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힘내라, 요양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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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힘내라, 요양병원
  • 의료&복지뉴스
  • 승인 2018.12.18 0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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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생활적폐로 내몰린 요양병원의 이면

지난달 초 필자는 길거리에서 플래카드 하나가 눈에 들어와 유심히 쳐다본 기억이 생생하다. 모 경찰서가 생활적폐 근절을 위한 특별단속에 들어간다는 것이었다. 경찰서는 4대 생활적폐 중 하나로 '사무장 요양병원'을 지목하고 있었다. 

사무장병원이 요양병원만의 문제가 아닌데 왜 하필 요양병원을 콕 찍어 생활적폐라고 했을까 하는 생각과 요양병원의 이미지가 좋지 않다보니 별 황당한 플레카드까지 등장하는구나 하는 생각이 겹쳤다.     

십 여일 뒤 문재인 대통령은 제3차 반부패정책협의회를 주재하면서 '요양병원 비리'를 9대 생활적폐로 규정했다.      

관련 기사를 접한 요양병원들은 분노했고, 청와대에 쫒아가 1인시위라도 하고 싶은 심정이라고 말하는 이도 적지 않았다.

15일 방송된 SBS '그것이 알고싶다'의 한 장면
15일 방송된 SBS '그것이 알고싶다'의 한 장면

그 와중에 SBS 시사프로그램 '그것이 알고싶다'는 15일 '폭로자들–어느 병원의 잔혹한 비즈니스' 편에서 요양병원의 온갖 비리를 폭로했다.

병원에서 폭행당한 아버지, 250명이 먹을 닭백숙을 만드는데 들어간 닭이 5마리에 불과했다는 영양사, 요양재벌, 골절을 당한 어머니, 욕설과 폭행, 리베이트, 환자 거래 등 추악한 제보가 쏟아졌다.

"요양병원 비리는 상상 그 이상이다" "걸어서 들어와 죽어서 나가는 곳이 요양병원이다" "환자수용소일 뿐이다" "상상보다 더 충격적인 짙은 어둠의 세계" 등 자극적이고, 주관적인 멘트까지 여과 없이 방송을 탔다.

이런 사무장병원, 저질 요양병원들은 당연히 퇴출시켜야 한다.

그러나 보이는 게 전부가 아니다. 어쩌면 청와대, 보건복지부, 경찰, 언론재벌들이 별로 보고 싶지 않은, 관심 밖의 것일 수도 있겠지만 우리가 주목해야 할 요양병원의 또 다른 이면이 있다.

비록 한줌도 안되는 사무장병원, 저질 요양병원들과 뒤섞여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환자들을 존중하고, 그들의 안전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대다수 요양병원들을 위협하는 척박한 환경이 바로 그것이다.

몇 가지 대표적인 사례를 들어보자.

일부 요양병원들의 본인부담금 할인행위가 여전히 기승을 부리고 있다. 한 달에 100만원 이상을 청구하는 게 정상이지만 수십만원만 받거나 아예 한 푼도 받지 않는 요양병원까지 있다. 비정상적인 가격구조는 800원짜리 식사, 리베이트, 환자방치로 이어질 게 자명하다.

이를 바로 잡지 않으면 의료의 질 경쟁은 요원하고, 건전한 요양병원과 환자들까지 피해를 볼 수밖에 없다. 그런데도 정부와 자치단체, 경찰은 이런 불법행위를 뻔히 알지만 모른 채 하고 있다. 환자 부담을 덜어준다는데 굳이 단속할 필요가 있느냐는 식이다. 

요양병원을 공정경쟁이 무너진 정글로 만든 조력자이자 공범들. 그런데 욕을 먹어야 할 이런 자들이 선량한 요양병원을 향해 생활적폐 청산을 외치고 있다. 

어디 이 뿐이랴.

수억원이 들어가는 스프링클러, 전담인력을 뽑아야 하는 환자안전요원 등을 법으로 의무화해 놓고 예산이나 의료수가를 전혀 지원하지 않는 납득할 수 없는 정부. 급성기병원은 주고, 요양병원은 '패싱'하는 차별정책 등으로 인해 요양병원은 의료 질에 투자할 여력은 커녕 버티기조차 힘든 상황에 직면하고 있다.     

병상간 이격거리 1m 이상 확보, 최저임금 인상 등으로 수입은 줄고, 지출이 급증하면서 인건비가 전체 비용의 70%에 육박하는 게 현실이지만 관료들은 이를 애써 외면한 채 어둡고, 추악한 모습만 들추기 바쁘다. 

생활적폐가 아니라 위로가 필요한 요양병원

이런 악조건 속에서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있는 요양병원인들에게 '생활적폐'라는 낙인은 어떤 의미로 다가올까?

모 요양병원 직원은 17일 청외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전국의 10만 요양병원인이 적폐인가?'라는 제목의 글을 올리면서 다음과 같이 적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관련 글 바로가기

"온갖 사람들에게 별별 소리를 다 들어도 꿋꿋이 버텨왔지만 대통령의 한 마디가 이렇게 사람을 무너뜨릴 수 있다는 것을 처음 알게 됐고, 명예로움은 고사하고 보람도, 긍지도, 의지조차도 사라졌다."

이들은 생활적폐가 아니라 위로가 필요하다. 그래도 힘내라, 요양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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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인수 2018-12-18 20:06:52
적폐적폐하면 자기 부모님을 요양병원에 모시는 보호자님들도 적폐란 말입니까?
사무장병원의 기준이 무엇이며 의료법인의 기준도 없는 귀에걸면귀고리 코에걸면 코거리
요양병원이 무슨 대한민국 노인복지에 이단아인줄아시나봅니다

요양병원직원 2018-12-18 16:04:07
담당자들이 문제겠거니.. 탁상행정이 문제겠거니 했습니다.
대통령님 마저도.... 병원 문 닫아도 좋으니 적폐청산 하라고....
대통령님도 탁상행정이었나 봅니다. 이나라에 살기 싫은 요즘입니다.

이문환 2018-12-18 15:24:56
참, 피가 거꾸로 솟는 느낌입니다. 사립유치원 때려부수는 것도 그렇고, 요양병원도 그렇고, 의료생협도 그렇고. 지난 정권 9년을 때려 잡는 것도 그렇고, 죄다 적폐라는 이름을 달면 정당화되는 작금의 현실..... 현 정부가 휘두르는 칼날에 쓰러지는 사람 역시 대한민국 국민이라는 사실을 명심하시기 바랍니다. 모르면 가르치고, 법이 바꼈으면 수정보완을 요청하면서 함께가면 될 일을, 해방이후 북한에서 완장차고 지주들 때려잡아서 무상몰수 무상분배하던 그 시절의 대한민국을 봅니다. 현 정부에서 국민들을 향해 휘두른 칼날은 반드시 현정부를 다시 향하게 된다는 엄연한 사실을 인지하시기 바랍니다. 부디 적폐라는 완장빼고, 칼을 내려놓으시기 바랍니다. 더불어 함께 대한민국을 살아갑시다.....

요양인 2018-12-18 09:22:01
요양병원의 1/3을 정리하겠다고 공공연히 말하는 복지부 공무원들.
작은 이슈 하나만 생기면 전체로 뻥튀기하는 나쁜 정부.
적폐 청산이라는 명목으로 본인들이 마땅히 해야 할 일은 뒷전인...
우리는 죄인이 아닙니다~!!

김자현 2018-12-18 09:06:43
한두군데 적폐하겠다고 모든 요양병원을 망하게 하는 정책은 누구머리에서 나온거죠?
환자수에비해 요양병원들이 부족할만큼 다 망해야 그제서야 요양병원 찾으실건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