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성 통증' 지침 예외 의료기관, 요양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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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성 통증' 지침 예외 의료기관, 요양병원
  • 지승규 병원장
  • 승인 2021.06.01 07:31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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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대한요양병원협회 지승규 암재활위원장

5월 들어 전국의 대학병원과 호스피스센터에서  '암성 통증 바로 알기 캠페인'이 열리고 있다.

전남제일요양병원 지승규 원장. 대한요양병원협회 암재활위원장
전남제일요양병원 지승규 원장 
대한요양병원협회 암재활위원장

캠페인의 주요 내용은 암성 통증의 90% 이상을 조절할 수 있으니 참으면서 고통 받지 말고 잘 조절해 보자는 것이다. 

또 암성 통증에 대해 잘못 알려진 상식을 질문 형식으로 물어보고, 스티커로 OX란에 붙이게 하거나 올바른 상식을 알려주는 등 재미있는 요소를 살리고 기념품도 배부한다. 

원내 환자와 보호자 그리고 일반인들까지 재미있게 참여하고 암성 통증을 조절할 수 있다는 사실을 널리 알리는 효과가 있다.

말기암까지 포함하면 암환자의 50%에서 70%까지 암성 통증을 겪게 되는데 조절 방법은 일반적으로 경구 약물 치료로부터 시작한다. 

비마약성 진통제부터 보조 진통제 그리고 마약성 진통제까지 통증을 평가해 약물을 조절하게 된다.  

경구 복용을 하지 못하는 경우 진통제 패치를 쓰기도 하고, 입원 환자에 대해서는 모르핀 주사를 사용하기도 한다.

이 같은 내용은 보건복지부와 국립암센터에서 발행한 '암성통증관리지침 권고안'에 나와 있는 것으로, 2004년 초판 발행 이후 현재 6판에 이르면서 전국의 어느 의료기관을 가더라도 지침에 따라 적절하게 치료를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권고 지침에 따르지 못하는 예외적인 의료기관이 있다. 그곳은 바로 요양병원이다.

보건복지부는 2019년 11월 요양병원의 치료적 병원 기능을 강화한다는 이유로 기존 7단계의 환자 분류를 5단계로 바꾸고 '신체기능저하군'에 해당하는 환자군을 입원이 필요 없는 '선택입원군'으로 평가 절하하는 개편안을 내놓았다.

그러나 다행히도 기존 '신체기능저하군'이던 암환자 중 암성 통증을 겪고 있어 통증 치료를 받고 있다면 '의료중도'로 분류할 수 있도록 해 고통 받는 암환자가 요양병원에서 치료 받을 수 있는 통로를 열어 주었다.

암환자들도 당연히 이를 이를 반겼다.

그런데 보건복지부는 사전 안내도 없이 2020년 8월 28일 심평원 홈페이지를 통해 암성 통증 및 정맥주사 관련 고지를 추가 했다. 

내용을 보면 바로 암성 통증 치료는 '주사제'를 투여할 때 인정하고, 해당 '주사제'는 마약성 진통제만 인정한다는 것이었다. 

더군다나 경구제 또는 패치제로 통증 조절을 할 수 있으면 외래 통원치료가 가능하므로 입원 대상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초법적인 내용이었다.

이것은 약물로 먼저 진통 조절을 시도해 보라는 암성통증진료지침에 어긋나는 개정이었다.

이와 함께 암성 통증이 있더라도 마약 주사를 맞지 않으면 요양병원 환자 분류 5군인 '선택입원군'이 된다는 의미이기도 했다. 입원이 필요하지 않지만 본인이 원해 입원했다는 의미다. 

과연 그러한가?

경구약이나 패치로 통증이 조절되는 환자 중에서는 입원이 필요 없이 일상생활을 해낼 수 있는 분들이 분명히 있다. 

하지만 적지 않은 환자들에게는 그리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암성 통증은 고혈압처럼 약만 먹으면 조절되고 1~2달 있다가 외래에 가서 약만 받아서 조절하면 되는 증상이 아닌 것이다.

암성 통증의 특성 중 하나로 돌발통이 있다. 하루에도 몇 번씩 돌발통이 생길 수 있으며 이럴 때는 속효성 진통제가 필요하다. 이게 속효성 경구약으로 해결 될 수도 있고, 주사가 필요할 수도 있다. 

주사가 필요한 경우는 집에 있다가 응급실에 가야 한다. 모든 환자가 그게 가능한가? 진행하는 암인 경우 통증의 강도가 점점 심해질 수가 있다. 이런 때 의료진은 통증 강도를 평가해 약물을 조절하게 되는데 보건복지부의 조치에 따르면 요양병원에서는 그것을 못하게 막는 셈이다. 

전문의가 근무하고, 국가 면허와 자격을 받은 의사가 근무하는 똑같은 의료기관인데 요양병원에 입원한 암환자는 아프면 무조건 마약 주사를 투여 받아야 한다는 말인가?

2020년 8월 개정된 조치는 두 가지 큰 문제가 있다.

첫번째는 암성 통증 조절에 대한 이해 부족이며, 두번째는 경구나 패치를 처방 받은 모든 암환자는 입원이 필요 없다는 초법적인 해석이 그것이다.

요양병원 현장은 혼란에 빠졌다. 

경구약으로 조절 되는 암성 통증 환자를 입원시키지 말라는 이야기인지, 암성 통증이 발생하면 무조건 마약 주사를 써야하는 것인지, 아니면 통증이 발생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는 중증 암환자는 처음부터 입원시키지 말고 경증의 환자만 보라는 것인지. 불과 몇 개월 만에 바뀐 지침 때문에 현장은 오락가락했다.

앞서 언급했듯이 최근 들어 요양병원에 대한 정부 정책은 요양병원의 돌봄기능보다 치료하는 병원 기능을 더 중요시하고 있다. 

2019년 환자평가분류표 개편도 그에 따른 정책 방향이었다. 그 뜻에 맞게 치료하고, 중환자를 돌보는 곳에 수가를 더 지불하는 것이 옳은 방향이라 생각한다. 

지금 당장 통증이 조금 조절된다고 해서 전혀 통증이 없는 사람과 똑같이 입원이 필요 없는 ‘선택입원군’으로 취급해 버린다면 요양병원의 기능 강화라는 목표는 달성하기 어려울 것이다. 

그렇게 되면 피해는 환자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게 된다. 치료하는 곳에 적절한 수가가 있기를 바란다.  

정책을 세우고 집행하는 데 어려움이 많겠지만 이런 현장의 어려움이 있으니 살펴주시길 부탁드린다.  

그리고 요양병원도 암성통증 표준진료지침 권고안에 맞게 치료하고 보람을 느낄 수 있는 날이 오길 같이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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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무 2021-06-02 12:57:45
요양병원 암환자는 마약중독자 까지되야하는건가?

암환자 2021-06-01 09:22:53
암환자는 중증질환자인데 왜들
이런 식으로 대하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