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양병원 적정성평가는 왜 헌법에 위배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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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양병원 적정성평가는 왜 헌법에 위배되나
  • 안창욱 기자
  • 승인 2023.10.11 06:30
  •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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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김진욱 변호사(법무법인 율명)

보건복지부 장관은 2021년 2월 25일 보건복지부고시 제2021-59호로 ‘건강보험 행위 급여·비급여 목록표 및 급여 상대가치점수’를 개정 고시하였다.

김진욱 변호사
김진욱 변호사

고시의 주요 내용은 요양병원에 대한 기존의 의사인력 확보 수준에 따른 입원료 가산금을 감축하고, 이를 통해 마련된 재원으로 요양병원 입원급여 적정성평가와 연계한 질 지원금을 신설하겠다는 것이다. 또 적정성평가 종합 점수 하위 5% 이하의 요양병원에 적정성평가 결과 발표 직후 2분기 동안 인력 확보 수준에 따른 입원료 가산, 필요인력 확보에 따른 보상 그리고 질 지원금을 적용하지 않는 이른바 '환류처분'을 도입하는 것이다. 

보건복지부는 고시 개정 이유를 적정성평가 결과와 연계한 질 지원금을 도입하여 적정 규모의 인력 확보 차원을 넘어 실제 환자에게 제공하는 의료서비스의 질에 따른 보상체계를 구축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그런데 위 고시에 대해 요양병원 개설자인 11인의 청구인들은 헌법상 평등권, 직업의 자유, 재산권을 침해한다며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2023헌마927).

그리고 동시에 본건 고시의 효력을 헌법소원심판청구 사건의 종국 결정 선고 시까지 정지할 것을 구하는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을 하였다. 현재 위 헌법소원 사건은 헌법재판소 지정재판부의 심사를 통과하여 심판에 회부된 상태다. 

평등권 침해 
요양병원과 의료법 제3조의 병원급 의료기관으로서 병원, 치과병원, 한방병원, 정신병원, 종합병원 등은 요양기관으로서 국민건강보험 가입자와 피부양자에게 실시한 요양급여에 대한 반대급부로 공단에 요양급여비용을 지급 청구하고 받는다는 점에서 본질적으로 같다. 그런데, 본건 고시는 유독 요양병원에 대하여만 적정성평가의 상대평가에 따라 환류처분을 하도록 함으로써 요양병원이 정당하게 지급받아야 할 요양급여비용의 상당 부분을 제한하여 차별취급하고 있다. 

하지만 요양병원이 도입 초기와 달리 질적 수준이 상당히 개선된 현 시점에서 타 병원급 의료기관과 달리 요양병원만을 차별 취급할 아무런 이유가 없다. 

재산권 침해
우리나라는 진료비의 지급 방식으로 진료 행위별 상대가치점수를 정하여 수가 산정 기준이 되도록 하고 있다. 그리고 의료수가는 요양급여를 시행한 의료기관에 요양급여의 대가를 지급한다는 측면에서 '사적 성격'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의료수가는 의료기관이 행한 요양급여의 업무량과 투여 자원 및 위험도 등을 고려하여 공평하고 적정하게 산정되어야 한다. 

본건 고시의 질 지원금은 의사인력 확보 수준에 의한 가산금을 감축하여 마련한 재원으로 지급되며, 지급 방식도 상대가치점수를 가산하는 방식이다. 즉 명목은 지원금이지만 실질적으로 의료수가를 정하는 방법에 지나지 않는다. 그렇다고 한다면 그 지급 기준은 청구인들의 재산권을 보호하기 위하여 공평·타당한 방법이어야 한다. 

그런데 질 지원금을 결정하는 적정성평가 지표가 적정한지 의문이다. 적정성평가 지표에는 유치도뇨관이 있는 환자분율, 향정신성의약품 처방률, 욕창이 새로 생긴 환자분율, 중증도 이상 통증 개선 환자분율 등 중증 환자를 유치할수록 평가에 불리해지는 지표를 다수 반영하고 있다. 요컨대 중증 환자를 많이 돌볼수록 오히려 페널티가 부과되는 것이다. 

나아가 본건 고시의 환류처분은 상대평가 제도를 고수하고, 그에 따른 페널티를 가중하고 있다. 하지만 요양병원의 의료 서비스가 정상화된 현 상황에서 이처럼 출혈 경쟁을 유도하는 것은 도리어 국민 복지에 해가 될 것이 자명하다. 

보건복지부는 2008년부터 2018년까지 10년간 적정성평가와 그에 따른 환류처분제도를 통하여 요양병원의 의료서비스 질이 상당히 개선되었다고 평가하였다. 구체적으로 2018년 7차 평가 종합점수는 87.0점으로 2차 평가 53.5점 대비 62.6% 향상되었다고 한다. 이처럼 요양병원의 의료서비스 질이 향상되었다면 의료기관 개설자들의 재산권을 보호하기 위하여 절대평가 기준을 적용하여 의료수가의 적정성을 도모하여야 할 것이다.

그러나 본건 개정 고시는 이러한 노력은 전혀 하지 아니하고 반대의 방향성을 좇고 있다. 본건 고시 전에는 적정성평가의 구조부문과 진료부문 ‘모두’ 하위 20% 이하인 요양병원에 환류처분이 적용됐다. 2018년 7차 적정성평가에서 1,305개 요양병원 중 2.7%에 해당하는 35개 요양병원이 환류처분을 받았다. 

하지만 본건 고시는 적정성평가 결과 ‘종합 점수’가 하위 5%에 해당하면 일률적으로 환류처분이 적용되도록 개정됐다. 즉, 1,305개 요양병원을 기준으로 하면 반드시 65개 요양병원은 환류처분을 받게 된다는 것이다. 즉 환류처분의 페널티를 받을 요양병원이 약 2배 증가하는 것이다. 

요양병원의 전체적인 의료서비스가 향상된 만큼 적정성평가를 절대평가로 개편한다면 상대평가제도에서 비롯된 불평등의 격차가 줄어들 것이고, 요양병원으로서 기본 필수 요건을 충족한 병원이 피해를 보는 일은 없을 것이다. 그런데도 본건 고시는 상대평가에 따른 환류처분을 가중하고 있는 바, 이는 과잉금지 원칙 중 최소 침해성 원칙에 위반된다. 

직업선택의 자유 침해
우리 헌법은 모든 국민에게 생활의 기본적인 수요를 스스로의 노력에 의해서 충족시킴으로써 개성신장(스스로를 권리의 주체로 인식하고, 주체의 권리를 행사하는데 필요한 자유를 요구하는 것)을 이룰 수 있도록 직업 선택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다. 그리고 직업 선택의 자유에는 종합적이고 포괄적인 자유로 ‘직업의 자유’와 자기가 원하는 방식으로 자유롭게 직업을 수행할 수 있는 ‘영업의 자유’를 포함한다. 

본건 고시는 적정성 평가에 연계한 질 지원금과 과도한 환류처분으로 지방 소도시의 요양병원이 중증 환자를 기피하도록 한다. 환류처분으로 존폐위기에 놓인 요양병원은 입원 치료가 절실한 중환자를 받고 싶어도 적정성평가를 위해 중환자를 기피하게 되고, 입원 치료가 불필요한 경환자의 입원을 유지할 수밖에 없다. 즉 본건 고시는 줄 세우기식 평가제도로 청구인들의 영업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다. 

맺음말
요양병원은 지역마다 환자의 분포도가 다를 수밖에 없고, 병원마다 특성화하려는 분야도 다르다. 그런데 본건 고시는 모든 요양병원을 하나의 틀 안에 끼워 넣고, 그에 맞지 않으면 질이 떨어지는 병원이라는 낙인을 찍어 페널티를 부과하고 있다. 하지만 본건 고시가 국민 보건 향상에 얼마나 기여할 수 있을까? 환류처분을 견디지 못한 지방 소도시의 요양병원은 폐원을 면치 못할 것이고, 결국 피해는 국민에 돌아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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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상천 2023-11-05 09:34:17
이런 상황에서 협회가 하고 있는 일은?

시민 2023-10-11 13:02:28
너무 너무 공감되는 기사네요.. 요즘 요양병원들 의료서비스 질적 수준이 많이 높아졌는데
이러한 기준은 너무 가혹하고 급성기병원이나 종합, 상급종합병원에 비해 차별이 명확한 것 같아요

복지부 사무관 2023-10-11 09:42:16
복지부 직원들도 상대근평을 하여 하위 평가그룹 임금 깎아
상위 10퍼에 나눠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