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양병원 입원 억제, 요양시설 입소 유도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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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양병원 입원 억제, 요양시설 입소 유도하나?
  • 안창욱 기자
  • 승인 2023.09.18 0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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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의료기관 밖 의료행위 활성화 위해 의료법 개정"

정부가 의료기관 밖에서의 의료행위를 활성화하는 방향으로 의료법 개정을 추진한다. 이는 요양병원 입원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아 주목된다. 

보건복지부(장관 조규홍)는 15일 초고령사회에 맞는 새로운 의료법 체계 마련을 위한 전문가 논의기구로 '의료법 체계 연구회'를 구성하고 제1차 회의를 개최했다고 밝혔다. 

의료법은 원칙적으로 의료기관 안에서 의료행위를 하도록 하고, 이를 전제로 대부분의 규정이 마련돼 있다. 

이와 관련 보건복지부는 "현 의료법 체계에서 비대면진료는 금지이며, 방문진료 등의 허용 범위나 준수 기준에 관한 규정이 없다"면서 "이로 인해 의료기관 밖에서의 의료행위가 활성화 되는데 한계가 있으며, 장기적으로 의료·요양·돌봄의 통합적 제공 체계에도 부합하기 어려운 구조"라고 강조했다.  

또 보건복지부는 "무면허 의료행위를 엄격하게 금지하면서도 의료행위의 개념이나 구체적인 판단 기준을 정하지 않아 판례와 해석에 의존하고 있다"면서 "이에 따라 노인·장애인에 대한 가래 흡인(석션)이나 욕창 관리, 자가 도뇨(기구를 통한 소변 배출)와 같이 가정에서 일상적으로 이루어지는 행위들까지 의료행위로 간주돼 현실과의 괴리가 발생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보건복지부는 일례로 자가도뇨 환자 사례를 제시했다. 

척수장애인으로 스스로 소변을 볼 수 없어 도뇨관을 넣어 규칙적으로 배뇨하는 자가도뇨를 하는 D씨가 장기요양 2등급을 받아 요양원에 입소하려고 했지만 의료법 위반 소지가 있어 결국 요양병원에 입원했다는 것이다.   

D씨는 하루에도 여러 번 자가도뇨를 해야 하는데 2014년 복지부 유권해석에 따르면 요양보호사의 자가도뇨는 여전히 불법 의료행위 소지가 있어 요양원 입소를 포기하고, 요양병원에 입원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 보건복지부의 지적이다.  

이와 함께 보건복지부는 선진화된 의료·요양·돌봄 체계를 구축하기 위해 의료법 체계의 혁신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5월 간호법안 재의 요구 당시에도 앞으로의 정책 방향으로 새로운 의료·요양·돌봄체계 구축과 의료법 등 체계 정비를 밝힌 바 있다. 

연구회는 의료, 간호·요양, 법조분야 전문가 등 총 9명으로 구성한다. 이윤성 서울대 의대 명예교수가 연구회 위원장을 맡고, 정부가 간사로 참여해 연구회 논의와 회의 운영을 지원할 계획이다.  

연구회는 초고령사회에 맞지 않는 의료법 체계의 문제점을 분석하고, ▲의료기관 밖에서의 의료서비스 제공 근거 체계화 방안 ▲의료행위와 각 직역별 업무범위 규정 체계 개선 방안 ▲의료법과 다른 법률과의 관계 재설정 방향 등을 집중 논의하게 된다.  

연구회는 격주로 운영하며, 각 회의마다 참여 전문가들의 발제와 토론을 중심으로 논의를 진행한다. 연구회 차원에서 관계단체 의견 수렴을 병행하고, 필요시 공청회 등도 개최한다. 연구회는 최종적으로 정부에 의료법 체계 개편 방향을 권고문으로 제시할 예정이다. 

이날 1차 회의에 참석한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초고령사회에 맞는 선진화된 의료·요양·돌봄 시스템 구축을 위해서는 특정 직역의 역할 확대만을 반영하는 단편적인 법 제정이 아니라, 의료체계 전반을 다루는 의료법 체계 정비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보건복지부가 의료기관 밖에서의 의료행위를 활성화하는 방향으로 의료법을 개정할 경우 요양병원 입원이 줄고, 요양시설이나 지역사회 통합돌봄의 역할이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   

이렇게 되면 의료법 위반 소지가 높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는 요양시설 내 전문요양실도 합법적인 영역으로 편입될 수 있다. 

현재 전문요양실의 의료행위를 보면 △영양(중심정맥영양, 경관영양, L-tube, G-tube) △배설관리(Foley, 인공항문, 인공방광) △호흡관리(산소투여, 기관지절개관 교체, 인공호흡기, 석션) △상처관리(욕창 드레싱, 당뇨발 간호) △기타(암성통증간호, 투석간호) 등이다. 

이들 의료행위는 현재 의사의 상시적 지도 감독 없이 행해지고 있어 현행법 상 의료법 위반에 해당할 수 있지만 건강보험공단은 시범사업이라는 명목으로 점차 기관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    

특히 보건복지부는 최근 '제3차 장기요양기본계획(2023~2027년)'을 발표하면서 요양시설 내 전문요양실 시범사업 기관을 올해 25개에서 2027년 100개로 늘리고, 내년 이후 제도화를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어 의료법 개정을 염두에 두고 장기요양기본계획을 수립했을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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