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료비 통삭감에 분통 터지는 요양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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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료비 통삭감에 분통 터지는 요양병원
  • 안창욱
  • 승인 2018.09.20 0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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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부천 가은병원 기평석 원장
“기준도 없이 삭감…심평원이 뭐하는 곳인가요?”

[초점] 의학 위에 군림하는 심평의학

#1

A요양병원은 올해 초 암환자 20여명의 입원진료비 전액이 삭감됐다. 심평원은 여기에서 멈추지 않고 몇 달 뒤 20여명을 다시 통삭감했다. 이 때문에 요양병원은 어쩔 수 없이 이들 암환자들을 퇴원 조치했고, 병원을 떠난 이들 중 3명은 얼마 뒤 사망했다.

#2

심평원은 지난해 K요양병원의 암환자 6명의 입원진료비에 대해 심사보류 통보를 하면서 추가 자료를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그러더니 그 다음 달에는 40여명의 암환자 입원진료비를 지급불능 통보했다. 입원이 불필요한 환자인 만큼 해당 진료비를 지급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3

전남지역 요양병원에 입원중인 암환자들은 최근 심평원이 한 달에 6명씩 입원진료비 전액을 통삭감하고 있어 환자들을 불안에 떨게 하고 있다고 폭로했다.

 

반면 법원은 암환자들은 요양병원 입원이 필수불가결하다고 잇따라 판결하고 있다.

 

#4

서울고법은 2016암환자 A씨가 요양병원에 입원해 항암치료를 받은 것은 필수불가결한 것으로 보는 게 타당하다며 보험사에 대해 보험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환자는 암수술, 항암치료 등으로 인해 전신 통증과 손발 저림, 불면증, 전신 쇠약, 위장관 소화불량, 구토, 어지럼증, 고열, 무기력증, 호흡곤란 등이 지속적으로 발생했고, 여러 차례에 걸쳐 고열과 호흡곤란, 두통, 복부팽만 등이 심해 대학병원 응급실에 전원하기도 했다면서 이런 증상과 후유증 정도를 고려할 때 요양병원 입원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법원의 수많은 판결에도 불구하고 정부와 심평원, 민간보험사, 심지어 상당수 언론들은 요양병원들이 멀쩡한 사람을 사회적 입원시키고 있다며 통원치료로 전환하라고 압박을 가하고 있다.

암환자들을 사회적 입원으로 보는 게 타당할까? 부천 가은병원 기평석 원장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부천 가은병원 기평석 원장
부천 가은병원 기평석 원장

Q 가은병원 환자 중 사회적 입원은 얼마나 되나.

A 우리 병원은 암환자가 많이 입원하기 때문에 신체기능저하군이 20~30% 가량 된다. 그러나 사회적 입원은 1~2명에 불과하다. 나머지는 모두 암환자다.

Q 보기에 멀쩡한 암환자들을 왜 굳이 입원시키느냐는 주장이 있다.

A 일반인들이 잘 이해하지 못하는 게 암환자의 특성이다. 대부분의 암환자들은 평소 별다른 이상이 없다가 하루 이틀 새 상태가 급속도로 악화돼 사망하는 특성이 있다. 영화처럼 장기간 투병을 하다가 사망하는 게 아니다. 말기환자가 왜 저렇게 멀쩡하게 걸어 다니냐고 하는데 겉으로 봐선 잘 모르는 게 암이고, 그런 점을 이해하지 못하니까 황당한 소리를 하는 거다. 영화는 영화일 뿐 현실은 전혀 그렇지 않다.

Q 걸어 다닌다고 해서 사회적 입원으로 봐선 안된다는 의미인가.

A 암환자들이 걸어 다니는 게 그렇게 억울하면 말기환자 뒷모습 사진을 보여주고 몇 기인지 맞춰보라고 하고 싶다. 일반인과 똑같이 걸어 다녀도 몇 개월밖에 살지 못하는 환자들이 비일비재하다. 의료진은 어떻게 하면 생명을 연장시킬지 고민하는데, 걸어 다니는 것만 보고 사회적 입원 운운하는 사람들은 비도덕적이고 비인간적이다.

Q 심평원은 암환자들이 통원치료 받으면 되는데 왜 굳이 입원하느냐고 한다.

A 신체기능저하군은 의료최고도 내지 의료경도에 해당하지 않거나 입원치료보다 요양시설이나 외래진료를 받는 게 적합한 환자에게 산정한다. 통원치료가 마땅하지만 입원을 인정하는 게 신체기능저하군이다. 암환자들을 사회적 입원으로 매도하는 것도 문제지만 신체기능저하군의 정의를 이렇게 만든 것은 암환자 같은 사례가 있을 수 있기 때문에 통원을 할 수 있지만 입원하더라도 진료비를 인정하기로 한 것이다. 심평원이 암환자 입원진료비를 인정하지 않고 삭감하는 것은 환자분류표 고시 위반이다.

Q 암환자들은 통원치료를 할 수 있는 상황이 되지 않는다고 주장하고 있다.

A 통원치료가 그렇게 필요하고, 중요하다면 12일 단기입원 진료비를 삭감하면 안되는 게 아니냐. 단기입원은 통원치료와 마찬가지 개념인데 심평원이 그걸 삭감한 이유가 뭔지 궁금하다.

Q 심평원은 항암치료 후 1주일 가량 단기입원할 경우 진료비를 인정하는 것으로 아는데 그게 아닌가.

A 전혀 그렇지 않다. 장기입원은 말할 것도 없고 12, 단기입원 모두 삭감하고 있다. 올해 단기입원 환자 24명 중 16명의 입원진료비가 삭감됐다. 삭감 사유가 뭔지 문의해도 답이 없다.

Q 심평원이 삭감한 암환자 진료비 중에는 재발하거나 전이된 암환자도 있나.

A 많다. 봐서 그냥 삭감하는 것 같다. 이의신청 수준으로 진료차트를 다 정리해 충분히 설명해도 다 삭감하더라.

Q 신체기능저하군은 수가도 낮은데 진료비를 조정할 이유가 있나.

A 심평원에 물어보라.

Q 과거부터 암환자 삭감 논란이 있었나.

A 올해부터 불거진 것으로 안다.

Q 심평원은 요양병원이 암환자에게 시행하는 비급여치료에 대해 의학적 효능이 낮다고 평가하는데 어떻게 생각하는가.

A 그것은 효과가 있느냐의 문제라기보다 건강보험 재정과 관련이 있다. 로봇치료가 효과가 없어서 비급여인가. 건강보험 재정이 충분하지 않으니까 급여로 인정하지 못하는 것일 뿐이다. 식대, 상급병실료 등에 재정을 마구 투입하다보니 진짜 필요한 치료는 보험이 안되는 현실을 부끄럽게 생각해야 한다. 암환자 치료성적을 높이기 위해서는 상당수 비급여를 급여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

Q 암보험에 가입한 환자만 암재활전문 요양병원에 입원 하는가.

A 그렇지 않다. 암보험이 있느냐, 없느냐는 환자 본인의 문제다. 병원은 보험 장사하는 곳이 아니고, 우리는 어떻게 통합지지치료를 할 것인지만 생각한다. 환자가 암보험에 가입했는지 여부가 병원과 무슨 상관이 있나.

Q 암보험을 가입하지 않은 환자도 많나.

A 그렇다. 비급여치료를 하지 않는 환자도 상당수 있다. 다만 암보험 가입 여부와 상관없이 입원치료가 필요한 암환자만 입원하도록 하고, 통원치료도 많이 권유하고 있다. 병원에서 제공할 의료서비스가 많지 않으면 당연히 통원 치료해야 한다. 소신껏 하는거다.

Q 그럼 심평원이 왜 삭감하는가.

A 모르겠다. 건강보험 재정 때문이라면 다른 방법으로 해결해야 하는데 이상하게 무조건, 근거도, 기준도 없이 삭감한다. 이해가 안되고, 말이 안된다.

Q 입원이 필요한지 누가 판단해야 하는가

A 당연히 환자를 잘 아는 의사가 해야 한다. 의사가 보고 수술 직후이거나, 항암, 방사선치료를 받고 있거나, 말기환자이거나, 면역력이 떨어져 힘들어하면 입원 여부를 결정하면 된다. 일부에서는 암환자들이 피로하다는 이유로 입원하는 게 말이 되냐고 악의적으로 이야기하는데 암환자들의 주증상이 피로다. 그냥 피곤하지만 일반인들이 술 마시고 피곤한 것과는 전혀 다르다.

Q 일부 대학병원 교수들은 요양병원 입원치료를 인정하지 않는 분위기다.

A 요양병원에서 어떤 치료를 하는지 보지도 않고 그런 이야기를 하는 것이다. 암 조기발견이 중요하다며 무조건 CT부터 찍고 보는 분들이 말기환자가 걸어다닌다는 이유로 요양병원을 헐뜯어서야 되겠나. 가은병원에서 대학병원 교수 40여명을 초청해 설명회를 한 적이 있는데 대체로 요양병원 치료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하더라.

Q 암환자들을 위해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하나.

A 암환자들에게 어떤 통합지지치료가 필요한지 연구해 서비스 표준을 만드는 게 시급하다.

이 환자는 골육종이 간과 폐로 전이된 상태. 이런 환자를 멀쩡하다고 할 수 있을까?
이 환자는 골육종이 간과 폐로 전이된 상태. 이런 환자를 멀쩡하다고 할 수 있을까?

Q 선진국에서는 어떻게 하고 있나.

A 독일만 보더라도 50만 암환자 중 40만명이 한 달 이상 수술 후 의무적으로 요양병원에서 치료받는다. 정부가 돈이 많아서 그렇게 하는 게 아니라 요양병원에 입원해야 치료에 도움이 되니까 그렇게 하는 것이다.

Q 요양병원에서 통합지지치료를 하면 치료성적이 좋아진다는 근거가 있나.

A 운동을 꾸준히 하면 암 생존율이 20~40% 높아진다. 유방암 3기에 해당해도 꾸준히 운동하면 1, 2기가 되고, 그렇지 않으면 4기가 될 수 있다. 몇 기이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어떻게 운동치료, 식이요법 등을 하느냐가 치료성적에 영향을 미친다.

Q 요양병원이 자정할 것도 있나.

A 자정이 필요한 것도 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의료를 포함한 서비스 표준을 만드는 것이다. 요양병원에서 암환자에게 어떤 서비스를 제공할 것인지 표준을 만들고, 그에 합당한 서비스를 제공하면 의료수가를 인정하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무조건 잘한다, 못한다 비난하지 말고 정부가 서비스표준을 제정하고 시범사업을 통해 검증하는 게 무엇보다 시급하다.

Q 암환자들이 안정적으로 치료받을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게 시급해 보인다.

A 그렇다. 무조건 삭감할 게 아니라 암환자들을 위해 어떤 치료를 하는 게 좋을지 고민해야 한다. 국가가 하는 일이 뭐냐. 삭감하는 게 심평원의 역할인가. 국가와 심평원이 할 일은 서비스 표준을 만드는 것이고, 요양병원도 여기에 동참해야 한다. 이렇게 해야 암환자들이 더 건강해지고, 더 행복해질 수 있다. 내가 정부와 심평원에 제안하고 싶은 게 이런 거다. 삭감을 중단하고 요양병원형 암환자 서비스모델을 제정하자는 것이다. 요양병원은 호스피스를 하면 안된다고 했지만 보라. 다들 잘하고 있지 않나. 문제는 제도이지 요양병원이 아니다.

Q 사회가 암환자들을 방치하고 있다고 생각하는가.

A. 산정특례 만들어놓고 수술, 항암, 방사선 보험급여해주면 땡이다. 그 이상 어떤 서비스를 해줬나. 식사를 하든지 말든지, 열나면 병원에 오라고 한 게 전부다. 이거 빼고 한 게 뭐가 있나.

Q 심평원 뒤에 민간 보험사 있다고 말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 동의하는가.

A 확인한 바 없지만 그런 의심이 들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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