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양병원 환자분류표에 암환자 등재 시급"
심평원이 요양병원에 입원한 암환자 진료비를 대폭 삭감하거나 아예 불인정하는 사례가 전방위로 확산되고 있다. 그러자 요양병원 환자분류표에 암환자 입원 근거를 마련하고, 심평원의 삭감에 맞서 공동 대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대한노인요양병원협회 통합암위원회(위원장 박용우)는 3일 제6차 회의를 열어 심평원의 암환자 입원진료비 삭감 문제를 집중 논의했다.
심평원이 암환자 입원진료비 심사를 강화하면서 삭감 피해를 입었다는 요양병원은 한 두 곳이 아니다.
A요양병원은 지난해 12월분 암환자 60명의 입원진료비 심사를 심평원 지원에 청구했다.
심평원은 해당 진료비 심사를 보류하더니 최근 19명 입원진료비에 대해 ‘지급불능’한다고 통보했다. 입원필요성이 인정되지 않아 전액 삭감하겠다는 것이다.
심평원이 입원 필요성을 인정한 암환자는 10명에 불과했고, 나머지 31명 진료분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심사결과를 통보하지 않고 있다.
심평원은 A요양병원이 지난해 11월치 암환자 6명의 입원진료비 심사를 요청한 것에 대해서도 지금까지 심사도 보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B요양병원도 비슷한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
심평원은 방사선치료 후 B요양병원에 입원한 암환자 진료비를 전액 삭감하고, 외래 진료비 8천여원만 지급하겠다고 통보했다.
기껏 1~2주 입원진료비만 지급한 사례도 한두건이 아니다.
심지어 심평원은 2차 전이암환자에 대해서도 최대 30일 입원치료비만 인정하겠다고 하자 B요양병원은 '멘붕' 상태다.
심평원은 경기도 C요양병원의 암환자 20여명의 진료비도 지급보류하고, 보완자료를 요청한 것으로 확인됐다.
A요양병원 관계자는 “암환자들은 지속적인 항암, 방사선 치료로 인해 육체적, 정신적으로 힘든 상태일 뿐 아니라 영양관리와 운동치료, 심리적 안정을 위해 입원하는데 심평원은 입원 필요성 여부를 판단하지 않고 비급여치료를 주로 했다는 이유를 들어 지급불능 통보를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법원 "암환자, 요양병원 입원 필요하다"
최근 판례를 보면 법원은 암환자들이 요양병원에서 입원 치료할 필요성이 있다고 인정하고 있다.
K요양병원은 항암, 방사선 치료를 받았거나 투병중인 암환자들을 입원시킨 뒤 보존적 치료와 함께 고주파온열암치료, 통증관리, 심리치료 등을 해왔다. .
그런데 D보험사는 K요양병원이 암환자들을 불필요하게 입원시키고, 불필요한 진료행위를 했을 뿐만 아니라 필요 이상의 과다한 진료행위를 해 20여명의 환자들에게 2억여원의 보험금을 지급하게 했다며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하고 나섰다.
이에 대해 서울동부지법은 지난해 7월 D보험사의 청구를 기각했다.
법원은 “암은 한 번의 치료로 완쾌되는 게 아니고, 지속적인 관리와 치료가 필요하며 재발 가능성이 커 환자들이 요양병원에 입원한 것을 위법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결론 내렸다.
방사선치료를 받은 암환자는 요양병원에 입원해 수면, 변비, 통증, 오심 등의 내과적 문제의 관리, 식사요법 등의 요양관리를 받을 필요가 있고, 항암화학요법 또는 방사선치료를 받은 암환자가 구토, 전신 위약감 등을 호소할 때에도 요양병원 입원 대상에 해당될 가능성이 크다는 게 재판부의 판단이다.
아울러 법원은 요양병원의 비급여 치료에 대해서도 과잉진료 또는 불법진료로 볼 수 없다고 못 박았다.
재판부는 “요양병원이 셀레늄 결핍 암환자에게 셀레나제를 투여하고, 미슬토 성분이 들어간 압노바비스쿰 주사 처방, 고주파온열치료를 한 것을 불필요한 진료행위로 볼 수 없다”면서 “이들 치료가 항암제와 방사선 치료 부작용을 경감시키고, 면역력을 증가시킨다는 연구결과가 있어 불필요한 진료행위나 과잉진료로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이 같은 법원 판결이 아니더라도 현 요양병원 '환자분류표'를 보면 ‘경미하거나 중등도의 통증이 매일 있는 환자’는 의료중도에 해당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하지만 심평원은 암환자들을 '의료중도'로 인정하지 않고, 입원비가 가장 낮은 '신체기능저하군'으로 강등하거나 아예 입원불능처리하고 외래진료비 8천원만 지급하고 있다는 게 요양병원들의 불만이다.
이처럼 심평원의 암환자 진료비 삭감이 확산될 가능성이 높아지자 요양병원계는 암환자가 요양병원에서 입원치료를 받을 수 있다는 것을 환자분류표에 명시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이를 위해 한국암재활협회, 대한노인요양병원협회는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와 공동으로 5월 중 ‘200만 암재활환자의 환자분류표 등재를 위한 정책세미나’를 열 계획이다.
한국암재활협회 측은 “암환자들은 암의 재발을 방지하고 신속한 사회복귀를 위해 치료와 영양관리, 적절한 운동, 심리치료 등이 필수적이지만 심평원은 외래진료만 받아도 되는 정도로 취급하고 있다”면서 “이 때문에 환자분류표 등재가 시급한 과제”라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노인요양병원협회 통합암위원회는 암환자 진료비 삭감에 항의해 심평원 지원을 항의방문하는 한편 공동으로 법적 대응하는 방안을 논의하기로 했다.