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원환자 간호업무에 공백 없도록 업무 조정 중요"
요양병원이 입원환자 간호업무를 전담하는 간호인력에게 소독 업무를 병행하도록 해 업무 공백을 초래했다면 간호등급 적용 대상에서 제외해야 한다는 판결이 나오자 의료현장에서 혼란이 발생하고 있다.
K요양병원 관계자는 24일 "보건복지부의 유권해석에 따라 병동 간호인력에게 소독업무를 맡기고 있었는데 이렇게 하면 입원환자 간호 전담 간호인력으로 볼 수 없다는 판결이 내려져 당혹스럽다"고 말했다.
2021년 보건복지부는 요양병원 소독업무과 관련해 "입원료 차등제에 포함된 병동 간호조무사가 입원병동에서 환자에게 사용한 드레싱 세트를 소독하는 것은 전담 간호업무의 일환으로 판단된다"고 회신했다.
다만 보건복지부는 구체적인 상황은 사례별로 판단될 수 있다는 단서를 달았다.
최근 서울행정법원의 판결은 보건복지부의 회신처럼 요양병원의 구체적인 사례에 따라 판단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보건복지부 현지조사 결과 A요양병원은 2016년 6월부터 2018년 8월까지 입원환자 간호업무를 전담하는 간호조무사 9명으로 하여금 소독실 소독업무를 병행하도록 했다.
이에 따라 9명의 간호조무사들은 매일 1명씩 교대로 오전 9시 30분부터 오후 3시 사이에 소독실 소독업무를 담당했다. 당번을 맡은 간호조무사는 소독실에서 2~3회가량 소독했고, 한번 소독하는데 약 1시간가량 걸렸다.
그러자 보건복지부는 이들이 입원환자 간호업무를 전담하지 않았음에도 A요양병원이 간호등급 산정 대상자로 신고해 간호등급을 실제보다 한 등급 높은 1등급으로 부당 산정했다며 업무정지처분을 내렸다. A요양병원은 보건복지부의 업무정지처분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법원은 "이들은 소독업무를 수행하는 날에는 최소 2~3시간가량 입원환자의 지근거리에서 간호업무를 수행하는 게 불가능했고, 입원환자 간호업무 공백에 적절히 대처했다고 볼 만한 사정은 전혀 발견할 수 없다"며 업무정지처분이 적법하다고 판결했다.
특히 이들은 자신이 전담하는 병동에서 사용한 의료기구 뿐 아니라 다른 병동의 것까지 소독했고, A요양병원은 입원환자 간호업무에 공백이 발생하지 않도록 조치하지도 않았을 뿐만 아니라 이들이 소독실 청소 및 물품 재고 관리 업무까지 수행해 더더욱 병동 전담인력으로 볼 수 없다는 것이 재판부의 지적이다.
서울행정법원은 "입원환자 간호업무 전담인력이 다른 병동에서 사용한 의료기구 소독업무를 수행한 것은 자신이 전담한 병동에서 사용한 의료기구 소독업무를 수행한 것과 동일하다고 평가하기는 어렵다"고 강조했다.
보건복지부의 회신처럼 병동 전담 간호인력이 자신의 병동에서 사용한 의료기구만 비교적 짧은 시간에 소독했다면 간호업무에 공백이 생길 정도라고 보긴 어렵다.
그러나 매일 교대로 전체 병동에서 사용한 의료기구를 소독할 경우 당번이 속한 병동은 최소 2~3시간 동안 입원환자 간호업무에 공백이 발생해 자신이 속한 병동의 것만 소독하는 것과 동일하게 평가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대한요양병원협회 김연희(법무법인 의성 대표 변호사) 법제이사는 "1명의 간호인력이 다른 병동의 의료기기까지 소독하느라 시간이 길어져 당번이 속한 병동의 간호업무에 차질이 생길 정도라면 입원환자 간호업무 전담자라고 판단하기 어려울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연희 법제이사는 "각 병동별로 소독업무를 따로 수행한다고 하더라도 제반 사정을 고려했을 때 입원환자 간호업무에 공백이 생기지 않도록 업무를 조정하는 게 중요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