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무기록은 구명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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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무기록은 구명줄이다
  • 안창욱 기자
  • 승인 2018.01.19 0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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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진료기록부 작성 왜 중요한가

의료기관은 늘 환자와의 의료분쟁, 행정처분, 형사처벌에 노출돼 있다. 요양병원도 예외가 아니다. 일단 의료분쟁에 휘말린 의료인이 자신의 무과실 또는 무죄를 입증하기 위해서는 증거가 필요한데 가장 중요한 게 의무기록이다. 반면 사실과 다르게 의무기록을 작성하다간 되레 큰 화를 부를 수도 있다.

먼저 의무기록 작성과 관련한 의료법을 살펴보면 규정을 위반한 경우 엄한 처벌과 처분이 뒤따른다는 사실을 알 수 있지만 의료현장에서는 이를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경향이 없지 않다.

의료법

22(진료기록부 등)

의료인은 각각 진료기록부, 조산기록부, 간호기록부, 그 밖의 진료에 관한 기록을 갖춰 두고, 환자의 주된 증상, 진단 및 치료 내용 등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하는 의료행위에 관한 사항과 의견을 상세히 기록하고 서명해야 한다.

의료인이나 의료기관 개설자는 진료기록부 등을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보존해야 한다.

의료인은 진료기록부 등을 거짓으로 작성하거나 고의로 사실과 다르게 추가기재·수정해서는 안된다.

66(자격정지 등)

보건복지부장관은 의료인이 제22조 제1항에 따른 진료기록부 등을 거짓으로 작성하거나 고의로 사실과 다르게 추가기재·수정한 때에는 1년의 범위에서 면허자격을 정지시킬 수 있다.

88(벌칙)

22조 제3항을 위반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이나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90(벌칙)

22조 제1·2항을 위반한 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의무기록과 관련해 실제 법정 다툼이 발생한 사례를 보자. 먼저 의무기록 작성의 잘못된 예이다.

 

#1

A병원 간호사 안씨는 20153월 어느 날 오후 150분 경오른손 새끼손가락 골절 접합수술을 받은 환자에게 주사제를 투여했다.

당시 안씨는 의사가 출혈억제제 모틴주를 처방하라고 지시했지만 실수로 근이완제 베카론를 투여했고, 환자는 3분 뒤 심정지 발생해 며칠 후 사망했다.

안씨는 환자 유족이 자신을 업무상과실치사죄로 고소하자 다음과 같이 간호기록부를 허위 기재했다.

2시 환자가 "오른 팔은 전보다 안 아파요. 괜찮아요"라고 함.

25분 환자가 오늘 담배 피워도 되는지 물어서 피우지 말라고 재교육함.

228분 보호자의 누나가 환자에게 이상이 발생했다며 소리 지르며 호출함.

이에 대해 법원은 안씨가 간호기록부를 허위로 작성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을 통해 "안씨가 작성한 간호기록지를 보면 주사제를 투약한 후 5분이 지나도록 정상적인 대화를 한 것으로 기재돼 있다. 그러나 안씨와 병원은 '베카론' 오투약으로 인한 사고의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간호기록지를 허위 기재했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결론 내렸다 

법원은 안씨에 대해 금고 1,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이런 사건은 안씨 개인이 처벌받는 것으로 끝나지 않고 거액의 손해배상소송으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의무기록을 허위 기재하는 것은 자살골과 같다.

 

#2

정형외과의원을 운영하는 김모 원장은 박모 환자가 7일간 입원치료를 받았음에도 4일치 처방만 진료기록부에 기록하고, 3일간의 처방에 대해서는 아무런 기록을 남기지 않았다.

또 사실과 다르게 퇴원일자를 기재하고, 퇴원 당일까지 처방한 것으로 정정해 기록했다.

해당 의원의 간호조무사 정 모씨는 간호기록부를 비치하지 않았고, 입원환자의 체온, 맥박, 호흡, 혈압에 관한 사항, 투약 사항, 섭취물 및 배설물, 간호 사항을 전혀 기록하지 않았다.

김모 원장은 1심에서 벌금 400만원을 선고받았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김 원장의 의료법 위반행위는 단순히 벌금으로 마무리되지 않고 의사면허정지처분으로 이어질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대법원
대법원

이와 달리 의무기록은 예상치 못한 의료사고에서 병원과 의료인의 구명줄이 되기도 한다.

 

#3

평소 류마티스 관절염과 골다공증이 있는 환자 K(82)는 넘어져 요추부 골절, 허리 및 대퇴부 통증을 호소하며 대학병원 응급실에 내원했고, 의료진은 스테로이드를 투여하는 경막외 주사시술을 했다.

환자는 주사 시술을 받고 다시 병실로 올라가기 위해 휠체어에 앉아 대기하던 중 시술부위 통증과 불편감을 호소하며 옆에 있는 의자에 눕기 위해 일어서던 중 다리에 힘이 풀려 바닥에 낙상했다.

환자는 그 사고로 대퇴부 경부골절을 입었고, 수술을 기다리던 중 사망했다.

이에 유족은 "낙상고위험군 환자와 보호자에게 낙상예방교육을 실시하고, 낙상방지 조치 등 요양방법을 지도할 의무가 있었음에도 이를 게을리해 낙상사고가 발생했고, 의료진이 시술후 안정을 취하도록 하지 않고 바로 내보내면서 사고를 당했다"며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1심 법원은 "의료진은 주사 시술후 환자를 치료실 밖에 두고 주의 깊게 관찰하지 않았고, 시술 전후 주의사항을 고지하거나 낙상예방교육을 하지 않았다"면서 3000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반면 2심 법원은 해당 대학병원의 의무기록을 증거로 인정하며 유족의 주장을 모두 기각했다.

2심 재판부는 "의료진은 환자가 입원할 당시 낙상방지에 대해 설명하고, 매일 낙상예방교육을 한 기록이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법원은 "낙상사고가 나기까지 진료기록부에 기록된 소요시간에 비춰볼 때 시술후 환자의 상태를 30여분간 관찰한 후 별다른 이상이 없자 대기공간으로 옮겼다는 의료진의 진술이 더 신빙성이 있다"며 의료진의 과실이 없다며 1심 판결을 뒤집었다.

 

#4

P씨는 지하철역 승강장 계단을 내려오다 넘어져 A대학병원으로 이송된 직후 사지 감각 저하, 근력 저하 상태였고, 다음날 K대학병원으로 전원해 수술을 받았지만 사지마비, 배뇨 및 배변 장애 상태가 됐다.

이에 환자 측은 A대학병원에 의료과실이 있다며 손해배상을 요구하는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환자 측은 "필요한 치료를 받는 것에 동의하고 치료를 거부한 적이 없었지만 A대학병원은 입원 다음날 오전 6시경에야 스테로이드 치료를 하는 등의 잘못이 있고, A대학병원은 3차병원으로서 의학적 전원 필요성이 없음에도 필요한 수술적 치료를 하지 않고 전원 조치한 잘못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 사건에 대해 1, 2심 법원은 A대학병원에 과실이 없다고 판결했는데 진료기록부가 결정적인 증거로 작용했다.

진료기록부에는 P씨가 A대학병원에 도착한 직후부터 K대학병원으로 전원할 때까지 19시간 30분 동안 벌어진 상황이 분 단위로 빼곡이 적혀 있었다.

응급실로 이송된 뒤 척수 손상, 비골 골절 등이 관찰됐고, 보호자에게 MRI 검사, 스테로이드 치료 필요성 등을 설명했지만 P씨가 서울의 대형병원으로 전원하길 강력하게 희망해 모두 보류했으며, 전원 도중 사망과 같은 돌발상황에 처할 수 있다고 설명한 사실을 모두 기재한 것이다.

재판부는 "환자 본인이나 보호자가 전원을 원하고 치료에 동의가 없는 상태에서 의료진이 임의로 고용량 스테로이드를 투여하거나 수술 등의 적극적 치료를 할 수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환자 측의 주장을 모두 받아들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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