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산, 폐업 속출…"대유행 끝나자마자 팽"
"코로나19가 대유행할 때는 뭐든 다 들어줄 것처럼 이야기하더니 막상 유행이 지나고 나니까 그런 약속을 한 적이 없다고 오리발을 내밀고 있어 농락당한 기분이다."
A요양병원은 코로나19가 대유행하면서 전담병상이 크게 부족하던 2021년 초 감염병 전담병원으로 자원해 입원 환자들을 모두 다른 병원으로 전원하거나 퇴원 조치하고, 코로나19 확진자만 치료했다.
2021년은 요양병원 적정성평가 결과와 질 지원금이 연계되는 중요한 해였지만 코로나19 확진자만 치료할 수 있는 전담병원이다 보니 적정성평가를 받을 수 없어 종합점수 상위 30%에 지급하는 입원료 10~20% 별도 가산을 포기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그러자 보건복지부는 감염병 전담병원에 대해서는 각종 평가에서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조치하겠다고 구두로 약속했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 중앙사고수습본부가 2021년 12월 발표한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의료기관 주요 지원 제도' 자료를 보면 감염병 전담병원 등이 각종 평가에서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하겠다며 지원책을 제시했다.
일례로 정부는 2021년 의료질평가를 받은 감염병 전담병원에 대해서는 2020~2021년 평가 결과를 비교해 유리한 등급을 적용하겠다고 분명히 했다.
이에 따라 A요양병원은 정부의 구두 약속과 발표 자료를 근거로 2021년 적정성평가를 받지 않더라도 2020년 적정성평가에서 1등급을 받은 만큼 이에 준해 1등급으로 산정될 것으로 믿고 있었다고 한다.
그런데 A요양병원은 지난 5일 심평원 인터넷 홈페이지에 접속해 2021년도 적정성평가 결과를 검색하다가 충격을 받았다. 검색 결과 창에 '1등급'으로 표시되기는커녕 '검색된 내용이 없습니다'라고 나왔기 때문이다.
A요양병원은 심평원과 보건복지부에 왜 약속을 지키지 않느냐고 따졌다.
그랬더니 정부가 약속한 것은 감염병 전담병원에 참여한 급성기병원들이 '의료질평가'에서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하겠다는 것일 뿐 요양병원 '적정성평가'에 대해서는 불이익 방지 약속을 한 적이 없다고 발뺌했다는 게 A요양병원의 설명이다.
A요양병원뿐만 아니라 같은 시기 감염병 전담병원에 참여한 다른 요양병원들도 엇비슷한 답변을 들었다.
이 때문에 A요양병원은 많게는 2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는 질지원금을 날려버릴 판이다.
그렇다고 코로나19 대유행 시기 고군분투했던 감염병 전담요양병원들의 경영 상태가 양호한 것도 아니다.
A요양병원은 감염병 전담병원에서 해제된 지 1년 1개월이 지났지만 병상 가동률이 41%에 지나지 않는다.
다른 감염병 전담요양병원도 마찬가지다. 정부가 충분하게 손실을 보상하겠다는 약속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고, 전담병원 해제 후 회복기 손실보상이 6개월에 불과할 뿐만 아니라 입원 환자가 예상보다 더디게 차고 있다. 경영난을 견디지 못환 B요양병원은 폐업했고, C요양병원은 파산 신청을 심각하게 고려중이며, D요양병원은 업종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감염병 전담요양병원에 참여했던 40여개 요양병원 중 20여개는 방역당국을 상대로 손실보상을 요구하는 소송까지 준비하고 있다.
A요양병원 관계자는 "감염병 전담요양병원을 할 때 기회비용으로 손실보상을 받았기 때문에 적정성평가 질지원금을 받고 싶으면 손실보상금을 포기하라는 정부 태도를 보면서 팽 당했구나 하는 생각밖에 안 든다"고 하소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