가 서로 병원수익을 나누어 갖기로 약속했던 경우인데, 결국 동업약정을 맺었다는 사정은 사무장병원으로 의심할만한 요소이기는 하지만 그것만으로 사무장병원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이와 같이 실제 사례를 살펴보면 사무장병원과 정상적인 의료기관 사이의 경계선은 상당히 모호하고 일도양단식으로 나눌 수 없는 사례가 상당히 많으며, 수사기관의 판단과는 완전히 다른 법원 판결이 내려지는 경우도 종종 나타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실무상 수사기관과 건강보험공단은 사무장병원과 정상 의료기관과의 모호한 경계, 의료법 위반 여부 판단의 복잡성을 인정하지 않은 채, 수사초기 단계부터 강력한 조치를 취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사무장병원 혐의를 받게 되면 건강보험법 등에 따른 여러 후속 조치로 인해 십중팔구 파산을 면치 못하게 되는 것이 현실이다. 이에 관해서는 다음에 자세히 다루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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