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양병원형 간호간병통합서비스 시급"
  • 기사공유하기
"요양병원형 간호간병통합서비스 시급"
  • 안창욱
  • 승인 2019.03.21 07:4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간병비 부담 덜고, 환자 안전과 존엄케어 실현
"양질의 일자리 8만개 이상 창출한다"
 "어머니께서 요양병원에 입원한 후부터 간병비 부담 때문에 일주일에 이틀, 한 달에 8일 밖에 출근하지 못하고 있어 생계가 너무 막막합니다. 제발 살려주세요." 얼마 전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글이다. 간병비에 대해 건강보험을 적용해 환자들의 경제적 부담을 덜고, 간병서비스의 질을 향상시켜 환자 안전과 존엄케어를 실현해야 한다는 사회적 요구가 높아지고 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대한노인요양병원협회가 주최하고,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이명수 위원장이 주관한 요양병원 간병비 부담 해결을 위한 요양병원형 간호·간병통합서비스 도입 방안 모색 토론회가 지난 20일 국회에서 열렸다. 이날 발표된 두 편의 발제를 정리한다. [편집자 주]

요양병원 간병비 급여화 방안-요양병원형 간호간병통합서비스모델 개발-
고대 명순구 법학전문대학원장

현재 간병비는 급여화도 비급여화도 되지 않은 상태로서 제도권 밖에 머무르고 있다. 이에 따라 간병에 대한 경제적 부담이 환자와 그 가족에게 귀속돼 반드시 간병을 필요로 하는 상태임에도 간병인 이용을 포기하거나 가족 간병에 의존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양질의 간병은 환자의 건강상태 개선은 물론 비의료인이 일정한 처치를 수행함으로써 의료비용을 절감하는데도 기여한다. 또한 노인환자들에 대한 정서적 지원 기능도 간접적으로 수행해 노인들의 건강을 보다 적절히 보장하는 방안으로의 의미도 가질 수 있다.

요양병원 간병서비스 실태와 문제점
2016년 10월 대한노인요양병원협회에서 전국 1,410개 요양병원을 대상으로 실시한 요양병원 간병인력 운영 현황 실태조사(158개 기관 응답, 응답률 11.2%) 결과에 따르면, 간병비에 대한 경제적 부담으로 인해 공동간병이 많이 이용되고, 간병인 한 사람이 평균 8명 정도의 환자를 돌보는 것으로 나타났다.

간병인의 근무형태를 살펴보면, 24시간 전일근무가 가장 많고, 8시간, 12시간 교대근무가 뒤를 이었다. 50~60대 간병인이 약 48%를 차지하고 60~70대가 38%를 차지했다.

현실적으로 간병비 지급에 대한 경제적 부담으로 인해 공동간병이 많이 이용되고 있으며, 그만큼 공동간병인 1인당 환자 수가 많을수록 간병의 질이 낮아질 수밖에 없다.

조선족이 34.7%를 차지하고 있어 한국어에 능숙하지 않아 환자와의 의사소통 뿐만 아니라 간호사 등의 지휘감독을 받아야 할 때 적절히 대처하기 어려워 간병서비스의 질을 담보하기가 어렵다.

간병인 당 환자 수가 평균 8명에 이르는 현실에서 24시간 전일근무 형태가 가장 많을 정도로 간병인은 만성적인 피로에 시달리고 있을 것으로 추정되며. 이러한 과중한 업무는 궁극적으로는 적절한 수준의 간병을 제공하는 데 장애요소가 된다.

요양병원 간병서비스의 낮은 서비스 질 문제는 입원환자의 안전 및 존엄케어를 어렵게 만든다.

요양병원 간병비 급여화 필요성
요양병원 간병비는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 공적보험제도에서 급여화할 필요가 있다.

첫째, 급여화를 통해 환자 개인의 경제적 부담을 경감시킬 필요가 있다.

둘째, 간병서비스 질에 대한 제도적 관리가 필요하다. 간병인의 자격기준, 인력수급, 처우 등에 대한 근거 법규가 전무하고 서비스 표준화조차 이뤄지지 않고 있다.

셋째, 입원환자의 안전과 존엄케어를 위해서는 간병서비스의 안정화가 요구된다. 간병비가 부담이 되는 환자와 보호자들은 간병비가 저렴한 곳을 찾아 요양병원을 옮겨 다닐 수밖에 없는데, 환자 유치를 위해 낮은 요양비를 제시했던 요양병원들은 최소한의 간병인을 두게 됨으로써 환자들의 안전이 문제될 수 있다.

제도권 밖에서 이뤄지는 요양병원 간병은 궁극적으로는 저가의 간병 서비스를 양산하고, 결국 서비스의 질적 수준이 보장되지 않아 존엄케어가 이뤄지지 못하는 원인을 제공하기도 한다.

요양병원의 기능 재정립
요양병원 간병비 급여화를 위해서는 요양병원이 의료기관으로서의 본질적 기능을 회복하는 것이 선행돼야 한다.

첫째, 요양병원과 요양시설의 기능에 혼란을 초래하는 관련 법규를 정비해야 한다. 요양시설에 대해서는 ‘요양’의 개념으로, 요양병원에 대해서는 ‘의료’의 개념으로 정리해 구분할 필요가 있으며. 요양병원의 기능에 적합한 입원 대상자 등이 관련 법령을 통해 보다 명시적으로 드러나도록 해야 한다.

둘째, 의료필요도에 따라 요양병원 입원기준을 설정할 필요가 있다. 요양병원의 의료적 기능을 강화하려면 치료 또는 의료적 관리가 필요한 환자와 요양시설 이용으로도 충분한 환자들을 정확히 평가해 구분하고, 의료적 필요도가 낮은 이용자들의 요양병원 입원을 제한하는 법적기준을 마련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아울러 요양병원 및 요양시설 이용에 있어서 의료필요도가 있는지 여부를 구분할 수 있는 구체적이고 합리적이며 통합적인 판정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요양병원형 간호간병통합서비스모델 개발
현재 일반병원의 간호간병통합서비스 모델에서 통합서비스 병동에 배치되는 인력은 간호사, 간호조무사 및 병동지원인력이다.

그런데 만성질환자가 대부분이고 질병치료보다는 일상 수발이 주된 업무인 요양병원에서는 이러한 배치기준에 따른 간호간병통합서비스 모델은 적절하지 않다.

요양병원 간병인력 실태와 노인환자의 특성을 고려할 때, 간병업무를 전담 수행할 별도인력이 간호간병통합서비스 모델의 인적 구성으로 편입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요양보호사가 필수 배치된다면 별도로 간호인력을 추가하는데 따른 문제가 발생하지 않을 것이다.

이와 함께 요양병원 입원기준 정립을 통해 사회적입원 환자들을 요양시설로 전환하고, 요양시설 입소자 중 요양병원 입원이 필요한 환자들을 요양병원으로 전환한다면 간병인력도 이에 따라 이동할 것이므로 간병인력 확보 문제도 상대적으로 줄어들 것으로 기대된다.

수가제도의 합리화
일당정액제는 요양병원의 의료적 기능을 어렵게 만드는 비현실적인 수가체계라는 비판이 가해지기도 한다. 이러한 상태에서 간병비까지 수가에 반영한다면 의료서비스의 질 저하 문제가 가중될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요양병원 간병비 급여화를 추진하기 위해서는 먼저 요양병원의 특성을 고려하되 요양병원이 의료적 기능을 수행할 수 있도록 행위별수가적 요소를 보다 강화하는 방법으로 일당정액수가제도를 함께 개편해야 한다.

간병비 급여화에 따른 소요 재정의 추계
건강보험의 재정상황을 고려할 때 초기 건강보험 소요 재정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본인부담률을 50%로 하면서 동시에 간호간병통합서비스를 실시하는 비율을 의료필요도에 따라 제한하는 방안이 가장 합리적이라 판단된다.

초기 소요재정을 최소화하면서 단계적 확산을 염두에 둔다면 의료최고도 및 의료고도 환자군(전체 환자의 약 26%)에 대해서만 우선 적용하는 것이 현실성 있는 방안이라고 생각한다. 이 경우 공단 부담금은 매월 304억 3천만원, 연간 3,652억 4천만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요양병원형 간호간병통합서비스를 통해 요양병원 간병비 급여화를 실시하는 것은 노인의 실질적 건강권 보장에 관한 국가적 의무를 실천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고령화가 가속화됨에 따라 노인인구 비율은 앞으로도 상승할 것이며 가족 내 돌봄의 가능성은 더욱 줄어들 것이다.

이러한 점에서 요양병원형 간호간병통합서비스제도를 통해 간병비를 급여화하는 것은 간병에 대한 공적 책임을 실천하고 노인의 실질적 건강권을 보장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요양병원형 간호간병통합서비스로 양질의 일자리 6만개 창출
경도요양병원 이윤환 이사장(대한노인요양병원협회 기획위원장)

장성요양병원의 화재사고(2014년 5월 28일, 21명 사망, 8명 부상)로 안타까운 인명이 희생된 지 만 4년이 지났다.

그 사고로 인해 우리나라 요양병원의 전반적 실태를 개선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을 뿐만 아니라 노인의료, 복지 전반에 관해 반성할 수 있는 기회가 됐다.

24분 만에 화재가 진압되었는데도 21명이 사망하는 대참사의 원인은 50여명의 환자에 곁에서 간병하는 간병사가 아무도 없었기 때문이었다.

일부 언론에서는 스프링클러만 있었다면 사명자를 줄일 수 있었을 것이라 지적했지만 일본의 요양병원 관계자는 "스프링클러는 열감지에 의해 작동하므로 연기질식에 대해서는 효과가 미미하기 때문에 안정장치가 될 수 없다"고 했다.

화재나 안전사고는 낮보다는 야간에 주로 발생하기 때문에 야간 최소근무인력이 필요한데 장성요양병원의 참사는 창문을 열어 환기시키고 환자를 대피시킬 간병인력이 없어 대형참사가 발생한 것이다.

정부의 잘못된 처방

간병인에 대한 인력규정이 없어 간병인을 상주시키지 않은 것이 근본적인 원인인데도 불구하고 정부의 대책은 당직의료인, 의무인증, 소방시설 강화 등을 포함한 규제 위주의 대책을 내놓았다.

그러나 이러한 방안들은 요양병원 현장의 목소리가 제대로 반영된 것이 아니며 오히려 인력낭비와 비용손실만 초래할 뿐 실질적으로 요양병원의 질적 향상을 이끌어 낼 수 있는 방향과는 동떨어진 것이었다.

초고령화 시대로 빠르게 치닫고 있는 이 시점에서 지금이라도 사건의 본질인 간병급여화(보험화)에 대책을 마련하고 노인의료의 틀을 제대로 잡지 않는다면 한국 노인문제는 장래에 큰 사회적 혼란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일본의 간병서비스 급여화
이미 초고령화 사회로 진입한 일본은 간병서비스 급여화를 통해 우리나라와는 비교할 수 없는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일본의 요양병원 역시 20년 전에는 인력 부족과 안전이라는 명목 아래 노인환자들을 침대에 묶고, 식사와 용변을 같은 장소에서 해결하고, 관리가 부족해 환자의 머리에 까치집을 짓는 등 우리나라보다도 열악한 실정이었다.

일본이 노인의료의 선진국으로 발전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다름 아닌 간병의 급여화였다. 인지기능이 떨어지고 거동이 불편한 노인환자들을 먹이고 입히고 씻기고 대소변을 처리해주는 등의 일상생활을 위한 케어를 최우선시해야 한다.  

우리보다 먼저 시작한 일본은 급성기, 재활병동, 치매치료, 치매요양, 노인요양, 노인개호, 지역포괄케어 등 7단계로 구분해 다양한 병동을 운영하고 있다. [표 삽입]

입원 형태별로 의료보험, 개호보험 혜택을 주고, 병원에 입원하더라도 필요하면 개호보험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것에 반해 우리나라는 요양병원에 입원하는 순간 간병비는 환자와 보호자가 고스란히 책임질 수밖에 없어 입원에 따른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양질의 일자리 창출 기여
요양병원의 간병급여화는 노인환자들에게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하는 것뿐만 아니라 양질의 일자리 창출에도 도움이 된다.

지금도 전국의 요양병원에는 수 만명의 간병사들이 일하고 있지만 제도적으로 보호받지 못해 열악한 근무환경에 노출되어 있는 실정이다.

간병 급여화로 국가가 환자 당 필요한 요양보호사 수와 급여 등을 제도화한다면 8만개 이상의 양질의 일자리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일본은 개호보호사 즉, 한국의 요양보호사(간병사)라는 직업에 은퇴자들이나 젊은 사회초년생들이 진출해 환자를 돌보고 있다. 이러한 일자리는 공공부분 정부 예산으로 만든 단발성 일자리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지속성이 있고, 안정된 양질의 일자리라 할 수 있다.

정책당국은 간병급여화를 비용 차원에서만 접근해서는 안되며, 노인의료의 발전과 일자리 창출을 통한 경제 활성화를 위해 심도 있게 검토해야 한다.

간병급여화가 되면 간병인력규정이 생기게 되고, 전국 어디를 가든 요양병원 간병비를 포함한 입원비용이 동일하게 돼 요양병원들은 기존의 가격경쟁을 포기하고 서비스 경쟁을 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경쟁의 선순환은 양질의 서비스 향상으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한다.

요양병원 출혈경쟁 해소에도 기여
만성질환을 가지고 있는 환자와 보호자에게 간병은 경제적으로 많은 문제가 되고 있고, 최근에는 간병살인이란 말까지 생겼다.

노인인구 비율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는 상황에서 간병의 문제는 갈수록 심각해질 것이다. 이것을 시급한 사회적 문제로 인식하지 못한다면 그 피해는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밖에 없다. 

노인의료에 대해 지금까지 모든 책임이 요양병원에 전가되어 왔다. 저수가와 제도적 미비로 인해 발생한 사태까지 덮어쓰며 마치 요양병원이 이 모든 노인의료 문제의 근본 원인으로 인식돼 사회적 지탄의 대상이 되어 왔다.

간병급여화가 되지 않는다면 요양병원은 계속해서 출혈경쟁에 노출될 수밖에 없으며 우리나라 노인의료는 지금까지의 과오를 답습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뇌졸중, 치매, 만성폐쇄성폐질환을 비롯한 수많은 질병을 안고 있는 노인들은 최후의 한 순간까지 인간으로서 온전히 존중 받아야 한다.

그것은 그분들이 GDP 세계 11위의 대한민국을 만든 주역이기 때문이 아니라 우리와 우리들 후손의 미래의 모습이기 때문이며, 인간이라면 당연히 누려야할 기본적인 권리이기 때문이다.

단시간 안에 북유럽이나 일본 수준의 노인의료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며 그것은 미래의 과제로 차근차근 풀어나가야 한다.

그 문제를 풀 첫 번째 열쇠가 바로 간병급여화라고 주장한다. 간병급여화가 시행된다면 요양병원이 안고 있는 문제들 중 상당 부분이 해결될 수 있으며, 요양시설과 연계해 해법을 제시한다면 비슷한 비용을 들여 훨씬 더 환자들의 기본적인 인권을 지켜드릴 수 있고,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그와 더불어 8만개 이상의 양질의 일자리가 창출돼 경제 활성화에 일조할 수 있으며, 간병 종사자들의 임금 및 근무 여건 개선을 기대할 수 있다. 양질의 일자리와 노인의료의 질 향상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간병급여화는 치매를 포함해 다양한 고혈압, 당뇨 등 노인성질환을 앓고 있는 노인환자 전체를 위한 제도이기 때문에 새 정부의 공약인 치매국가책임제, 노인의 사회적 문제 해결, 그리고 양질의 일자리 창출 등을 해결함과 동시에 사회 불평등 해소에도 크게 기여를 할 것이다.

의료&복지뉴스 '회원가입' 하시면 더 많은 정보를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