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양병원 새로운 먹거리 '방문진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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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양병원 새로운 먹거리 '방문진료'
  • 의료&복지뉴스
  • 승인 2023.12.22 0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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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대한요양병원협회 노동훈 홍보위원장

9년간 운영했던 카네이션 요양병원을 편한자리 의원으로 바꾸고 일차의료 방문 진료 시범사업에 참여했습니다. 방문 진료를 하면서 느낀 점은 집에서 고령자를 모시는 분들이 많다는 것입니다.

대한요양병원협회 노동훈 홍보위원장
대한요양병원협회
노동훈 홍보위원장

젊은 여성 보호자가 부모님을 모시는 경우 요양병원 간병에 대한 불신이 있습니다. 나이 있는 여성 보호자는 경제적 이유로 집에서 모시는 경우가 많습니다. 요양병원에 빈 병상이 많은 것을 설명합니다. 

‘요양병원 패싱’이란 말이 있습니다. 보건복지부 정책 마지막에 나오는 “단, 요양병원은 제외로 한다”에서 나왔습니다. 요양병원협회는 병원협회 산하 단체로 아무런 힘이 없습니다. 수가 협상도 병원 인상률과 같습니다. 급성기 병원은 행위별 수가에 비급여가 있지만, 요양병원은 일당정액제에 비급여도 없습니다. 요양병원 수가 인상은 거북이인데, 물가는 토끼입니다. 요양병원을 운영하는 것은 행위예술만큼 힘든 일입니다.

2022년 말 스펜서 존슨의 '누가 내 치즈를 옮겼을까?(당신의 인생에서 일어나게 될 변화에 대응하는 확실한 방법)'란 책을 떠올렸습니다. '환경의 상징인 미로'에서 '행복과 성공의 상징인 치즈'를 찾습니다. 치즈를 찾으려 통로를 헤매다 치즈 창고를 찾았습니다. 어느 날 치즈가 줄어드는 것을 확인한 사람은 불행을 피하기 위해 마음의 준비를 하고 새 치즈를 찾아 나섰습니다. 준비가 없었던 사람은 현실에 머무르다 낭패를 당합니다.

세상에 오직 한 가지 진실이 있다면, ‘영원한 것과 변하지 않는 것은 없다’는 것입니다. 변화는 필연입니다. 

2025년. 전체 인구 중 65세 이상 인구가 20%를 넘는 초고령 사회가 됩니다. 늦은 감이 있지만, 정부도 고령자 대책을 마련합니다. 정부의 대책은 커뮤니티 케어입니다. 오전 7시에서 오후 7시까지는 국가가 봐줄 테니, 나머지 시간은 가정에서 보라는 것입니다. 많은 고령자를 요양병원, 요양원에 모실 수도 없고, 막대한 재원도 문제입니다. 

대한민국에서 정부보다 강력한 것은 없고, 정부 정책을 거스르면 굶어 죽습니다. 정부는 커뮤니티 케어를 합니다. 방문 진료를 하면서 장기요양 분들을 많이 만나는데, 그들은 의료가 필요합니다. 커뮤니티 케어의 완성은 ‘의료-요양-돌봄’으로 이어진 축을 완성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의료의 공급이 부족합니다. 현재 방문 진료는 의원과 의료원 등 공공 병원만 가능합니다. 고령자 의료를 가장 잘 하는 요양병원은 패싱 당했습니다.  

2022년 코로나 비대면 진료 사업을 했습니다. 손덕현 고문께서 단톡방에 비대면 진료를 권했습니다. 손덕현 고문에게 전화해 물어보고, 원무책임자에게 비대면 진료를 지시했습니다. 직원은 반대했습니다. 저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신청하고 안 하는 것과 신청도 못해서 못하는 것은 다르다’고. 1970년대 서울대학교 비뇨의학과에서 투석을 시작했는데, 손 놓고 있는 사이 투석은 내과로 넘어갔습니다. 기회를 놓치면 빼앗깁니다. 

고령자 의료의 든든한 방파제, 코로나 19를 극복한 고령자 의료 챔피언인 요양병원도 정부 정책을 따라야 생존합니다. 정부는 커뮤니티 케어를 완성하려 하는데, 방문 진료를 전담으로 하는 의원은 2%도 안 됩니다. 정부는 재택 진료를 활성화하려 합니다. 하지만 참여도는 낮습니다. 그렇다면 요양병원은 어떤 스탠스를 취해야 할까요. 

저는 재택의료에 적극 참여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요양병원에서 퇴원한 환자는 요양병원 의료진이 책임집니다. 특히 커뮤니티 케어를 위해 요양병원의 의료진이 자택으로 방문합니다. 정부는 부족한 방문 진료 숫자를 보강하고, 요양병원은 새로운 먹거리를 찾습니다. 정부가 원하는 것을 요양병원이 하면 됩니다. 

방문 진료만 하는 전담 의원이 적은 이유는 낮은 수익성 때문입니다. 의사 1인당 월 60건을 하며, 1회 진료 시 평균 12만 7천 원의 수가가 있습니다. 의원을 비웠을 때 발생하는 기회비용, 직원 2명의 인건비를 감안하면 의원의 방문 진료는 활성화가 어렵습니다. 하지만 요양병원은 다릅니다. 1400여개의 요양병원은 전국 방방 곳곳에 있으며, 24시간 전문의와 의료진이 있습니다. 요양병원에서 퇴원한 환자는 우리가 관리해야 합니다. 

현실적으로 요양병원 의사가 방문 진료를 하기는 어렵습니다. 정부는 초고령 사회를 대비해 간호사의 업무 범위를 확대합니다. 이에 발맞춰 요양병원 간호사를 자택에 보내 진료합니다. 주치의와 상의하고, 간호사가 의료 행위를 합니다. 현재 방문간호 수가는 4만 원 선입니다. 퇴원한 환자를 재입원 시킬 수 있고, 새로운 환자 발굴을 통해 요양병원 입원을 유도할 수 있습니다. 

정부가 가려워하는 것을 우리가 나서서 하겠다면 어떨까요. 요양병원 협회가 힘이 약했을 때는 정부 정책에 일방적으로 끌려 왔습니다. 하지만 코로나 19를 거치면서 요양병원은 감염 관리도 잘 하는 고령자 의료 챔피언임을 알렸습니다. 이제 우리가 정부 정책에 참여하고, 새로운 제도를 만들어야 합니다. 고령자 의료를 잘 하는 우리가 정부의 협상 파트너가 되어 새 치즈를 찾아야 합니다.

이제는 패배의식에서 벗어나, 고령자 의료의 챔피언이란 마인드를 가져야 합니다. 우리는 힘이 있고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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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utong1017 2023-12-26 11:54:00
부정과 긍정의 결과는 하늘과땅차이 만큼 큽니다 해보지않고 고개부터 저는건 순서가 아닙니다 홍보위원장 말씀에 찬성합니다 가능성에 용기가 납니다 지금도 과연 그리될까? 긴가민가 관망만 하실건가요깃발만잡아주시면 !! 따르겠습니다

하늘 2023-12-22 15:04:16
병동 간호사도 없어서 난리인데 방문 간호를 할 인력이 있을까요? 그리고 의료진이 방문해서 실제 도움이 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