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관계' 확인 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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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관계' 확인 의무
  • 허대석 교수
  • 승인 2018.06.18 1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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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보건법과 연명의료결정법은 다른 의료문제를 다루고 있으나, 가족관계를 진료현장에서 확인하는 문제에는 공통된 고민이 있다.

허대석 교수(서울대병원 내과)
허대석 교수
(서울대병원 내과)

정신보건법에서 보호의무자에 의한 입원이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정신질환자의 보호의무자 2명 이상이 신청해야 하고, 보호의무자임을 확인할 수 있는 서류 (가족관계증명서)를 정신의료기관등의 장이 받아야 한다.

연명의료결정법에는 환자의 의사를 확인할 수 없는 경우, 환자가족 전원의 합의로 연명의료중단등 결정의 의사표시를 하고, 담당의사와 해당분야의 전문의가 해당 환자의 가족관계증명서를 확인하여야 한다 (시행규칙).

정신질환자의 경우 응급실을 방문하는 경우가 많고, 연명의료결정도 병실에서 갑자기 상태가 악화된 환자들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가족관계 확인은 쉬운 일이 아니다. 특히, 야간이나 주말에 환자 본인을 대리해서 가족관계증명서를 발급받는 일 자체가 쉽지 않다.

서울대학교병원에서는 임종에 임박한 환자에게 심폐소생술을 할지여부를 결정하기 위해 가족이 동사무소에 가족관계증명서를 발부받으러 가는 사이에 환자가 사망하여, 가족이 환자의 임종을 지켜보지 못하는 사태도 있었다.

더 큰 문제는 법적인 문제다. 2016년 의정부지검은 가족관계증명서를 사전에 확인하지 않고 정신과병실에 입원시켰다는 이유로 39명의 정신의료기관 봉직의사를 입건하여 재판에 회부한 사건이 있었다. 1년이 넘는 법정 소송 끝에 20181월 무죄 판결을 받았지만, 불씨는 여전히 남아 있다.

법정에 선 봉직의들은 "보호자들이 정신질환이 의심되는 환자를 병원까지 데려오는 것도 어려운 일인데다 입원이 필요하다는 결정을 받은 당일에 가족관계증명서를 비롯한 서류를 완벽하게 갖추기도 쉽지 않다. 정신과 환자의 특성상 야간에 증상이 악화되는 경우가 많고, 증빙서류를 발급받을 수 있는 관공서나 무인발급기는 야간이나 주말에 이용할 수 없다"면서 "보건복지부 안내서에도 부득이한 경우 7일 이내에 서류를 구비하도록 하고 있다"고 항변했다.

법원은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는 '정신의료기관등의 장'에 해당하지 않아 서류구비 의무를 부담하는 자들로 볼 수 없고, 병원의 통상적인 입원절차와 업무분장상 진단 및 입원권고 이후 환자에 대한 입원수속 절차는 원무과에서 이뤄지고 있다""환자에 대한 진료업무를 담당할뿐 보호의무자임을 확인할 수 있는 서류를 제출받는 업무를 실제로 집행하는 자에 해당한다고 인정하기 부족하다"고 밝히면서 무죄를 선고했다.

가족관계 확인 의무를 정신보건법에서는 의료기관장에게, 연명의료결정법에서는 의사에게 부과하고 있다.

일관성이 없다.

, 확인했다는 사실을 기록에 남기는 방식도 애매하다. 가족관계증명서를 복사해서 의무기록에 남겨야 하는지 관련부처에 문의하니, 개인정보보호법에 위반된다고 답하는 등 일관된 기준을 제시하지 못했다.

가족관계를 입증할 의무는 가족에게 있다. 허위로 진술하여 잘못된 결과를 야기했다면, 허위진술한 가족이 책임질 문제이다. 그런데, 우리나라 법은 가족관계 확인의무를 의료기관과 의료인에게 부과하고 있다. 이런 불필요한 규제로 환자진료가 적시에 이루어지지 못하여, 결국 환자들이 불필요한 고통을 당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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