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어다니는 환자 있으면 망할거라 예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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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어다니는 환자 있으면 망할거라 예측했다"
  • 안창욱 기자
  • 승인 2024.01.10 06:56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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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증 중심, 지역사회 중심 표방하며 9개 진료 특화
정부의 요양병원 정책 방향이 중증환자 중심의 진료를 하지 않으면 살아남기 힘든 구조로 가고 있다. 이에 따라 의료&복지뉴스는 요양병원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모색하기 위해 다양한 방식으로 노력하고 있는 요양병원을 취재해 연속 보도한다. [편집자 주]      

의료법인 원광의료재단(이사장 오성배) 군산원광효도요양병원은 지난해 보건복지부로부터 '치매안심병원'으로 지정받았다. 전국 16개 '치매안심병원' 가운데 유일하게 민간이 운영하는 곳이다. 

군산원광효도요양병원은 치매안심병원 외에도 현재 8개 진료 분야를 특화해 운영하고 있다.  

△보훈의료 위탁병원 △재활 전문 치료센터 △인공신장실 △감염격리병동 △집중치료실 △폐렴환자 신생물 제거를 위한 토닥이 도입 △의료·요양·돌봄 통합시스템을 통한 지역사회 관리시스템 △2개의 임종실 등이 그것이다. 

군산원광효도요양병원은 보훈부 위탁지정요양병원으로 지정되어 국가유공자 및 보훈대상자 진료를 하고 있다.   

재활전문치료센터
재활전문치료센터

재활 전문 치료센터는 병원 8층 전체를 사용하고 있는데 환자들이 하늘을 볼 수 있게 사방을 통창문 구조로 만들고, 1대1 맞춤 훈련을 하는 것이 특징이다. 

군산원광효도요양병원 '치매안심병원'은 보건복지부가 2019년부터 공공요양병원을 치매안심병원으로 지정하기 훨씬 전인 2014년부터 치매환자에게 최적의 진료를 제공하기 위해 지어진 전문 병동이다.  

당시 군산원광효도요양병원은 앞으로 치매환자가 증가할 것으로 예측해 일본 견학, 치매 자료 분석 등을 바탕으로 치매 관리에 용이하게 병실을 배치하고, 배회 환자를 위해 폭이 6m에 달하는 복도를 설계했다고 한다. 

치매안심병원의 복도 폭은 6m에 달한다
치매안심병원의 복도 폭은 6m에 달한다

신경과 전문의를 포함해 정신건강 간호사, 치매 전문 교육과정 이수 간호사 3명, 전담 작업치료사 및 임상심리사, 사회복지사, 환자 관리인이 상주하며, 매일 다양한 약물적, 비약물적 프로그램을 실시하고 있다.  

군산원광효도요양병원 치매안심병원은 일부 대학병원에서나 볼 수 있는 다학제적 사례관리회의를 매주 연다.     

치매안심병원 비약물적 프로그램
치매안심병원 비약물적 프로그램

사례관리회의는 신경과 전문의, 치매전담간호사, 임상심리사, 사회복지사, 작업치료사, 행정  등 치매환자와 관련된 모든 직종이 참여해 환자의 상태, 증상, 특이점, 미비점, 필요한 지원 등을 토론하고, 개선 방향을 모색하는 자리다. 

인적 인프라, 시설, 치료 프로그램 및 운영 시스템을 살펴보면 일반 병원에서는 도저히 투자할 엄두를 내기 힘들 뿐만 아니라 건강보험 수가 구조상 흑자를 낼 수 없다는 것을 금방 알 수 있다.  

인공신장실은 입원환자와 외래환자를 분리하고, 입원환자는 병상에 누운 상태에서 엘리베이터를 이용해 투석실로 바로 내려와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설계했다. 

CRE, VRE, MRSA 등 감염환자를 위한 감염격리병동은 감염 예방을 위해 외부와 차단된 도어 및 커튼 설치, 청결구역과 비청결구역을 구분하는 등 체계적인 시스템을 갖췄다. 

집중치료실에는 중앙감시장치시스템을 갖췄다
집중치료실에는 중앙감시장치시스템을 갖췄다

군산원광효도요양병원 중환자 관리시스템인 집중치료실은 간호스테이션 맞은 편 벽면에 환자의 혈압, 호흡 등의 활력징후를 모니터로 확인할 수 있는 중앙감시장치시스템(CMS)을 여러 대 설치해 응급상황에 즉각 대처할 수 있다. 

또 폐렴, 근육 마비, 척수 손상 등으로 폐 분비물 배출이 어려운 환자들을 위해 전동식 흉벽 전동기(토닥이) 장비를 운영하고, 퇴원 환자 및 지역사회 장기요양시설과의 협력을 위해 지역사회 관리시스템을 가동 중이다.  

군산원광효도요양병원은 2개의 임종실도 무료로 운영하면서 환자들이 가족의 위로를 받으며 편안하게 임종을 맞을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다.   

이 밖에도 2대의 앰뷸런스와 1대의 휠체어 리프트 차량을 두고, 응급환자와 중증환자 이송을 돕고 있으며, 욕창 전담 간호사가 중증 욕창을 치료 및 관리한다.  

이처럼 진료 특화 분야를 집중 육성하면서 전체 입원환자의 85%가 의료최고도, 의료고도, 의료중도일 정도로 중증도가 높다.   

5년 여 전부터 생존 전략 준비
2012년 개원한 군산원광효도요양병원은 5년 여 전부터 꾸준히 진료 특화를 모색해 왔다고 한다.   

군산원광효도요양병원 김명섭 행정원장은 "병원에서 내부적으로 늘 강조했던 말이 있다. 앞으로 걸어 다니는 환자가 있는 요양병원은 생존할 수 없다는 것이다. 정부의 정책 방향이 분명히 중증환자 중심으로 갈 거라고 예측하고 대비해 왔다"고 설명했다. 

군산원광효도요양병원이 생존을 위해 전면에 내세운 비전(vision)은 두 개다. '중증 중심'과 '지역사회 중심'이다. 

그는 "국가 정책에 따라 앞으로 의료최고도, 의료고도 환자들이 요양병원에 들어올테니 미리 준비하자고 해서 모든 병상에 산소발생기, 석션기를 다는 것에서부터 변화를 꾀했다"고 덧붙였다.     

다른 하나의 비전인 '지역사회 중심 요양병원'을 만들기 위해 5년 전부터 공을 들여 준비한 것이 '의료-요양-돌봄 통합 시스템'이라고 한다. 
 
지역에 있는 방문재가요양센터, 노인요양시설, 주간보호센터와 꾸준히 협약을 맺고, 이들 기관이 군산원광효도요양병원에서 편하게 검사, 건강검진, 예방접종, 단기 입원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이와 함께 퇴원 후에도 가정에서 의료와 요양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외래진료를 통해 만성질환 전담 예방 및 관리를 해 나갔다.   

오성배 이사장은 "지역사회에서 중심적인 역할을 하는 요양병원을 표방하면서 수익만 추구할 수는 없지 않느냐"면서 "수익이 나지 않더라도 지역사회에 반드시 필요한 치매 치료, 임종실, 저소득층 간병비 지원 등을 적극적으로 발굴해 왔다"고 강조했다.   

코로나 때에도 리모델링
군산원광효도요양병원은 '중증 중심', '지역사회 중심'을 목표로 다양한 노력을 기울였다.  

그 중 하나가 리모델링이다. 

김명섭 행정원장은 "우리는 진료 특화 분야를 하나씩 늘리기 위해 매년 리모델링을 했고, 심지어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도 벽을 쳐놓고 공사를 멈추지 않았다"면서 "그 결과 6개, 7개, 8개, 9개까지 늘렸고, 현재 10번째를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정부에서 중증 환자들을 잘 치료하는 요양병원을 요구하는 시대가 틀림없이 온다고 확신했기 때문에 정말 죽기 살기로 리모델링했고, 감염격리병동, 집중치료실 등 중증환자들을 진료하기 위해 환자 모니터 120대, 각종 의료장비를 두루 갖췄다"면서 "이제는 어떤 환자가 오더라도 다 받을 수 있는 그야말로 지역사회 중심 요양병원이 됐다"고 자신했다.  

교육과 연구는 필수
군산원광효도요양병원은 중증 중심 요양병원으로 변신하기 위해 하드웨어뿐만 아니라 의료진 교육에도 힘썼다.  

김명섭 행정원장은 "환자군이 중증 중심으로 바뀔 것에 대비해 교육팀을 꾸리고, 간호사를 대상으로 폐렴, 패혈증을 포함한 중환자 진료에 필요한 이론 및 실습 교육을 매달 정기적으로 실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권대윤 교육팀장은 "중증 환자 진료 외에도 인간존중 돌봄 '휴머니튜드  케어(Humanitude care)'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 치매환자에게 억제대를 사용하지 않고 케어하는 방법, 환자평가표 작성 등 필요한 모든 교육을 하고 있다”면서 “의료의 질을 지속적으로 높이기 위해서는 교육이 가장 중요하다"라고 단언했다. 

오성배 이사장과 김명섭 행정원장, 기획실 임직원은 한 달에 한번 별도의 회의를 연다. 여기에서 정부의 정책 방향을 논의하고, 그에 맞는 대비책을 마련한다. 

뜻이 맞는 직원들과 함께 
중증 환자 중심으로 환자군을 바꾸는 과정에서 의료진의 업무 강도가 높아졌고, 내부 반발에 부딪칠 수밖에 없었다. 

오성배 이사장은 "중증 환자 중심으로 가기로 방향을 잡았는데 직원들이 그만큼 따라오지 못하는 게 가장 큰 문제였다"고 회고했다.  

"요양병원이 이렇게 힘든줄 몰랐다"거나 "중증 환자가 너무 많다"며 사표를 던진 의사, 간호사가 수지기수였다. 오전과 오후 한 번씩 회진을 돌아야 한다는 방침을 따를 수 없다며 나가는 의사도 있었다. 

하지만 군산원광효도요양병원은 비전을 포기하지 않고 그대로 밀어붙였다. 

오성배 이사장은 "나가는 사람은 어쩔 수 없고, 비전이 맞지 않으면 같이 갈 수 없다"며 "남아있는 사람들을 교육하고, 중추적인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키우는 방식으로 모든 것을 바꿔야 한다"고 역설했다. 

군산원광효도요양병원 치매안심병원
군산원광효도요양병원 치매안심병원

누워서 입원하는 병원으로 변신
이런 각고의 노력은 결실로 나타나기 시작했다. 어느 순간 걸어서 오는 환자들이 사라지더니 그 자리를 누워서 입원하는 환자들로 채워졌다. 여기에다 급성기병원처럼 100명이 입원하면, 100명이 퇴원하는 병원으로 변신했다.     

오성배 이사장은 "군산원광효도요양병원은 요양병원이 아니라 중증 급성기 병원 같다고들 한다"며 자부심을 감추지 않았다.   

오 이사장은 "많은 요양병원들이 어떻게 바꿔야 하느냐고 묻는다. 답은 명쾌하다. 지역사회의 특성과 병원의 상황을 냉정히 분석하고, 하나씩 준비하면 된다”면서 “다소 늦었더라도 지금부터 바꿔나가면 된다"고 조언했다.  

의료&복지뉴스는 중증환자 중심의 치료, 진료 특성화 및 의료의 질 향상을 꾀하고 있는 요양병원의 제보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제보해 주실 요양병원은 news@mediwelfare.com으로 연락처를 남겨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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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호 2024-01-10 17:05:59
가야 할 길인데 쉽지는 않겠네요.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