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대유행 이전까지만 해도 VRE, CRE 등의 감염병 환자를 받지 않는 요양병원이 적지 않았다. 그런데 코로나19 대유행을 겪으면서 감염병동을 새로 만들거나 확장하는 요양병원이 크게 늘어나는 추세다. 

부산의 A요양병원은 11월부터 감염병 환자를 받기 위해 시설 공사가 한창이다. 심전도 장비, 중앙감시시스템도 도입하는 등 투자도 상당하다. 일단 1인실, 2인실, 6인실 등 50개 병실을 운영한 뒤 향후 확대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요양병원 격리실 입원 대상 감염병환자, 감염병 의사환자, 병원체 보유자는 △제2군 감염병(백일해, 유행성이하선염, 풍진, 수두 등) △제3군 감염병(인플루엔자, AIDS 등) △지정감염병(반코마이신내성황색포도알균(VRSA), 카바페넴내성장내세균속균종(CRE), 반코마이신내성장알균(VRE) 등이다.

요양병원 입장에서 감염병동은 재활, 투석, 암과 마찬가지로 병원을 특화하기에 안성맞춤이 아닐 수 없다. 

우선 수가 측면에서 보면 격리실 하루 입원료가 1인실 12만 5,460원, 2인실 8만 3640원, 3인실 이상 다인실 7만 260원으로 요양병원 일당정액수가와 비교할 때 나쁘지 않다. 

또 요양병원은 상급병실료가 비급여지만 격리실 입원료는 예외적으로 건강보험이 적용되기 때문에 1~2인실에 입원해도 환자 부담이 크지 않다. 

특히 행위별수가가 적용되기 때문에 처치, 검사, 투약이 많을수록 진료수입이 늘어날 수 있는 구조다. 

A요양병원 관계자는 "요양병원 일당정액수가보다 1, 2인 격리실 입원료가 높고, 행위별수가여서 경영에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했다"고 강조했다. 다만 이 관계자는 "격리실 입원료 수가는 1, 2인실을 제외하면 3인실부터 다인실 수가를 지급하기 때문에 6인실로 일부 운영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인천의 B요양병원은 코로나19 유행 이전 10병상의 감염병동을 운영하다 점차 확대해 45병상까지 늘렸다. 향후 1개 병동 전체를 감염병동으로 전환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B요양병원 원장은 "행위별수가가 적용되다보니 중증도가 높은 일부 감염병환자의 경우 진료비 청구액이 요양병원 평균 입원환자의 2~3배 정도 되는 것 같다”면서 “이에 따라 병상을 효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요양병원은 대학병원에서 환자를 받기도 하고, 전원을 보내기도 하는데 감염병동이 있으면 아무래도 진료 옵션이 하나 더 늘어나는 것이어서 병원다운 병원 이미지를 형성하는데도 도움이 되는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행위별수가의 장점만 보고 무턱대고 뛰어들기에는 위험한 측면도 없지 않다. C요양병원 관계자는 "요즘 감염병동이 없는 요양병원을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관심이 높다보니 환자 유치 경쟁이 치열할 뿐만 아니라 일반병동보다 간호사를 더 많이 투입해야 하고 업무가 상대적으로 많다보니 추가 수당도 지급해야 하는 등 비용 부담도 만만치 않다"고 말했다. 

요양병원 격리실 입원료는 체감제가 적용된다는 점도 유의해야 한다. 상급종합병원, 종합병원, 병원, 정신병원, 치과, 한방, 의원은 입원일수에 관계없이 격리실 입원료를 전액 받을 수 있다. 그러나 요양병원은 격리실에 16일 이상 입원하면 수가가 체감되도록 설계돼 있다. 이에 따라 16~30일 입원시 10%, 31일 이상 입원시 15%가 차감된다. 

이와 관련, D요양병원 관계자는 "균 치료가 안 되고, 다인실에 장기 입원하는 환자가 많으면 차라리 의료중도, 의료고도 일반 환자보다 손해를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대한요양병원협회 김기주 부회장은 "코로나19 유행 상황에서 요양병원이 감염병을 잘 치료할 수 있다는 것을 입증한 마당에 의원보다 낮은 격리실 수가를 지급하고, 체감제를 적용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면서 "격리실 의료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도록 수가를 현실화하고, 체감제를 폐지해야 한다"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