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양병원들 "내년이 겁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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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양병원들 "내년이 겁난다"
  • 안창욱
  • 승인 2018.12.10 06:08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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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상 간 이격거리 확대로 경영 적신호
요양병원 차별정책으로 상대적 박탈감까지…
대한노인요양병원협회가 지난 4월 비상대책 임시이사회에서 정부의 차별정책을 비판하는 성명서를 채택하고 구호를 외치는 모습
대한노인요양병원협회가 지난 4월 비상대책 임시이사회에서 정부의 차별정책을 비판하는 성명서를 채택하고 구호를 외치는 모습

내년부터 병상 간 이격거리 '1m' 확대에 따라 환자를 줄일 수밖에 없고, 최저임금 인상 등으로 인건비 부담까지 가중되고 있는 요양병원들. 여기에다 요양병원들은 정부의 차별정책으로 인해 마땅히 받아야 할 수가조차 패싱 당하면서 상대적 박탈감까지 느끼는 분위기다.

의료법 시행규칙이 개정되면서 의료기관들은 올해 말까지 병상 간 이격거리를 1m 이상 확보해야 한다. 

대한노인요양병원협회가 최근 118개 요양병원을 대상으로 병상 간 이격거리 조정에 따른 병상수 변경 실태를 조사한 결과 평균 병상수가 212병상에서 194병상으로 평균 18병상(9%) 줄여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중 개원 당시부터 병상 간 이격거리를 1m 이상 확보한 27개 병원을 제외한 91개 요양병원의 경우 평균 병상수가 213개에서 190개로, 평균 23병상(11%) 축소해야 한다고 답변했다.

병상을 무려 20% 가량 줄여야 하는 요양병원도 적지 않았다.          

A요양병원은 144병상에서 103병상으로 41병상, B요양병원은 199병상에서 145병상으로 54병상, C요양병원은 300병상에서 234병상으로 66병상, D요양병원은 480병상에서 404병상으로 76병상으로 줄여야 할 상황이다.

환자들의 감염을 예방하고, 입원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병상 간 이격거리를 확대할 필요가 있지만 문제는 정부 차원의 지원대책이 전무해 의료기관 경영에 적신호가 켜졌다는 점이다.

E요양병원 관계자는 9일 “법정 병상간 이격거리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내년부터 43개 병상을 줄여야 한다”면서 “이렇게 되면 그만큼 환자도 줄일 수밖에 없어 일부 인력을 감축하더라도 연간 약 4억원의 수입 감소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이 관계자는 “수입 감소가 불가피한 반면 내년에 최저임금을 10.9% 인상하면 인건비 부담이 크게 늘고, 기타 비용까지 줄줄이 오를 게 뻔해 최악의 한해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우려했다.

A요양병원 원장은 “40병상을 줄이고 나면 경영면에서 타격이 큰데 정부 차원의 보상책이 전혀 없어 내년을 생각하면 한숨부터 나온다”면서 “경영난도 문제지만 일부 환자들은 퇴원하더라도 갈 곳이 마땅치 않아 사회적 문제로 비화할 소지도 없지 않다”고 환기시켰다.

동남권원자력의학원 전병찬 신경외과 주임과장도 최근 중앙일보에 ‘내년 요양병원 퇴원 대혼돈…노인 3만명 갈 곳 마땅찮다’는 제목의 시론을 통해 이 문제를 거론하기도 했다. 

전병찬 주임과장은 전국의 약 1500개 요양병원의 병상이 줄면 약 3만 명이 퇴원해야 할 것으로 추산되는데 상당수 환자들이 갈 곳이 없기 때문에 지금이라도 (병상 간 이격거리) 유예기간을 다소 연장해 환자와 가족들이 충분히 대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보건복지부의 요양병원 차별정책은 경영환경을 더 악화시키는 요인이다. 

환자안전법에 따라 병원급 이상 의료기관, 200병상 이상 요양병원은 환자안전위원회와 환자안전 ‘전담인력’을 배치해야 한다.  

이와 함께 정부는 의료법 시행규칙을 개정, 요양병원에 에이즈와 같은 감염병 환자들을 입원시키고, 내년부터 300병상 이상이면 격리병실을 의무적으로 갖추도록 했다.

정부는 규제 강화에 따른 의료기관의 부담을 덜기 위해 감염관리료, 환자안전관리료 수가를 지급하고 있지만 요양병원은 지급대상에서 제외시켰다.

간호사 당직의료인 기준 역시 요양병원만 입원환자 200명당 2명에서 80명 당 1명으로 강화해 원성을 사고 있다.  

뿐만 아니라 정부는 4년 전 100병상 당 1억 6천만원이 소요되는 스프링클러를 요양병원에 의무화하면서도 예산 한 푼 지원하지 않았다.

반면 보건복지부는 30병상 이상 병·의원에 대해 스프링클러를 의무적으로 설치하도록 하는 '화재예방, 소방시설 설치·유지 및 안전관리법 시행령 개정안'이 입법예고되자 설치비를 지원하기 위해 내년도 예산안에 1천여억원을 편성, 기획재정부와 협의한 것으로 확인됐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도 중소병원 스프링클러 설치비 지원에 팔을 걷어붙였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이명수 위원장은 재정기획부가 중소병원 스프링클러 설치비 예산안을 전액 삭감하자 예산 지원을 공개적으로 촉구하고 나섰다.

결국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내년도 예산안 심의 과정에서 100병상 미만 중소형 병원의 스프링클러 설치비 85억원을 추가 편성해 국회 본회의 통과를 앞두고 있다.

대한노인요양병원협회 이필순 회장은 “병상 이격거리 확대로 인해 수입이 크게 줄면 인력 감축 등을 고려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면서 “환자 안전과 적정 수준의 의료 질을 유지하고, 문재인 정부의 최대 과제인 일자리 확대를 위해 정부 차원의 지원책 마련이 절실하다”고 밝혔다.

특히 이필순 회장은 “스프링클러 설치비를 포함한 정부의 요양병원 차별정책으로 인해 회원 병원들의 상대적 박탈감과 불만이 극에 달해 있다”면서 “요양병원이 의료기관으로서 제기능을 충실히 할 수 있도록 수가를 보상해 달라”고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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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양병원 2018-12-10 09:29:16
증말 내년이 최악의 해가 되지 않을까 걱정이 많습니다. 다들 힘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