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료비 삭감 근거가 뭔가요?"
  • 기사공유하기
"진료비 삭감 근거가 뭔가요?"
  • 안창욱 기자
  • 승인 2018.01.22 06:47
  • 댓글 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심평원 심사조정에 열받는 요양병원들

"삭감을 위한 삭감 납득이 가지 않는다"

심평원의 진료비 심사조정에 대한 요양병원들의 불만이 하늘을 찌르고 있다.

201611월 서울행정법원은 3개 요양병원의 일부 환자들이 대학병원 등에 외래진료를 갔다는 이유만으로 심평원이 환자등급을 최하위인 신체기능저하군으로 낮추고, 해당 진료비를 삭감한 것에 대해 위법이라며 삭감처분 취소 판결을 내린 바 있다.

3개 요양병원 중 한 곳을 예로 들면 대학병원 등에 외래진료를 간 5명의 환자는 파킨슨병, 뇌내출혈, 중뇌동맥 경색증, 뇌경색, 편마비, 경관영양, 사지마비 등의 증상을 가진 의료고도환자군이었다.

요양병원 입원환자는 환자분류표에 따라 의료최고도 의료고도 의료중도 문제행동군 인지장애군 의료경도 신체기능저하군 등 7개 등급으로 분류하고, 등급에 따라 1일당 정액수가를 차등 적용하는데 신체기능저하군이 가장 수가가 낮다.

신체기능저하군은 의료최고도~의료경도에 해당하지 않거나, 입원치료보다 요양시설이나 외래진료를 받는 게 적합한 환자에게 부여한다.

심평원은 이들 환자의 등급을 최하등급으로 강등하고 진료비를 삭감한 이유에 대해 요양병원들이 진료상 필요가 아니라 단순한 피로 회복, 통원 불편 등을 이유로 입원 지시를 했으므로, 환자등급을 신체기능저하군으로 조정했다고 주장했다.

해당 환자들이 스스로 다른 병원으로 외래진료를 갈 정도라면 입원하지 않아도 되는 신체기능저하군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신체기능저하군은 의료최고도~의료경도에 해당하지 않거나, 입원치료보다 요양시설이나 외래진료를 받는 게 적합한 환자에게 부여하는 등급이다.

반면 요양병원들은 환자의 등급은 다른 의료기관에서 진료를 받는지 여부가 아니라 환자의 상태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므로, 심평원이 일률적으로 환자들을 신체기능저하군으로 등급을 낮춰 요양급여비용을 삭감한 것은 위법이라고 맞섰다.

심평원이 이들 환자들의 등급을 하향조정하면서 삭감한 금액은 A요양병원이 13천여만원, B요양병원이 7천여만원, C요양병원이 2천여만원이었다.

이에 대해 법원은 요양병원들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심평원은 요양병원에서 작성한 환자평가표에도 불구하고 환자들이 다른 병원에서 진료를 받거나 약제를 처방받은 적이 있다는 사정만으로 그 환자군에 대한 구체적인 심사를 하지 않고 일률적으로 모두 신체기능저하군으로 등급을 낮췄다고 지적했다.

특히 법원은 해당 환자들이 다른 질병 등으로 상시 다른 병원에서 진료가 필요하거나, 실질적으로 요양시설에 입소하거나 외래진료를 받을 정도의 행위, 약제 제공만 필요하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면서 진료비 삭감처분을 취소하라고 판결했다.

심평원은 이런 서울행정법원의 판결에 대해 항소를 포기해 그대로 확정됐다.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그런데 이런 행정법원의 판결에도 불구하고 이와 유사한 삭감 사례가 끊이지 않고 있다는 게 일부 요양병원들의 비판이다.

A요양병원 관계자는 타 병원에 환자를 위탁진료한 경우 약값과 임상검사 비용을 전액 조정하는 게 현실이라며 요양병원 일당정액수가에 약제비가 포함돼 있다고 해서 상급병원마다 제각각인 약제를 모두 구비할 수는 없는 게 아니냐고 항변했다.

이어 그는 타병원에 환자를 보내기 전에 일반적으로 임상검사, X-ray 검사를 하고, 검사결과지를 첨부해 진료 의뢰하지만 상급병원들이 이를 무시하고 재검사를 하는데 심평원은 요양병원의 책임을 물어 삭감하고 있다고 따졌다.

B요양병원 관계자는 입원환자를 다른 병원에 진료 의뢰한다고 해서 수익이 남는 것도 아닌데 설명은 설명대로 해주고, 삭감은 삭감대로 당하고 보호자에게 싫은 소리까지 듣는다면서 위탁진료를 했다고 심평원이 PACS, 검사비를 삭감하는 근거가 무엇인지 모르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심평원이 근거 없이 자의적 삭감을 하고 있다는 비판도 적지 않다.

C요양병원은 폐렴환자는 3주 동안만 진료비를 인정하고 나머지를 무조건 삭감하는데 납득하기 어렵다면서 고령이다 보니 환자의 상태에 따라 3주를 초과할 수도 있는 게 당연하지 않느냐고 토로했다.

D요양병원 측은 환자평가표에 따라 문제행동군으로 분류했는데 심평원이 인지장애군으로 삭감했다면서 어떤 근거로 진료비를 조정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며 불쾌감을 감추지 않았다.

E요양병원 관계자는 심평원의 심사 직원마다 심사기준이 다르고 무조건 칼질하는 건수가 많아지고 있다면서 삭감 사유에 대해서도 명확한 답변을 듣기 어렵다고 쓴소리했다.

F요양병원은 인지기능선별검사 MMSE-K 5점 이하의 환자에게 치매약제를 투약했더니 치료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사유를 달아 약값을 삭감하더라면서 재심을 요청해 삭감이 철회되긴 했지만 해당 환자는 치매약을 복용할 수 없었다고 하소연했다.

심평원이 무조건 삭감한다고 단언하는 분위기도 없지 않다.

A요양병원 측은 당뇨주사는 무조건 삭감하고 이의신청해야 인정한다면서 인지장애군은 심평원의 자체 기준으로 삭감하는 게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들고, 통증환자의 경우 고시에 따르는 게 아니라 심평원 지원에서 기준을 정해 거의 인정하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욕창이 발생했다는 이유만으로 심평원이 환자등급을 임의로 조정한다는 민원도 끊이지 않는다.

F요양병원 관계자는 입원 중 욕창이 발생했다고 해서 의료중도환자를 인지장애군으로 등급을 낮추거나 3개월 이상 욕창이 생기면 인지장애군으로 판단, 진료비를 삭감한다고 꼬집었다.

욕창이 발생한 이후 2시간 마다 체위를 변경하고, 에어매트 사용, 염증성처치 드레싱을 해 4단계에서 3단계로 호전시켰지만 심평원은 적극적인 처치와 욕창관리를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이의신청도 기각했다.

이 관계자는 심평원에 적극적인 관리가 뭐냐고 문의했더니 그런 가이드라인은 없고, 욕창이 호전되었더라도 모두 의료중도, 의료고도로 인정하는 건 아니라는 답변만 돌아왔다며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G요양병원도 F요양병원과 비슷한 삭감을 당했다.

김모 환자는 연하장애로 흡인성 폐렴이 발생해 기관절개술을 받았으며, 2군데 욕창이 발생한 상태에서 G요양병원으로 전원해 왔다.

그런데 심평원은 다음 달 2개월 이상 지속적인 치료에도 호전이 없는 욕창이라며 환자등급을 인지장애군으로 조정했다.

병원 측은 수가체계상 2단계 욕창이거나 2단계 2개 이상이면서 2가지 이상의 피부궤양치료를 받고 있으면 의료고도에 해당한다면서 그럼에도 2개월 이상 경과 호전이 확인되지 않으면 삭감한다는 게 말이 되느냐고 맹비난했다.

특히 이 관계자는 심평원은 전체적인 환자 상태를 평가하기보다 욕창에 국한해 환자군을 조정하기 위한 조정을 하는 게 아닌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면서 현재 욕창이 2개월마다 호전이 되지 않으면 일괄 조정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사진: 심평원
사진: 심평원

심지어 욕창으로 인해 의료고도로 평가한 환자에 대해 심평원이 상태 호전이 확인되지 않았다는 사유를 들어 신체기능저하군으로 삭감 통보를 받은 요양병원도 있었다.

전문재활치료 삭감을 둘러싼 요양병원과 심평원간 갈등도 계속되고 있다.

뇌손상 환자에게 시행하는 전문재활치료는 2년이 경과했음에도 환자상태의 지속적인 호전이 있으면 3개월마다 기능회복, 호전 상태를 평가해 필요한 전문재활치료를 인정한다.

또 근력검사, 근육긴장도 등을 통해 환자 상태에 대한 기능적 회복, 호전 정도를 평가해 판단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심평원이 기능 호전도에 상관없이 발병후 경과 기간만 기준으로 11회로 일괄 조정하고 있다고 일부 요양병원은 의심하고 있다.

의료&복지뉴스 '회원가입' 하시면 더 많은 정보를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1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심평 2018-01-22 11:31:19
복지부 고시보다 상위법이 심평원 내부삭감지침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