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법인 사무장병원 무죄받은 요양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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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법인 사무장병원 무죄받은 요양병원
  • 안창욱 기자
  • 승인 2021.02.25 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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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지법 "개인이 개설한 것에 불과하다는 증거 없다"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과거 사무장병원을 운영하다 유죄판결을 받고, 의료법인을 설립해 친인척 등으로 법인 이사를 선임한 뒤 요양병원 등을 실질적으로 지배한 의료법인 이사장, 이사 등이 사무장병원 운영 혐의로 다시 재판에 넘겨졌지만 법원은 무죄를 선고했다. 

의료법인이 형식적으로만 적법한 의료기관을 가장한 것일 뿐 실질적으로는 비의료인 개인이 개설한 것에 불과하다고 볼 정도에 이르러야 의료법인형 사무장병원으로 간주할 수 있다는 게 법원의 판단이다. 

광주지방법원은 최근 의료법 위반(사무장병원 개설),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위반(사기), 업무상횡령 등으로 기소된 A의료재단 이사장 L씨 등 피고인들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피고인 L씨는 2006년 경 의사를 고용해 사무장병원으로 전문병원을 운영하다가 적발돼 의료법 위반으로 징역 1년 6개월, 집행유예 2년이 확정됐다. 

피고인은 사무장병원 운영 혐의로 수사를 받게 되자 A의료법인을 설립하고, 자신의 친인척이나 지인 등을 법인 이사로 선임하고 요양병원 2개를 포함해 4개 의료기관을 순차적으로 의료법인 산하로 귀속시켰다. 

그러자 검찰은 의료기관의 개설자가 될 수 없는 피고인들이 의료법을 위반해 A의료재단을 설립하고, 법인 명의로 요양병원 등의 의료기관을 개설한 뒤 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12년간 1천억원이 넘는 요양급여비용을 지급받아 편취했으며, 재단 자금 횡령 혐의 등으로 압수수색을 당하고 수사를 받게 되자 의료재단의 자금으로 변호사 선임비용을 지급하자 이를 재단 자금 횡령으로 단했다.  

이에 대해 피고인들은 "의료법인을 적법하게 설립했고, 이를 통해 의료기관들을 개설해 운영했으므로 의료법 제33조 제2항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항변했다.  

의료법 제33조 제2항에 따르면 의사, 치과의사, 한의사, 국가나 지방자치단체, 의료법인, 비영리법인, 준정부기관, 지방의료원 등이 아니면 의료기관을 개설할 수 없다.

광주지방법원은 피고인이 형식적으로 의료법인을 내세워 이들 의료기관을 사무장병원으로 운영했다고 볼 수 없다고 결론 내렸다. 

재판부는 "비의료인이 의료법인을 설립해 의료법인 명의로 의료기관을 개설한 행위를 의료법인 명의만 빌려 개설한 사무장병원으로 판단하기 위해서는 형식적으로만 적법한 의료기관 개설을 가장한 것일 뿐 비의료인이 개설한 의료기관에 불과하다고 볼 정도에 이르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재판부는 의료법인형 사무장병원으로 판단하기 위해서는 의료법인의 설립과 의료기관 개설 과정, 이사회 등의 의사결정 절차를 밟지 않고 전적으로 비의료인이 의료기관을 자기 맘대로 운용할 수 있는 지배적 지위에 있었는지, 법인 자본이 부실해졌는지, 비의료인이 의료법인 수익을 분배받았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환기시켰다. 

그러면서 법원은 "피고인이 다른 발기인들과 함께 적법하게 의료법인을 설립하고, 자신 소유의 부동산과 전문병원의 의료장비 등을 의료법인에 출연해 의료법인은 의료기관 개설에 필요한 시설을 보유했으며, 의료법인의 실체를 갖췄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법원은 "피고인이 의료법인을 설립하게 된 동기가 사무장병원 수사를 받게 되었기 때문으로 보이지만 의료법인을 적법하게 설립했고,  그 실체를 갖춘 이상 의료법인이 개설한 병원은 피고인이 종전에 개설한 사무장병원과는 엄연히 다른 별개의 병원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아울러 법원은 A의료법인이 요양병원과 병원을 개설하는 과정에서 병원 시설에 필요한 부동산을 출연 받거나 매수해 기본재산이 크게 증가했으며, 의료기관 개설 실무는 법인 직원들이 담당한 것으로 보여 피고인이 A의료법인을 제쳐놓고 개인적으로 의료기관들을 개설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의료재단 운영과 관련해 법원은 "이사회 소집통지가 대부분 서면으로 이뤄지지 않았고, 정식 이사회 개최 없이 회의록을 사후에 임의로 작성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들기도 하지만 수사기관이 문제로 삼고 있는 이해관계자의 의결 참여, 이사회 회의록 허위 작성 등의 흠이 발견된 사례는 전체 이사회 중 소수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이런 흠결은 원칙적으로 이사회 결의의 효력 문제로 귀결될 뿐 이를 의료법인 이사회가 형해화됐다고 단정할 수 있는 증거가 될 수는 없다는 게 법원의 견해다.  

특히 재판부는 수사기관이 수차례에 걸친 광범위한 압수수색을 통해 의료법인의 자금 흐름에 관해 면밀한 수사를 했음에도 의료법인 산하 병원들의 수익이 피고인들의 경제적 이익으로 분배 내지 귀속됐다는 사정을 밝히지 못했다고 명시했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이 법인카드를 일부 사적으로 사용했다고 하더라도 이런 행위를 업무상 횡령, 배임 등의 개별 범죄로 처벌할 수 있는 가능성이 높은 이상 위법행위가 있다고 해서 의료법인의 법인격이 형식적일 뿐이라고 할 수 없다"고 단언했다. 

이에 따라 재판부는 피고인들이 의료법인의 의사결정을 지배하면서 자의적으로 의료법인을 운영한 것으로 인정할 수는 있지만 의료법인이 개설한 의료기관들이 실질적으로 피고인 개인이 개설한 것에 불과하다고 합리적으로 의심할 정도로 증명됐다고 보기 어렵다며 사무장병원, 특가법상 사기 혐의를 인정하지 않았다. 

법원은 피고인들이 의료법인 자금으로 변호사 비용을 지급한 것에 대해서도 횡령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결했다. 

무죄 판결을 이끌어 낸 의사 출신 이용환 변호사(법무법인 고도)는 "재판부는 의료법인이 사무장병원이 될 수 있는 판단기준을 제시하기 위해 의료법인 제도의 도입 경위부터 살피는 등 의료법인 본질에 집중해 법리적으로 상당히 고심해 판결했다"면서 "이번  판결은 대법원의 의료법인형 사무장병원 판단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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