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장병원 혐의 벗었지만 망한 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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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무장병원 혐의 벗었지만 망한 뒤였다"
  • 안창욱
  • 승인 2018.11.26 0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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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최근 '요양병원 비리'를 9대 생활적폐의 하나로 규정하면서 앞으로 사무장병원을 근절하기 위한 강도 높은 수사를 예고하고 있다. 그러나 실적을 쌓기 위한 꿰맞추기식 수사로 인해 적법하게 설립한 의료기관들이 사무장병원으로 내몰려 회복할 수 없는 피해를 보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어 보완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편집자 주]

[기획①] "사무장병원이라니!!…억장이 무너진다"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저는 00의료재단 00병원을 운영하던 중 지난해 경찰의 압수수색을 기점으로 악몽이 시작되었고, 건강보험공단의 요양급여지급정지로 개인 자금을 차입해 4개월간 유지하다가 결국 폐업했습니다. 병원은 물론이고 법인의 대표로서 몇 십억원의 자산마저 경매가 진행중입니다. 건강보험공단 직원들은 단 한차례 현장조사도 없이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나 보더군요. (그러고 나니) 검찰에서 무혐의로 불기소처분장이 나왔네요. 이건 완전 행정기관의 일탈이며 재량권 남용 아닙니까? 지금은 법인과 제 개인의 회생마저도 어려운 실정이네요. 이런 일을 어디다 하소연해야 합니까? 정말 살기 싫은 대한민국입니다."


얼마 전 의료&복지뉴스에 이런 내용의 제보가 들어왔다.

제보자는 2015년 D의료재단을 인수한 뒤 병원 이사장으로 재직해 온 박모 씨. 그가 털어놓은 지난 10개월은 끔찍한 악몽이었다.

박 씨는 지난해 6월 휴가를 내고 태국으로 가족여행을 갔는데 이틀 뒤 병원 직원으로부터 보건복지부가 현지조사를 나왔다는 카카오톡 메시지를 받았다.

그는 병원 직원에게 이사장이 해외여행중이라고 설명할 것을 지시했고, 현지조사팀은 출입국관리소를 통해 이를 확인한 뒤 일주일 후 다시 오겠다며 철수했다.

박 씨는 급거 귀국해 현지조사팀을 기다렸지만 2주가 지나도록 실사를 나오지 않았다.

그런데 20여일 뒤 경찰이 영장을 제시하며 압수수색을 하겠다며 병원에 들이닥쳤다.

박 씨는 경찰로부터 건강보험공단이 사무장병원으로 수사를 의뢰했다는 말을 들었다고 한다.

경찰은 4개월간 법인 이사회 회의록, 법인카드 사용, 법인 자금 흐름, 간호인력 신고 내역, 환자 유인행위 여부 등을 샅샅이 들여다봤다고 한다.

경찰은 박 씨가 D의료재단을 인수한 뒤 병원 수입금을 빼돌리는 등 사무장병원으로 의심할 만한 정황을 확보하지 못했다.

하지만 경찰은 법인 이사회 회의록에 몇 차례 목도장을 찍고, 자치단체가 주선한 장애인단체에 기부금을 전달한 사실 등을 이사회 회의록 허위 작성, 환자 유인으로 간주하고, 이런 정황을 종합할 때 박 씨가 의료법 제33조 제2항을 위반했다며 지난해 11월 기소의견을 달아 검찰에 송치하면서 구속영장까지 청구했다.

의료법 제33조 제2항 위반은 의료기관 개설 자격이 없는 자가 의료기관을 개설한 소위 ‘사무장병원’을 의미한다.

담당 검사는 경찰이 청구한 구속영장을 기각하면서 사건을 두 달간 재수사하라고 지시한 뒤 다른 곳으로 발령이 나자 떠났다.

박 씨는 이제 모든 게 정상으로 돌아갈 거라고 생각했다.

 

재수사 불구 요양급여비용 지급정지한 건보공단

그러나 검사가 재수사 지시를 내렸음에도 건강보험공단은 여지없이 요양급여비용 지급을 정지하겠다고 통보했다.

건강보험법상 건강보험공단은 경찰이 의료법을 위반한 사무장병원이라고 판단해 사건을 검찰에 송치하면 해당 의료기관에 대한 요양급여비용 지급을 정지할 수 있다.

여기에다 경찰은 재수사할 의지를 보이지 않고 시간만 끌었다.

답답하고 조급한 마음에 신속히 수사를 마무리해 달라고 경찰에 수차례 요청했지만 아무 소용이 없었다.

박 씨는 어쩔 수 없이 지인에게 돈을 빌려 직원들의 월급을 절반만 지급하면서 버텼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담당 검사가 또다시 다른 곳으로 발령하면서 속절없이 시간만 흘러갔다.

그러면서 채무는 계속 늘어났고, 박 씨는 더 이상 버틸 수가 없어 지난 3월 폐업신고를 했다.

박 씨는 "정말 피눈물을 흘리면서 병원 문을 닫았다"고 했다.

검찰은 6월이 되어서야 수사를 재개했고, 지난 10월 30일 사무장병원 혐의가 없다며 불기소처분했다.

그러는 새 그의 전 재산은 경매에 붙여졌고 모든 걸 다 잃을 판이다.

박 씨는 "진료비를 부당청구한 적도, 병원 자금을 횡령한 적도 없는데 왜 압수수색을 당했는지, 왜 멀쩡한 병원을 사무장병원으로 엮었는지 아직도 모르겠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2편에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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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초병원 2018-11-26 09:23:42
요양병원 전체가 비리의 온상으로 몰리고 있는데 노인요양병원협회는 사무장병원 자정에 나서겠다고 공문 보냈더라...협회가 뭐하는데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