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는 게 곧 치료다' 임상영양 실천
"먹기 미안할 정도로 반찬이 다채롭고 맛있다. 감사할 따름이다."
부천 가은병원에 입원중인 권모(여·44) 씨는 기자가 환자식에 대해 평가해 달라고 하자 이렇게 말했다.
권 씨는 유방암이 뼈로 전이돼 요양병원인 가은병원에 입원해 요양하면서 대학병원에서 항암치료를 받고 있다.
권 씨는 "지인의 소개로 가은병원에 입원해 처음 일주일간 밥만 먹었을 뿐인데 백혈구 수치가 너무 좋아져 깜짝 놀랐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하루 반찬만도 20가지가 넘고, 매끼마다 다 다르다. 항암한 뒤에는 구역질이 나니까 밥 대신 빵이나 죽, 누룽지 등으로 식단을 짜 어떻게든 먹을 수 있도록 배려해준다"면서 "집에서도 이렇게 해주지 못할 것 같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식사에 대한 환자만족도조사를 정기적으로 하는데 매번 평균 90점 이상 나온다는 게 가은병원의 설명이다.
가은병원 영양사는 모두 6명. 통상 영양팀이라고 부르는데 가은병원은 '식이치료팀'이다.
'먹는 게 치료다' '영양은 치료의 일환'이라는 의미와 함께 매일 환자들을 대면하면서 '임상영양'을 실천한다.
우선 식이치료팀 이은정 팀장은 신환이 입원하면 환자의 기본정보를 파악한 뒤 병실을 방문해 식단에 대해 설명하고, 영양상태 등을 살펴 식단에 반영한다.
나머지 5명의 영양사들은 병동을 나눠 전체 입원환자들을 매일 밀라운딩한다. 영양사 당 매일 80명 이상을 만나는 셈이다.
환자들이 식사를 잘 하는지, 맛은 어떤지, 개선할 게 있는지 의견을 듣고 식사를 잘하지 못하면 먹고 싶은 게 있는지 파악해 식단을 짜기 위해서다.
그러다보니 영양사들은 담당 병동 입원환자들의 이름, 상병, 몸무게 변화, 선호하는 반찬 등을 다 꾀고 있다.
권 씨는 "이제 그만 오라고 해도 매일 와서 맛은 어떠냐, 먹고 싶은 게 있냐고 묻는다"면서 "항암치료한 뒤 아무 것도 먹지 못하는 걸 보고 '뭐가 먹고 싶냐'고 묻길래 스프가 먹고 싶다고 했더니 밤에 만들어오더라. 영양사들이 엄청 힘들 것 같긴 한데 환자 입장에서는 고맙다"고 강조했다.
밀라운딩을 토대로 식단을 짜다보니 당뇨환자식, 고단백고칼로리식, 암식이, 위절제수술식, 신장질환식, 당뇨투석식 등 기본적으로 20가지가 넘는 환자식을 제공한다.
이와 별도로 1주일에 한번 환자들이 먹고 싶은 음식을 조사해 수제 스테이크, 갈비탕, 탕수육 요리도 선보인다.
이은정 팀장은 "영양사들이 직접 환자들이 먹는 것을 보고, 잘 드시는지, 영양상태가 어떤지를 파악해 맞춤형 식단을 짜기 때문에 식이가 많을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이 팀장은 "환자들과 라포르가 생겨 퇴원한 뒤에도 뭘 먹으면 좋은지 전화로 물어보거나 외래 진료차 방문해 인사하고 가시는 분들도 많다"면서 "처음 입원했을 때는 먹지 못해 저체중이었던 환자들이 몸무게를 회복하는 걸 보면 보람이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