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균 입원 4개월…중증 치료·조기 퇴원이 미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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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균 입원 4개월…중증 치료·조기 퇴원이 미션
  • 안창욱 기자
  • 승인 2023.12.13 07:13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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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한빛요양병원의 핵심가치는 '치료하는 병원'
정부의 요양병원 정책 방향이 중증환자 중심의 진료를 하지 않으면 살아남기 힘든 구조로 가고 있다. 이에 따라 의료&복지뉴스는 요양병원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모색하기 위해 다양한 방식으로 노력하고 있는 요양병원을 취재해 연속 보도한다. [편집자 주]      

도심에서 떨어진 산속에 개원했음에도 병상 가동률 90% 이상, 입원환자의 절반이 중증환자, 평균 입원기간이 4개월 남짓인 요양병원. 경기도 광주 선한빛요양병원을 상징하는 수치들이다.    

이런 데 병원이 있다고?
광주 국수봉 아래 자리 잡은 선한빛요양병원. 차를 타고 꾸불꾸불한 좁은 산길을 따라 한참을 오르다보면 '네비게이션이 길을 잘못 안내하는 건가?'라는 생각이 들 때 쯤 덩그러니 건물이 보인다.  

폐업한 용인정신병원을 리모델링해 2016년 5월 180병상 규모로 개원했다. 신경과 전문의인 김기주 병원장은 중증환자들을 치료하는 요양병원을 개원하고 싶었고, 서울아산병원에서 전임의 과정을 마친 뒤 이곳에서 꿈을 실현 시켜나갔다. 

하지만 주변에서는 입지 여건 상 암요양병원을 해야지, 이런 외진 곳에 노인환자들이 찾아오겠냐며 반대가 만만치 않았다고 한다.    

김 병원장은 밀어붙였다.   

그는 "물론 암요양병원도 의미가 있다. 그러나 요양병원의 가치는 대학병원이나 큰 병원에 오래 입원할 수 없는 중증환자들을 저렴한 비용으로 치료해 퇴원할 수 있도록 회복시켜 드리는 것이라는 소신이 있었다"고 말했다.   

또 그는 "당장에는 암요양병원이 전망이 좋을지 모르겠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결국 사회적 필요와 가치에 따라 중증 노인환자들을 잘 치료하는 요양병원이 성공할 수 있는 구조로 갈 것이라고 확신했다"고 덧붙였다.    

위험한 실험
그는 개원 준비를 하면서 다소 위험해 보이는 시도를 했다. 우선 용인정신병원을 매입하자마자 다인실을 기본 4인실 구조로 전면 리모델링하고, 일부 병실만 2인실, 1인실로 남겼다. 간병비도 제값을 다 받았다.  

환자 입장에서 보면 4인실이 쾌적하긴 하지만 6대1 간병보다 비용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고, 입지 여건 역시 좋지 않다보니 입원 상담하러 왔다가 그냥 돌아가는 환자 보호자들이 부지기수였다. 

개원 초기 적자가 불가피한 측면이 있지만 경영난이 좀처럼 개선되지 않았고, 그럴수록 암요양병원으로 전환하자는 목소리도 높아졌다.   

빨리 퇴원시키는 것이 핵심가치

적자 구조 속에서도 김기주 병원장은 중증환자를 치료하고, 4개월 안에 퇴원시킨다는 선한빛요양병원의 미션(mission)이자 핵심가치를 지켰다.  

선한빛요양병원은 산소 치료, 패혈증, 패혈성 쇼크, 중증 욕창, 중증 섬망 또는 이상행동, 사지마비 등의 의료최고도, 의료고도는 환자 비율이 40% 이상이다. 중증환자 비중이 높다보니 사망자가 매달 약 15명에 이른다. 

여기에다 반코마이신내성장알균(VRE), 카바페넴내성장내세균속균종(CRE) 등의 감염병 격리환자, 말기 또는 임종기 암환자 등을 포함하면 중증환자 비율이 50%를 넘어선다. 

반면 평균 입원 기간은 4개월에 불과하다. 

김 병원장은 "환자가 입원하면 환자, 보호자에게 빨리 치료해 가정으로 돌아가도록 하는 것이 우리 병원의 미션이라는 점을 설명해 주고, 의료진은 그 목표를 이루기 위해 최선을 다 한다"고 설명했다. 

경증 환자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다섯 손가락 꼽을 정도의 선택입원군 환자들이 있는데 길어도 두 달 안에는 퇴원할 것을 권고하는 방식으로 장기입원을 차단하고 있다. 

김기주 병원장에게 빈 병실을 놀리느니 선택입원군이라도 입원해 있는 게 경영에 도움이 되지 않느냐고 물었더니 “정말로 치료를 받아야 하는 환자들이 그런 분들 때문에 불편을 느낄 수 있다”고 대답했다.

치료하는 요양병원
선한빛요양병원의 또 하나의 특징은 항암치료, 수술 등을 위해 불가피하게 급성기병원에 가야 하는 환자가 아니라면 중심정맥관 삽입술, 흉수천자, 복수천자, 신경차단술 등 웬만한 처치를 원내에서 해결한다는 점이다. 

그만큼 실력 있는 의료진과 협진 시스템, 초음파 유도 아래 다양한 시술을 할 수 있는 의료장비를 잘 갖추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중증환자 비중이 높음에도 불구하고 급성기병원에 외래진료 가는 환자가 한 달에 10명이 채 안된다고 한다. 

환자 보호자 입장에서 환자를 급성기병원에 외래진료 보내지 않고 원내에서 치료해 주면 고마울 따름이다. 환자를 모시고 힘들게 왔다 갔다 하지 않아도 되고, 비용 부담을 덜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요양병원을 믿고 환자를 모실 수 있다.     

김기주 병원장은 중증 파킨슨으로 보행 장애, 대소변 장애, 섬망, 이상행동이 심각한 환자들에 대한 약물 치료, 재활 시스템도 잘 갖추고 있어 사회복귀율을 높이고 있다고 자부했다.   

이와 함께 선한빛요양병원은 경험적 항생제에 반응하지 않는 환자에 대해서는 반드시 균 배양검사를 거쳐 균이 동정된 경우에 한해 항생제를 투여하도록 하는 등 약물 오남용으로 인한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외에도 요양병원에 취약할 수 있는 감염과 욕창 치료를 위해 2명의 감염관리 전담간호사, 1명의 욕창 전담간호사를 배치하는 방법으로 의료의 질 향상을 꾀하고 있다.            

김기주 병원장은 "선한빛요양병원 의료진이라면 내가 왜 요양병원에 이렇게 있을까 고민하는 분이 없을 거라고 생각한다"고 단언했다. 다른 의료진도 자신처럼 치료하는 요양병원에 근무하고 있다는 자부심을 갖고 있을 것이라는 판단이다.  

끊임없는 교육과 대학병원 연구 참여
선한빛요양병원은 의료 질을 높이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었다. 

김기주 병원장은 "끊임없이 교육하는 게 중요한 것 같다. 진료과장이 주재하거나 간호부에서 자체 교육도 많이 하는 편"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선한빛요양병원은 대학병원이나 자치단체가 수행하는 연구에 다수 참여하고 있는데, 이런 과정을 통해 교육 기회를 넓히고, 의료 수준을 높여가고 있다.  

입소문이 나더라 
김기주 병원장은 "개원한 후 경영 여건이 좋았던 적이  없었던 것 같지만 그래도 중증환자 중심으로 진료하길 잘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기 시작한 시점이 있었다"면서 "그 때가 바로 코로나19를 겪고 난 뒤부터였던 것 같다"고 밝혔다. 

코로나19 팬데믹(pandemic)을 거치면서 의료의 질, 감염 관리를 바라보는 환자, 보호자의 눈높이가 높아졌고, 그 과정에서 신뢰할 수 있는 병원이라는 평가를 받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그는 "2021년 선한빛요양병원에 감염자가 속출했는데도 다른 병원에 가기 싫다며 계속 있게 해 달라는 환자들이 점점 늘어나는 것을 피부로 느끼면서 위로를 받았다"고 웃음을 보였다.    

아쉬움도 있다
김기주 병원장은 "의사 입장에서는 환자 상태를 호전시켜 조기 퇴원하도록 노력해야 하지만 현실은 병원에 오래 입원시켜야 이득이 되는 수가 구조를 갖고 있다"면서 "환자를 치료하는 보람만으로 병원을 운영할 수 없는데 중증환자 상태를 호전시켜도 인센티브가 없는 게 아쉽다"고 털어놨다. 

의료&복지뉴스는 중증환자 중심의 치료, 진료 특성화 및 의료의 질 향상을 꾀하고 있는 요양병원의 제보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제보해 주실 요양병원은 news@mediwelfare.com으로 연락처를 남겨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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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심요양 2023-12-13 22:58:26
이제는 요양병원협회 임원병원이라고 대놓고 선전해주네
환자많으면 그냥 조용히계세요
다른요양병원 생각도 하시구요!!

간호 2023-12-13 09:08:36
대학병원은 중환자실 수가, 야간간호관리료 등등 수가 유인책이라도 있지만 요양병원은 쥐꼬리 정액수가 외 인센티브가 전무한 게 문제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