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가하는 요양병원 폐업…고령자의료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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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가하는 요양병원 폐업…고령자의료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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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3.10.16 07:02
  • 댓글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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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대한요양병원협회 노동훈 홍보위원장

2023년 1월 31일 필자가 운영하는 카네이션 요양병원 폐업. 9년간 운영했던 요양병원을 접었다. 지난 시간을 되돌아보니 왜 폐업해야만 했는지 이유를 알게 되었다. 

대한요양병원협회
노동훈 홍보위원장

첫 번째는 직원 관리였다. 자영업은 사람 관리가 가장 어렵다. 그 부분에서 많은 실패를 경험했다. 실수한 직원을 혼내기보다 상황을 설명하고 같은 실수가 반복되지 않도록 알려줬다. 그렇게 하면 자신의 실수를 용서하고 알려준 원장을 믿고 따를 줄 알았다.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유사한 실수 혹은 새로운 유형의 사건 사고가 이어졌다. 더 이상 그 직원과 함께할 수 없다고 판단하고 면담을 통해 문제점을 알려줬다. 그러면 왜 이제야 그런 말을 하냐며 말다툼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있었다. 사람 고쳐 쓰는 게 아니라는 말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두 번째는 정부의 요양병원 푸대접이다. 필자는 폐업했지만, 여전히 병원을 잘 운영하는 분들이 계시기에 결국 필자의 능력이 부족하다는 자가당착으로 귀결된다. 폐업하기 전까지 직원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요양병원의 차별적인 정책이 있다 해도 모두에게 공평하게 적용된다. 나한테만 불리하면 억울하지만 그렇지 않다. 그러니 카네이션 요양병원은 우리만의 뚜렷한 칼라(색깔)를 가져야 한다고 했다. 그래서 존엄케어 선포식과 직원 복지도 신경 썼다. 인재를 모으기 위해서. 하지만 이것도 실패였다. 

누적된 적자를 감당할 수도, 새로운 빚을 질 수도 없었다. 결정적으로 대학병원 입사 웨이팅 하는 선생님이 퇴사하면서, 병동을 운영할 최소한의 간호사 확보에 실패했다. 자영업자가 폐업한다는 것은 고통을 동반한다. 실제로 많이 아팠다. 카네이션을 믿고 가족을 입원시킨 보호자들, 나를 믿고 힘든 시기를 함께 보낸 직원들, 그들에게 죄를 짓는 기분이었다. 더욱 큰 상처는 지난 10년간 매일 아침 7시에 출근해서 병원을 잘 운영하려 노력했는데 결국 실패한 것이다. 나의 무능을 확인했다. 좁쌀 한 톨 만큼의 자신감도 없었다.

폐업을 하는 길고 긴 그러면서 지리멸렬한 시간을 보냈다. 그동안 함께했던 직원들이 폐업 철자를 잘 마무리했다. 생각보다 폐업에 많은 비용과 시간이 들었다. 이제는 채권자들과 협상이 남았다. 부끄러운 이야기지만 2달 반 동안 카드를 사용하지 못했다. 방문 진료를 할 때 현금 수납을 하는 경우가 있다. 그렇게 받은 돈으로 차량 주유를 했다. 그동안 저를 지켜보셨던 분들 중 적지 않은 돈을 도와주신 분도 많았다. 함께 한 직원들에게 올해 말까지만 좀 더 고생하면, 내년부터는 좋아질 것이라 격려했다.

급여 날이 다가오면 심장이 조여 온다. 지난 이틀 동안 3시간도 못 잤다. 머리가 아프다. 코로나 검사할 때 같은 두통이 새벽까지 이어진다. 급여를 못 주면 힘든 시기를 함께 보낸 직원들에게 면목이 없다. 노동훈을 믿고 어려운 시기를 함께 했지만, 통장 잔고가 바닥나면 다른 직장을 찾을 것이다. 가난은 불행이란 친구와 함께 온다고 하지 않았던가. 주 4일 당직 근무를 한다. 서울 전 지역은 물론 휴전선 아래 강원도까지 왕진을 갔다. 통장 압류를 풀려고 이곳저곳 뛰어다녔다. 원장이 노력하니 직원들도 힘을 내는 것 같다. 

최근 가슴 아픈 비보를 들었다. 경기도의 요양병원 병원장이 극단적인 선택을 하셨다고 한다. 주변에 물어보니 스스로 생을 마감한 경우 조사 과정을 공개하지 않는다고 한다. 남겨진 유족과 주변 사람들의 아픈 마음을 무자비하게 파헤치는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바람결에 들려오는 이야기는 경영난으로 극단적 선택을 한 것이라 한다. 홈페이지는 폐쇄되었고, 어떠한 정보도 없다. 블로그를 통한 홍보만 남았을 뿐. 나 같은 사람도 현실을 극복하려, 채권자의 독촉을 뒤로 한 채 아르바이트 등으로 하루하루 보내고, 건물주와 소송도 버텨내는데.

불합리한 정책으로 200병상의 요양병원에서 환자가 90%를 채워도 수익이 없다. 2022년 100여 개의 요양병원이 폐업했고, 2023년 현재까지 같은 숫자의 요양병원이 폐업했다. 2023년 폐업 숫자에 1을 더했다는 자괴감도 없다. 저에게 남은 현실은 은행, 4대 보험, 카드사의 채권 독촉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고 했던가. 조금씩 희망의 빛이 보인다. 함께 한 직원들, 내가 많은 일을 하는 것을 아는 분들은 건강을 챙기라 하지만 올해 말까지는 그런 여유가 없다. 

요양병원이 사라지면 대한민국 의료가 제대로 작동할까. 초등학교 교사의 극단적 선택처럼, 요양병원도 시련의 시간이다. 요양병원은 대한민국 고령자 의료의 든든한 반석이다. 반석이 무너지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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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양직원 2023-12-26 18:16:08
요양병원에서 10년넘게 일하고 있는 간호삽니다
제가 일하는곳도 분위기가 안 좋아요
금방 돌아가실분들만 입원하고 장기간 있을수 있는분들은 요양원 가거나 방문간호 받으려 집으로 퇴원하시네요
환자유지가 안되요
요양병원 본인부담금이 커지니까 보호자들도 부담스러워하요 정부 푸대접 요인도 큰데 그동안 요양병원들이 우후죽순 너무 많이 생겼어요.
이제 살아남는곳만 살아남을겁니다

일성 2023-10-20 09:48:05
노동훈 원장님, 힘내십시오! 미안하고 감사합니다!

이게모니 2023-10-16 17:38:00
고생 정말정말 많으셨습니다!
직원들을 위해 많은 노력을 하셨는데, 현실이 너무 안타깝네요..
타의료기관과 차별된 수가, 인력기준, 의무인증, 적정성평가, 각종제도들이 너무 힘든 것 같습니다. 의료에 집중해야할 시간에 보이기식 운영을 위해 다른곳에 힘쏟고..

다망할판 2023-10-16 13:30:57
진짜 이러다 요양병원 다 망할듯

슬픔 2023-10-16 10:58:07
가슴아프네요. 고생하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