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양병원 입원환자 임상 특징과 진료 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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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양병원 입원환자 임상 특징과 진료 팁
  • 가혁 병원장
  • 승인 2023.11.09 0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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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요양병원협회 가혁 학술위원장

의료법에 의하면 요양병원은 장기입원이 필요한 환자를 대상으로 의료행위를 하는 곳으로 정의된다. 즉, 요양병원의 주된 진료 대상은 단기간 치료가 필요한 급성기 질환이 아니라 장기간에 걸쳐 치료와 돌봄을 제공해야 하는 만성기 질환을 가진 노인 환자이다.

이번 강좌를 통해 요양병원 입원환자들의 임상적 특징과 만성기 환자 치료 시 유의할 점, 노인 환자 약물 처방의 원칙, 요양병원 수가체계 안에서 진료기록부 작성의 기본 원칙, 그 외 요양병원 의사로서 알아두면 도움이 될 내용들을 정리해보았다.

1. 요양병원 입원환자들의 임상적 특징
요양병원 입원환자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노인은 몸의 여러 기관과 기능이 퇴행성 변화를 겪고 있어서 젊은 사람들과 달리 다양한 증상과 여러 질병이 다발적으로 발생하거나 복합적으로 존재하는 경우가 많다. 대표적인 특징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1) 신체적 항상성 유지가 어렵다 

젊은이들은 주위의 환경이나 신체의 자극에 대해 빠른 적응을 하지만, 노인은 그 변화에 대해 적응하지 못하거나 적응하는데 훨씬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 이러한 노인의 특성으로 인해 기립성 저혈압, 식후 저혈압과 같은 순환장애로 인한 낙상사고 위험성이 높아진다.

(2) 감각기능 변화
보통 40세 이후에 시각, 청각의 감퇴가 시작되고, 나이가 들수록 촉각, 미각, 후각의 변화도 일어난다. 이에 따라 안전사고 및 영양 불량의 위험성이 높아진다.

(3) 영양 부족

치아를 비롯한 소화기관의 기능 약화 및 변비, 운동 부족, 인지 저하, 경제력 저하, 사회적 고립 등은 노인 영양 불량의 원인이 된다.

(4) 면역기능 약화
적은 감염도 치명적일 수 있으며, 특히 노인 폐렴의 경우에 적절한 면역반응이 일어나지 않아서 고열도 발생하지 않는 경우가 많아 놓치기 쉽고, 그로 인해 폐렴이 입원환자의 주된 사망원인이 된다.

(5) 뇌기능 약화
노화에 따라 인지능력이 저하되어 치매의 유병률이 높아지며, 건강한 사람에게서는 졸림 등의 가벼운 부작용이 발생하는 항히스타민제와 같은 약물이 섬망을 유발하기도 한다.

(6) 요로계 문제

대부분의 노인 여성은 요실금이 있고, 남성 노인은 전립선 비대증으로 인해 배뇨 곤란을 겪는다. 특히 요양병원 입원환자들의 경우는 치매나 관절염, 근감소증 등으로 인해 화장실까지 가지 못하여 발생하는 ‘기능성 요실금’이 기저귀 착용의 주된 이유가 된다. 

(7) 수면 장애
노화에 따른 수면 생리의 변화로 깊은 잠을 들기 어렵고, 요양병원 입원 중에는 특히 낯선 환경에 의해 더욱 수면장애가 발생하게 되는데, 이는 낙상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8) 노인증후군(Geriatric Syndrome)

노인에서 흔하면서 그 원인이 다양하고 치료와 동시에 돌봄이 중요한 연속된 증상이나 소견을 일컫는 용어이다. 낙상, 욕창, 요실금, 치매, 다약제 복용, 섬망, 영양 불량, 노쇠 등이 있고, 이에 대한 대처는 요양병원 의료진들이 숙지해야 한다.

2. 요양병원 진료 시 유의할 점
주로 치매나 노쇠한 상태의 입원환자가 대부분인 1개 요양병원에서 사망할 때까지 입원했던 환자 100명을 분석한 결과 평균 재원기간은 2년 미만이었다. 즉, 일반적인 형태의 요양병원 입원환자들의 기대여명은 대부분 5년 이내라고 볼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요양병원 환자의 치료 목표는 급성기 환자의 급성기 질환에 대한 치료 목표와 달라야 한다. 

대표적인 사례가 당뇨병 치료의 목표로서, 미국당뇨병학회(ADA)의 당화혈색소(HbA1c) 목표가 65세 이상에서는 7.5% 미만이며, 요양병원 입원환자 수준(제한된 기대여명, 인지장애, 기능적 의존상태 등)이라면 8.5% 미만을 목표로 하고 있다. 대한당뇨병학회에서도 이를 적용하여, 노쇠하거나 저혈당증상이 자주 발생하는 환자의 당화혈색소 목표를 8.0~8.5(%)로 제시하고 있다.

오히려 노쇠한 노인 당뇨병 환자에게 지나치게 엄격한 혈당 기준으로 치료하면 사망률을 높이고, 기능 저하를 유발한다는 연구도 많다. 즉, 요양병원 입원환자에게는 치료의 목표를 낮추는 것이 좀 더 안전하고, 근거있는 치료가 된다는 것이다. 

3. 요양병원 환자 약물 처방시 주의할 점
(1) 노인 환자에서는 약물 부작용 확률이 커진다.

노화에 따라 약물의 흡수, 분포, 대사, 배출이 달라지게 되고, 같은 용량도 노인에게서는 뜻밖의 부작용을 나타낸다. 대표적인 사례가 Diazepam이나 Amiodarone, Haloperidol과 같은 지용성 약물인데, 노인에서는 체지방이 증가하므로 지용성 약물의 반감기와 분포가 증가하고, 그로 인해 부작용이 오래 지속된다.

(2) 다약제 복용과 부적절 처방
노인 환자가 5가지 이상의 약물을 복용하면 다약제 복용(혹은 다약제 처방)이라고 하며, 환자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고 처방한 경우를 부적절 처방이라고 한다. 요양병원 입원환자들을 다중질환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으므로 다약제 처방과 부적절 처방을 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환자의 기대여명과 전신상태 등을 고려하여 반드시 복용할 필요가 없다면 과감히 처방하지 않는 것이 적절한 처방 원칙이다. 미국의 권위있는 저널인 JAMA Internal medicine에서도 '훌륭한 노인병 의사의 자질'로 '적은 개수의 약물을 처방하는 의사'라고 제시한 바 있을 정도이다. 

(3) Prescribing Cascades(처방 폭포)
환자가 어떤 약물을 복용했을 때 발생한 부작용에 대해 의사가 또 다른 약물을 처방하고, 그 새로운 약물이 또 다른 부작용이나 약물 상호작용이 발생하는 현상을 ‘Prescribing cascades’라고 한다. 이는 쇠약하거나 고령의 요양병원 입원환자에게서 자주 발생한다. 이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환자가 새로운 증상을 호소할 때, 혹시 최근에 새로 처방한 약물이 원인이 아닌지 검토하는 습관을 가져야 한다. 

다음은 요양병원 입원환자에게 흔히 발생할 수 있는 Prescribing cascades 및 그에 따른 다약제 복용의 사례이다. 

4. 요양병원 수가제도에 따른 진료기록부 작성 요령
요양병원 수가는 환자군에 따른 일당정액수가제로서, 환자군의 구분은 매달 의사나 간호사가 작성하여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제출하는 ‘환자평가표’에 따른다.

환자평가표의 각 항목에 대한 평가는 의무기록 등에 근거하여 작성하게 되는데, 그 중 의사의 진료기록부에 반드시 명시되어야 하는 내용들로는 혼수, 섬망, 질병명, 영양 관련 장애, 말기 질환, 피부 궤양(욕창 등) 수 기재, 새로 발생한 욕창, 기타 피부 문제 등이므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이상으로 요양병원 주치의로서 숙지해야 할 기본적인 내용들을 요약해 보았다. 어느 덧 우리나라 국민들이 삶의 마지막을 맡기는 장소로 자리 잡은 요양병원의 지휘자이자 환자들의 동반자로서 요양병원의 특성에 맞는 적절한 진료 행위에 도움이 되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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